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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그 과학자가 본 것이 세상을 바꿨다!

[이명현의 '사이홀릭'] 갈릴레오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나, / 갈릴레오는 인류 최초로 우주의 샛별이나 / 울퉁불퉁한 달나라와 토성의 띠까지 찾아냈지. / 또 목성 주위를 돌아다니는 4개의 위성과 /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수가 / 늘 새로운 우주로 여행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지. / 믿지 않겠지만 불길한 태양의 흑점들도 찾아냈네. / 이 작은 32배율의 망원경도 오랜 연구 끝에 / 내가 갈고 닦은 솜씨로 직접 만든 거라네. / 물론 렌즈도 새로 만들어 마치 대포를 조준하듯 / 날마다 천체를 뚫어지게 관측했지.

나는 태양이 내 눈을 태워 눈멀기 전에 / 우주의 무한한 내부를 꿰뚫어 본 사람이지만, / 그 전엔 태양 대신 지구가 분명히 돌고 있는데도 / 돌지 않는다고 어쩔 수 없이 부인해야만 했네. / 나를 이단으로 몰아 가택 연금을 선고한 교황과 / 예수회 신부들은 지진이나 번개 같은 자연현상이 / 왜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멍청이들이었지. / 수천의 가면을 쓴 그들의 목소리는 / 소름 끼치도록 부드럽고 온유했지. / 그들은 밤마다 내 영혼을 갉아먹은 맹수들이었네.


얼마 전 한국일보의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코너에서 이 시를 만났다. <주기율표>(이현경 옮김, 돌베개 펴냄)로 유명한 프리모 레비가 쓴 '갈릴레오'라는 시였다.

반가웠다. 마침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쓴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앨버트 반 헬덴 해설, 장헌영 옮김, 승산 펴냄)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갈릴레오의 이름을 제목으로 단 이 시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욱이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리모 레비의 작품이라니 이 시를 만나는 기쁨이 더 컸다.

2009년은 세계 천문의 해였다. 갈릴레오가 400년 전인 1609년에 망원경을 사용해서 천체를 관측하기 시작한 것을 기념하는 천문학 축제였다. 나도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의 문화 분과 위원장을 맡아서 이런저런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한창 이 별 축제가 무르익어갈 즈음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의 옮긴이가 이 책을 내게 보내왔다. 한번 훑어보고는 재미있겠네, 하면서 책꽂이에 꽂아둔 채로 시간이 흘렀다. 사실 이런 부류의 고전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지만 결코 '읽지 않는 책'에 속한다.

드디어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다소 의무감을 갖고 읽고 있었던 두꺼운 책 한권과 씨름하다 지쳐서 뭐 새로운 게 없을까 책꽂이를 뒤지다가 만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런데 마치 오래도록 묵혀두었던 '장'을 꺼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장을 넘기자 먼저 과학사학자 앨버트 반 헬덴의 머리글이 나왔고 긴 해설이 이어졌다. 오래 묵힌 '장'에 대한 설명서 같았다.

갈릴레오는 네덜란드에서 망원경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직접 망원경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얼마 후 그는 당시 최고 성능의 망원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것을 사용해서 천체를 관측하기 시작했다. 물론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사용해서 천체를 본 최초의 사람은 아니었다. 영국의 토머스 해리엇은 갈릴레오 보다 앞서서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고 스케치를 남기기도 했다.

▲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 시레데우스 눈치우스>(앨버트 반 헬덴 해설, 장헌영 옮김, 승산 펴냄). ⓒ승산
하지만 갈릴레오는 최고 성능의 망원경을 만들었고 여러 천체들을 체계적으로 관측했고 책으로 출간했다. 1609년 가을 자신이 만든 20배율짜리 망원경으로 달을 보기 시작한 후 얼마 동안의 관측 기록을 엮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였다.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책이었고 갈릴레오는 이 책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천문학의 모든 것이 바뀌었고 세상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유형의 책은 일찍이 나온 적이 없었다. 갈릴레오가 날카로운 통찰력과 뛰어난 지성을 지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지성의 산물이 아니라 실험도구의 산물이다! 망원경이라는 도구로 인해, 태초 이래 감춰져 온 천체 현상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갈릴레오가 쓴 책의 원문을 번역한, 이 책의 본문에 해당하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고귀하신 토스카나의 네 번째 대공 코시모 드 메디치 2세 전하께'로 시작한다. 의례적이지만 낯간지러운 찬사가 이어지다가 "전하의 찬란한 이름을 기리기 위하여 여기 4개의 별이 예비되어 있습니다"라고 운을 뗀 후, 이렇게 결론을 말한다.

"이제까지 모든 천문학자들에게 감추어져 있던 별들을 제가 코시모 전하의 후원을 받아 발견하였기에, 저는 당연한 권리로서 전하 가문의 존귀한 이름으로 이 별들을 명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처음 발견하였기에 마땅히 그 이름을 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른 별들에 붙여진 다른 영웅들의 이름처럼 이 별들에 더욱 큰 영광이 더해지기를 바라마지 않으며, 제가 이 별들을 '메디치 별'이라 부른다 하더라도 아무도 이 권리를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온갖 역사적 기념물들이 증거하는 영광을 지니신 전하의 조상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위대한 영웅이신 전하의 미덕만으로도 전하의 이름을 붙인 별들을 불멸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갈릴레오의 4대 위성이라고 불리는 유로파, 이오, 칼리스토, 가니메데에 '메디치 별'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테니 연구비를 많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낯간지러운 이런 표현 형식은 당시의 수사적 표현일 것이다. 장난삼아 이 부분을 낭독하면서 읽어보니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갈릴레오의 간절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고 나름 재미있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갈릴레오 자신이 관측한 천체들에 대한 관측 결과를 차분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프리모 레비의 시 '갈릴레오'의 첫 번째 연에 나오는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다. 갈릴레오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먼저 달을 관측했다.

"그런데 작은 반점들을 거듭 관측한 결과, 달과 모든 천체에 대해 옛날부터 많은 철학자들이 믿었던 것과 달리, 달 표면이 매끈하거나, 평평하거나, 완벽한 구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달의 표면은 거칠고 울퉁불퉁하며, 높고 낮은 돌출부로 가득 차 있다. 즉, 달 표면에도 지구 표면과 아주 비슷하게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다."

지금 들으면 너무나도 상식적인 말이다. 달의 크레이터를 처음 목격한 최초의 인간이 털어놓는 첫 번째 목격기를 그는 이렇게 차분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하늘의 세상은 완전하다는 믿음에 대한 관측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격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 소유의 망원경이 없어서 공개 관측회를 쫓아다니며 간간히 달이며 목성 같은 것을 망원경을 통해서 보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드디어 직경이 10㎝인 작은 반사망원경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지만 갈릴레오의 굴절망원경보다 직경도 더 크고 다른 성능도 더 좋은 망원경이었다.

주로 배율을 30배 정도로 맞춰서 관측을 하곤 했었다. 갈릴레오가 사용했던 20배율과 엇비슷한 배율이었다. 내 망원경을 마련한 첫 날 저녁 때 관측했던 달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여러 번 보았던 망원경 속의 달이었지만 그날은 남달랐다. 갈릴레오가 그랬듯이 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도화지에 그리기를 반복했었다. 그가 그 옛날 느꼈을 감흥을 그대로 다시 느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망원경을 통해서 달을 본 첫 번째 사람이 된 것처럼.

이 책은 어린 소년이 밤을 새워가면서 작은 망원경을 통해서 달세계를 여행했던 바로 그 감흥을 다시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달 표면의 여러 형상에 대한 자세하고도 역동적인 설명은 마치 우리가 그의 망원경을 통해서 지금 이 순간 관측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놀라운 생생함을 전달하고 있다. 달의 표면이 보여지는 모습이 하룻밤 사이에도 변한다는 사실도 생생하게 알려준다. 어린 시절에 관측을 하면서 이런 시간에 따른 변화를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잘못 본 것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곤 했던 생각이 난다.

"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경계선은 고르지 않고 꼬불꼬불한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밝은 부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어두운 부분에서도 밝은 점들이 많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작고 밝은 이 점들의 밝기와 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진다. 실제로 두어 시간이 지나면 이 작고 밝은 점들은 주위에 있는 다른 밝은 점들과 합쳐져서 더 크고 밝은 점이 된다. 어두운 부분에서는 싹이 돋듯이 더욱 많은 밝은 점들이 생겨나 점점 커지고, 결국에는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합쳐지게 된다. 동트기 전 지구에서도 평지가 아직 어둠에 잠겨 있는 동안에는 높은 산의 봉우리가 먼저 햇빛을 받는다. 이 밝은 부분은 계속 늘어나서 산 중턱 등의 넓은 지역까지 햇빛을 받게 되고, 결국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면 평지와 언덕의 밝은 부분이 합쳐진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달의 산과 계곡이 지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구보다 산이 훨씬 더 높고 계곡이 훨씬 더 깊다는 것이다."

그는 희뿌옇게 보여서 그 정체를 두고 별의 별 철학적 담론이 쏟아졌던 은하수의 정체도 밝혀내게 된다.

"세 번째로 우리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은 은하수와 그 특성에 관한 것이다.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대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철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해 온 은하수에 대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즉, 은하수는 무리를 지어 흩어져 있는 무수한 별들의 집합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망원경으로 은하수의 어디를 보든지 간에 잠깐 동안 엄청난 수의 별들을 볼 수 있다. 크고 밝은 별들뿐만 아니라 작은 별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볼 수 있다."

그는 망원경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했고 그가 한 관측은 모든 것이 첫 번째 시도가 되었고 첫 번째 발견이 되었다. 쌍안경을 갖고 은하수를 이리저리 훑어보면서 다양한 별들의 색깔을 즐기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은하수를 구름이라고 우기던 동네 친구에게 망원경을 통해서 수많은 별들의 모임이 바로 은하수라는 것을 보여줬던 그 날의 통쾌함이 다시 느껴져서 혼자 미소 지었다.

"1610년 1월 7일, 해가 지고 1시간이 지난 뒤, 내가 만든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살펴보고 있을 대 목성이 하늘에 나타났다. 내가 가진 망원경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어서, 작지만 매우 밝은 3개의 별(이전에 성능이 좋지 않은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별)이 목성 옆에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 별들이 붙박이별들 가운데 하나라고 믿었지만, 그래도 이 별들이 여간 흥미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확히 한 줄로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황도와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고, 같은 크기의 다른 별들보다 더 밝았기 때문이다. 목성을 기준으로 한 그 배열과 위치는 다음과 같다."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목성의 위성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그림에는 원으로 그려놓은 목성을 중심으로 동쪽에 두 개 서쪽에 한 개의 별을 별모양으로 표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8일에 똑같은 관측을 한 나는 미지의 운명에 이끌린 듯, 3개의 별이 당초 기대한 위치와 매우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별들이 더불어 움직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반복 관측을 하면서 그는 자신이 본 별들이 목성의 위성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11일의 일이었다. 이렇게 적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도 의심치 않고, 이 3개의 별이 목성 둘레를 돌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목성의 위성들의 시간에 따른 위치 변화를 지루할 정도로 상세히 적어 내려가고 있다. 2월 2일에는 드디어 네 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관측하게 된다. 그리고 갈릴레오는 자신이 발견한 이 새로운 별들에게 '메디치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도 어린 시절에 관측을 하면서 목성의 위성 네 개에 각각 나만의 이름을 붙이는 놀이를 하곤 했었다. 주로 내가 짝사랑했던 추억 속의 여자 아이들 이름이나 좋아하던 여배우의 이름을 (예컨대 올리비아 핫세 같은) 붙이기도 했었다.

"한편, 주의해서 아주 정확하게 관찰한 결과 가장 큰 원을 그리며 도는 행성의 주기는 15일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행성이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를 조심스럽게 수용하면서도, 지구와 달이 태양을 일 년에 한 번씩 함께 돌면서 동시에 달이 지구 둘레를 돌기도 한다는 것이 너무 당혹스러워서, 이러한 우주의 구성을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짓고 마는 사람들의 당혹감을 일거에 없애 버릴 수 있는 뛰어나고 훌륭한 논거를 갖게 되었다. 한 행성의 둘레를 돌면서 그 행성과 함께 태양 둘레를 크게 돌기도 하는 것(달)을 우리는 이제까지 하나밖에 몰랐지만, 이제는 4개의 별이 목성 둘레를 돌면서 그 목성과 함께 12년 주기로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갈릴레오는 이렇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깊이 묻어 두었던 '장'의 알짜배기 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새로운 우주 체계에 대한 경험적 사실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혁명의 시작을 알리고 인식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했다. 하나가 여럿이 되는 보편성의 증명이기도 했다.

400년 전에 쓰여진 <갈릴레오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마치 그 당시의 관측 장면을 생중계 하는듯한 생동감 있는 감동을 주는 책이다. 왜 고전 원작을 읽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깨우쳐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오래 묵혀둔 만큼 그 맛이 깊고 살아있는 '장맛' 같은 책이다. 다시 작은 망원경을 마련해서 별을 보고 싶다는 욕망의 불을 지르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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