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량이 일정량을 넘지 않으면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방사선도 빛과 같은 에너지 흐름으로 (…) 오염되거나 전염되지 않는다." "빗물 속 방사선량은 하루 2리터씩 1년 동안 계속 마셔도 병원 엑스레이 한 번 촬영한 것보다 수십 분의 1수준이어서 지장 없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핵 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올바른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넘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안전한 방사선 허용치가 존재하는가?
▲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교육 자료. ⓒ프레시안 |
보고서는 "방사선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으면 우리 몸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틀린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방사능이 건강에 위험을 미치는 수준에는 허용치가 역치(문턱)가 존재하지 않고, 방사능 양에 따라서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들여다 보자. 우선 실선과 '-·-' 선으로 표시된 것이 방사선량에 따라서 위험서이 증가하는 모델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주장은 '···' 선으로 표시된 역치(threshold)가 있다는 설명 모델이다. 한국 정부의 주장은 방사선이 일정한 양(역치, threshold)을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것인데 국립아카데미 보고서는 이것이 방사선에서는 맞지 않다고 말한다.
이 결론은 지금까지의 모든 동물 실험 결과, 그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히로시마 등의 핵폭탄의 방사능이 인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나온 결론이다. 몇 개의 실험 결과나 몇 명의 주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 세계의 수많은 학자들과 수만 개에 이르는 과학적 논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정부들이 이를 기준으로 방사능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다. 한국 정부만 빼고.
예를 들어, 미국의 식수기준을 보자. 미국의 식수안전법(safe drinking water act)에 따르면 최대방사능 오염 허용치(MCL)와 방사능 오염 기준 목표(MCLG)를 별도로 정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방사능 요오드와 세슘의 최대 방사능 오염 허용치는 모두 합쳐 연간 4밀리렘 즉 0.04밀리시버트다.
그러나 목표는 명백히 0이라고 정해놓고 있다. 다른 방사능 물질도 마찬가지다. 우라늄과 같은 다른 방사능 물질도 최대 허용 기준치가 있지만 모든 방사능 물질의 허용 목표는 모두 0이다. 국립학술원의 연구에 따라 모든 방사능은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결론을 2000년부터 법에 명시해 놓은 것이다.
▲ 미국 식수안전법 방사능 최대 오염 허용치 및 목표. ⓒ프레시안 |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일정량의 방사선까지는 안전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소량의 방사선을 쬐면 그 양 만큼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과학적 결론이기 때문이다.
적은 양의 방사선은 얼마나 위험한가?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방사능 위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슴 엑스레이 한 장 찍는 정도"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되고 심지어 "CT 찍는 정도(10밀리시버트)"라는 이야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가슴 엑스레이를 우리는 상당히 많이 찍는다. 그러나 0.1밀리시버트라고 이야기되는 가슴 엑스레이라도 원하지 않는 국민 전체의 문제가 되면 안전하지 않다.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방사선은 오직 그 검사나 치료를 했을 때의 이득이 안 찍었을 때의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찍는 것이다. 베어세븐 보고서는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저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을지라도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100밀리시버트가 100명 중 1명이라면 1밀리시버트에 노출되면 1만 명 중의 1명이 암에 더 걸리고, 0.1밀리시버트에 노출되면 10만 명 중 1명이 더 암에 걸린다는 것이다.
가슴 엑스레이 한 번을 찍는 것은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굳이 따지자면 암에 걸릴 확률을 10만분의 1 정도만큼 늘리는 일이고 또 그것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찍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 전체 건강의 위험으로 보면 500명이 더 암에 걸린다는 것이다. 결코 무시할 만한 숫자가 아니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연간 노출 허용량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듯한 1밀리시버트의 양에 모든 국민이 1년마다 노출되면 매년 5000명씩 암에 더 걸린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수준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정부는 자연 방사선을 이야기 한다. 세계 평균이 연간 2.4밀리시버트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문에 노출되는 방사선은 자연 방사선이외에 추가로 더 노출되는 방사선이다.
또 자연 방사선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도 사람들은 암에 걸린다. 나이가 들어 암에 더 많이 걸리는 것도 자연 방사선을 더 많이 쬐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방사선 전문가로 여러 미디어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의학에 대해 공부한 바 없는 원자력 공학자들이 대부분이다. 또 의사들이라도 국민 전체의 건강 위험성을 다루는 문제, 즉 공중 보건에는 무지한 의사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자력 의학을 전공한 이명철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11년 4월 11일자)에서 "우리는 일상에서도 연간 2.4밀리시버트의 자연 방사선을 쐬고 있다. 자연 방사선도 성질이 같다. 여기에 인공 방사선 노출을 연간 1밀리시버트 허용하고 있다. 이를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연 방사선 노출과 별도로 연간 1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더 쬐면 (국민 전체 중) 5000명이 더 암에 걸린다. 5000명이 암에 더 걸리는데 문제가 없다고?
물론 이명철 교수는 원자력 의학을 전공한, 방사능을 이용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다. 그러나 방사능이 공중 보건학적으로 인체 건강에 어떤 해를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명철 교수는 같은 인터뷰에서 "소량의 방사선은 인체의 면역 기능을 자극해준다"는 이른바 호메시스(hormesis) 이론도 주장했다. 이러한 호메시스 주장은 '안전한 방사선량이 있다'는 주장보다도 더 나간 주장이다. 이 주장은 일부러 식품이나 물에 소량에 방사성 물질을 섞어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개인의 소신일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천만한 주장일 뿐이다.
연간 피폭 허용량은 개인 기준으로 그것도 불가피할 경우 정해놓은 기준이며 개인의 경우에도 경우도 연 1만분의 1 정도의 암 발생률을 높인다. 10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에 해당하는 복부 CT의 경우는 1000분의 1 정도의 암 발생률을 높인다. 이 때문에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어린이에게 CT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검사'(recommendation D)로 분류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도 그러한데 전 국민이 대상이 되는 방사능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안전한 방사능이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왜곡된 정보와 괴담으로 국민들을 무지한 상태로 몰아가는 일이어선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사선의 위험성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을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한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연합뉴스 |
마지막으로 역사의 교훈을 그리고 과학을 거꾸로 돌리려는 자들이 있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가 전복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인간들이다. 지금 한국은 '지구는 돈다'고 과학적 진실을 이야기하면 종교 재판을 받아야 했던 갈릴레오가 살고 있던 시대인가?
국제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되고, 방사능 제로가 안전하다는 법까지 있는 지금,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면 국가 전복 세력이라니, 아무리 원자력 발전소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렇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더욱이 어린이들에게 방사능이 안전하다고 정권 차원에서의 '맞춤형' 교육까지 하는 이 사회가 도대체 정상적인 사회인가?
방사능이 섞여 있는 비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꽁꽁 싸매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걱정을 같이 걱정해주고 어떻게든 덜어주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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