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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본질, 경쟁이 아니라 공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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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본질, 경쟁이 아니라 공명이다!

[철학자의 서재] 안드레아스 베버의 <모든 것은 느낀다>

도시의 딸에게 자연은

담벼락에 두 뼘 텃밭을 만들었다. 도로변이면 텃밭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집 뒤로 도로와 거리를 둔 구석에 조그만 공간이 있어서 흙을 부어 텃밭으로 삼은 것이다. 4월이 오기를 기다려 오이 모종이랑 상추 모종이랑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좀 과장하자면, 돼지고기를 사놓고 상추가 얼른 자라길 간절히 바랐다.

며칠은 매일 내려가 보았다. 만날 그대로인 것 같아 며칠 잊고 있었다. 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다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규칙적으로 물을 줘야 하고, 특히 오이에는 물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주변에서 난리를 부렸다. 그래서 틈틈이 물을 주었다. 어느덧 상추가 금세 야들야들하게 자랐다. 솎아서 쌈을 쌀 수 있을 정도였다. 방울토마토에서는 노랑 별 모양의 꽃이 폈고, 꽃이 시든 자리에는 초록 방울토마토 알이 맺혔다.

여름 동안 내가 키운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따먹으며 참으로 뿌듯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키웠다고 말하긴 어렵다. 내가 한 일이라곤 모종을 심은 일과 가끔 물을 준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과, 어제 초록색이던 토마토가 오늘 불그레해진 것에 깜짝 놀라 사진 찍어두기 정도를 했다. 담벼락 아래에서 열린 작은 오이들은 진딧물이 오이를 빨아먹어버리는데도 난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오이에 대해 포기하고 있었다. 뭘 어째야 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후 담벼락 꼭대기로 뻗어 올라간 줄기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오이가 쑥 자라 있었을 때 정말 얼마나 감격했던지…. 햇볕의 힘에 대해 이때만큼이나 경탄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게 햇볕이 만든 기적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하루의 체험으로 난 인류가 태양신을 경외하고 숭배한 것에 대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나의 이 호들갑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나는 태어나기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남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네 살부터, 정확히는 생후 30개월 무렵부터 서울에서 자랐다. '빈민가'에서 살았다고 말하면 우리 부모님이 가슴이 아플 터이므로, '부유와 거리가 먼 평범한 동네'라고 표현하겠다. 지금도 살고 있는 우리 동네인데, 바로 옆에 한강이 있고, 내가 자라던 무렵에는 집 앞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나중에 왕복 4차선 도로로 복개될 만큼 제법 넓은 개천이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자연은 개천 옆에 빼곡히 자라던 강아지풀, 소위 '잡초'로 통칭되던 희고 노란 이름 모를 풀꽃들과, 비오는 날이면 지천에 꼬물거리던 징글징글한 지렁이, 쥐약을 먹고 뻗어 뒹굴던 검은 쥐들, 교정의 플라타너스 잎을 열심히 갉아먹던 송충이들이었다.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던 길고양이와 '미친개'라고 불렀던 집 잃은 강아지들도 자연이라면 자연이었다.

가난한 시절, 도시에서 맛보았던 '자연'은 황폐하고, 불쾌하고, 불편한 것이었다. 들고 갈 우산이 없는데 내리는 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고, 1월에 내리는 눈은 눈싸움을 할 수 있게 해주어 환호할 놀잇감이었지만 반나절 지나면 미끌미끌 불편한 검은 길을 만들어내는 야누스의 눈이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 여러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유독 어떤 친구가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 친구는 MT에서 길가의 풀과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읊조리고, 반가워하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모르는 풀이름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풀이름을 일일이 알고 있는 그 친구가 무척 새로웠다.

그녀는 나와 다른 것을 보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산을 바라볼 때에는 그저 '푸르구나…' 하는데, 그녀는 산을 보면서 '호두나무야 반갑다, 소나무야 반갑다, 밤나무야 반갑다, 제비꽃아 예쁘구나…' 하며 교감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골에서 자란 그녀와 도시에서 자란 나는 자연을 서로 전혀 다르게 보고 있었다.

다윈의 눈에 자연은

▲ <모든 것은 느낀다>(안드레아스 베버 지음, 박종대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 ⓒ프로네시스
안드레아스 베버의 <모든 것은 느낀다>(박종대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나의 에피소드와 대학 시절의 그 친구가 생각이 나는 건 베버가 책을 써내려간 방식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자연, 생물학에 대한 사색과 성찰의 책이다. 베버는 자신이 겪은 체험을 거울로 삼아 자연에 대한 사변을 펼쳐 보인다. 자연을 느낀 체험, 생물학을 연구하며 겪은 체험 속에서 형성된 사변을 풀어내고 있다. 그의 체험에 얽힌 이야기는 쉽게 이해가 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변의 깊이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차원에 닿아 있다.

안드레아스 베버의 <모든 것은 느낀다>는 생명에 대한 다윈주의적 이해에 대해 반대하는 논의가 주를 이룬다. 다윈주의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여긴 것은 카를 에른스트 폰 베어(Karl-Ernst von Baer)의 입장이다. 다윈이 생명의 진화를 낳는 일관된 법칙을 발견하려 했다면, 베어는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 출신의 생물학자로서, 하나의 씨앗에서 생물의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 작용한 힘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했다.

안드레아스 베버는 다윈과 베어의 입장 차이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버는 베어가 활동한 에스토니아의 자연을 본 뒤 그 차이를 추정하였다. 다윈은 영국 태생으로 "도시 문명의 세례를 받은 학자였고, 인생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중산층에 속했다. 그가 살았던 집 앞은 세계 최대의 산업 도시가 뿜어내는 누른 안개가 자욱했다. 굶주리는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며 경쟁하게 하는 산업 자본주의의 맹위를 목격했던" 시선을 배경으로 다윈은 생물을 연구하였다. 반면 베어는 "인간이 작은 점에 불과한 광대한 자연 속에서 살았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숲이 있을 정도로 마을 간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나무들의 말없는 실루엣에 파묻혀 동물이 지배하는 침묵의 바다 앞에서" 베어는 생물을 연구하였다.

베버는 자연에 대한 상반된 두 견해가 자연을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 보였던 자연의 모습이 떠올랐고, 베버의 설명을 공감적 시선으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우선 베버가 다윈주의의 어떤 점에 반대하는지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다윈주의가 무엇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다윈은 생물을 관찰하면서 '진화'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진화(evolution)란 무엇이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혁명(revolution)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다윈의 견해를 요약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그의 입장은 첫째, 교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개체군을 종(種)이라고 하는데, 같은 종이라도 개체 간에 형질 차이와 다양한 변이가 있다는 것이다(가령 추위를 잘 견디는 사람이 있고 못 견디는 사람이 있다). 둘째, 형질의 차이는 다음 세대에 유전된다(추위를 견디는 부모의 성질을 자식이 닮는다). 셋째, 자연 조건은 서로 다른 형질에 대해 다른 효과를 끼친다(추위를 잘 견디는 사람은 추운 지역에서 잘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살기 어렵다). 넷째, 유리한 형질의 유전자형은 환경에 의해 선택되고 불리할 경우는 제외된다(갑자기 빙하기가 닥치면 추위를 못 견디는 사람은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다섯째, 어떤 개체가 살아남는가는 우연이다(추위를 못 견딘다고 해서 다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환경의 변화와 작용으로 인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질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비율이 변화한다.

다윈주의-자연은 생존 경쟁의 장

다윈은 이를 '자연 선택'이라고 말했다.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변이를 낳은 쪽이 환경에 대해 가장 적합한 종(種)으로서 더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되어 결국은 종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때 선택은 자연 선택 이외에도 두 가지의 선택 기제가 더 있어서, 크게 세 가지로 일어난다. 하나는 인간이 행하는 종자 개량 같은 인위적인 선택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말한 자연 선택으로서 가장 광범위한 선택 요인이다. 끝으로 성 선택으로 가장 성적으로 멋진 수컷이 자신의 자손을 세상에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다윈이 세상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당대 지배적이었던 창조론을 부정했고, 인간이 다른 동물을 지배할 배타적 지위를 가진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 기존의 생물종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설명을 통해 세계 속 인간의 지위를 착각 없이 인식하게 만드는 강력한 논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다윈은 생물에게는 종족 번식을 위해 개체 수 과잉이 필연적이며, 이렇게 과잉 상태인 생물은 모두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생존한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경쟁에서 승리한 생물만이 살아남는다는 '생존 경쟁'의 관점이다. 이는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직접 차용하여 적용한 개념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생물은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며, 돌연변이와 같은 형질이 누적되다가, 환경이 변화할 때 변화한 환경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생명체가 살아남아 자연 선택이 일어나게 된다.

정리하자면 다윈의 견해는 자연을 목적론적 설계의 힘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 경쟁 속에서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변이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중에 환경의 변화에 대해 가장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 기제가 곧 진화의 원리인 것이다. 진화는 자연에 갖추어진 이러한 기제와 우연의 결과일 뿐 더 완성된 존재로 향해 가는 진보의 목적론적 과정이 아닌 것이다.

자연은 살고자 하는 존재들의 공생과 상호 작용의 장

안드레아스 베버는 다윈의 견해 중에서 진화가 어떤 설계자가 있는 목적론적 과정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생명 속에 갖추어진 우연한 변이의 힘을 적극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화가 다윈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나긴 시간을 요하는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데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이는 생명이 환경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베어와 스승 바렐라의 견해를 적극 받아들인 결과이다.

베버는 진화란 점진적으로 생명의 정보가 누적되면서 일어나는 수동적 과정이라기보다는, 생명이 살고자 하는 능동적 과정이라고 본다. 베버의 스승 바렐라의 말을 인용하여, "진화란 저기서 깡통 하나, 저기서 나무토막 하나를 들고 그들의 구조와 환경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조립 작업을 하는 유랑 예술가의 행위와 유사하다. 그런 행위에는 자신이 그렇게 조립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명은 "유전자 같은 프로그램이나 환경의 조종을 받지 않는, 자율적 구성 인자들의 유기적 합창"이다.

그리고 베버는 '세포 내 공생설'을 적극 받아들인다. 세포 내 공생설이란 1970년에 린 마굴리스가 제안한 이론이었다. 발표될 당시 그녀의 주장은 허튼소리로 치부되었다. '세포 내 공생'은 고도로 발달한 생명의 전략으로서, 지금은 많은 지지의 증거들로 인해 생물 교과서에 정설로 자리 잡았다. 생물은 세포 안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박테리아)과 핵을 가진 진핵생물(박테리아를 제외한 모든 생물)로 구분되는데, 마굴리스에 따르면 진핵생물로 들어온 박테리아가 미토콘드리아가 되어, 세포는 박테리아, 즉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 받고 그 대신에 박테리아는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받는 공생관계가 성립되어 고도의 세포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베버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하여 윌리엄슨의 견해도 소개한다. 일찍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변태 현상을 보면서 형태학자인 돈 윌리엄슨은 유생과 성체 사이에 아무런 효율성이 없는데도 변태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윌리엄슨은 유생 단계를 거치는 모든 종은 하나의 종이 아니라 여러 종이라고 말한다. 많은 집단의 유생과 성체는 우연히 교차 수정된 상이한 생물에서 태동했다는 것이다. '키메라'의 탄생인 것이다. 마굴리스나 윌리엄슨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베버가 부각시키고자 한 것은 생명은 다른 생명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공생한다는 것이다. 다윈의 눈에는 생명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인간들처럼 서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생명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점이다.

끝으로 베버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개체와 환경은 이분법적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개체를 그 자체로 생태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버는 고래를 보면서 생각한다. 고래는 바다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무수한 생물로 변형된 존재인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햇볕으로부터 온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을 먹는 고래. "플랑크톤, 즉 단세포 바닷말은 1㎕당 수천 마리의 박테리아와 공생하고, 박테리아는 바닷말이 분비하는 당분을 먹고 살며, 그 과정에 식물의 생명에 필요한 인산염과 질산염이 분비된다. 이산화탄소와 빛이 가해지면 완벽한 순환, 즉 공생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어찌 보면 미니 세포인 것이다."

상호 의존의 그물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모습이라면, 공생이 곧 우리의 몸이고, 우리가 또 다른 우리와 공생하는 곳이 우리의 생태계이리라. 바다는 우리의 환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속에도 바다, 즉 체액이 흐르고 있다. 개체와 환경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곧 생태계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나는 하나이면서 곧 전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나와 전체가 따로 있는 질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안드레아스 베버의 '상징적 물리학'에 주목하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안드레아스 베버는 '상징' 개념을 매개로 물질과 생명 간의 이분법도 극복하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상징(symbol)'은 기호학에서는 도상(icon) 기호, 지표(index) 기호와 구분되는 기호의 일종으로, 상징은 '아라비아 숫자'처럼 배워야 아는 기호 체계로 분류된다. 그런데 베버는 상징을 이런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베버는 <모든 것은 느낀다> 중에서 상징의 의미를 적극 해명하지 않고 그저 전제하면서 썼다. 이 맥락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시적 언어의 혁명>에서 설명한 '상징'의 의미를 끌어와 베버의 생각을 풀이하면 베버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본래 상징은 그리스어 심볼론(symbolon)에서 유래했다. 합쳐 보면 아귀가 맞는 두 개의 목걸이 펜던트처럼 신뢰의 징표로 나눠 갖는 기호를 뜻했다. 크리스테바는 이를 '단절에 의해 산출되고, 단절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항상 분열 상태에 놓인 통합을 적절하게 지칭한 말'이라고 한 바 있다. 베버는 '상징'의 이러한 차원을 염두에 두었다. 베버는 생명의 특징으로 '주체성'과 '공생' 개념을 강조하고, 이러한 특징의 이면에 흐르는 원리를 물질계의 본성에서 찾는다. 즉 '상징'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물질의 본성을 제시한다.

베버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상징적 물리학?'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테제를 제시한다.

"한 분자가 미립자 조사(照射)를 통해 반으로 쪼개지면 이 두 형제는 자신의 절반이 누구인지를 안다. 그 둘은 상호 보완적으로 행동한다. 만일 둘 중 하나를 상대로 실험이 실시되면 다른 절반도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보여준다. 마치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베버는 양자 차원의 미시적 세계의 물리 현상과 생명 현상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본다. 아니, 오히려 미시적 세계의 물리 체계가 거시 물리학적 영역으로 세상을 볼 때보다 생명에 대한 적절한 이해로 이끈다고 본다. 부분의 원리와 전체의 원리는 다르지 않다. 미시적 물리 체계의 원리는 우주와 생명 현상을 관통한다.

베버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생물학과 생태학이라는 과학의 이름으로 구축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관의 가능성이 보인다. 일상에서 무심코 오이를 먹지만, 햇볕을 받고 쑥 자라나 나를 놀라게 한 그 오이와 나는 그날 생명의 존재로서 공명하였다. 이 떨림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왜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무자비하기 힘든지,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왜 무게를 느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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