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위험이 갈수록 태산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1, 2, 3호기에 이어서 4호기마저 원자로가 들어있는 건물이 폭발한 것. 일본 정부는 4호기 건물 폭발의 원인으로 그 안에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를 지목했다. 원자로뿐만 아니라 각 원자로 건물에 임시 저장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을 처음으로 거론한 것이다.
"4호기 폭발은 '사용후 핵연료' 탓"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15일 기자 회견에서 "4호기 원자로 자체는 11일 지진이 발생하기 몇 달 전부터 운전을 정지한 상태였다"며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가 열을 갖고 있어서 수소가 발생하면서 1호기와 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내에는 각 원자로 건물에 사용후 핵연료가 총 600톤(t) 정도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원자력 발전소에 총 6기의 원자로 건물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면, 각 건물마다 평균 약 100t의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돼 있는 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오랫동안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냉각 보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제1원자력 발전소 내 원자로 건물은 냉각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그간 외국의 언론, 전문가는 "원자로도 냉각을 제대로 못하는 현재 상황이라면,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 역시 냉각 보관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이번에 4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런 지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경제학부) 교수는 "4호기 폭발 사고는 사용후 핵연료 탓인 게 확실하다"며 "냉각이 제대로 안 되자 (1, 2, 3호기의 폭발 사고와 마찬가지로) 사용후 핵연료를 감싸던 피복 재료인 지르코늄(Zr) 합금이 녹아서 수증기와 반응해 수소가 발생했고, 이것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녹색연합도 논평을 내서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냉각에 실패할 경우 약 100시간이 지나면 사용후 핵연료를 감싸던 지르코늄 피복 재료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에 사용후 핵연료 내에 있던 각종 방사성 독성 물질이 화염과 함께 대기 중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멜트 다운'보다 더 심각해"
앞서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을 언급했던 <뉴욕타임스>도 이날 4호기의 폭발을 상세히 보도하며 "'멜트 다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건물 꼭대기에 있는 수조에는 (열이 나는) 사용후 핵연료가 잠겨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를 식히는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이것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나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성 독성 물질이 널리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전문가인 데이비드 로크봄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보통 냉각수에 잠겨 있는 연료봉이 거의 다 노출될 경우"라며 "사용후 핵연료가 지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 3호기처럼 대기에 노출되면 두꺼운 벽에 둘러싸인 원자로의 노심 용해(melt down)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의 폭발 사고로 원자로 건물의 지붕이 없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더 큰 위험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1997년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연구를 보면, 원자로 수조의 사용후 핵연료에 불이 붙어 공기 중으로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반경 500마일(800㎞) 내 100명이 곧바로 숨지고, 최종적으로 13만8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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