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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할론', 韓ㆍ美 양국의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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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할론', 韓ㆍ美 양국의 책임회피

[한반도 브리핑] 진정성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화해야

벼랑끝에서의 전환일까? 최룡해의 중국 방문을 바라보는 해석들이 엇갈린다. 왜 북한은 이 시기에 특사를 보냈을까? 과연 북한의 노선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북중 관계에서 특사라는 형식이 새롭다. 그만큼 북중 관계는 과거의 시각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한 것인가?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 핵·경제 병진노선과 6자회담은 양립가능한가?

북한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특사를 받고, 이어 중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분명하게 국면전환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정확한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군부강경파가 국면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협상파의 비중과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는 6자회담 참여의사를 밝혔고,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의 조성을 강조했다.

▲ 최룡해(왼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2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이날 회담에서 최 총정치국장은 그동안 입었던 군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시 국가주석을 만났다. ⓒAP=연합뉴스

북한의 노선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문제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4월 1일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했다. 그는 누구인가? 2002년 7.1 조치 이후 2004년 과감하고 전향적인 경제개혁을 실제 추진했던 인물이다. 보수파들에 의해 견제를 받아 실각된 경험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총리 임명 이전부터 다양한 분권형 개혁을 준비해 왔고, 2004년 개혁방안을 준비했던 실무관료들이 대부분 복권되었으며 박봉주 내각은 이미 몇몇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개방과 개혁의 관계다.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방은 지속 가능하지 않듯이, 마찬가지로 개방이 없는 개혁이란 한계가 있다. 개방은 평화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은 정치적 구호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호 모순이다. 북한은 이 노선이 1960년대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계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1970년 5차 당 대회에서 당시 김일성 수상이 이 노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시 최고지도자는 "만약 국방에 돌려진 부담의 한 부분이라도 덜어 그것을 경제 건설에 돌렸다면 우리 인민경제는 보다 빨리 발전하였을 것이며, 우리 인민들의 생활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반도에서 재래식 분쟁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면,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재래식 군비를 줄이기 어렵다. 핵 억지가 국방비 축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이든 누구든 북한의 핵보유를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다. 그래서 6자회담 참여와 핵·경제 병진노선은 양립하기 어렵다.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라는 출구를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의 대북정책과 선택의 범위

6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6월 상순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하순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미 양국은 중국의 역할을 요구한다.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희망적 사고들이 넘쳐난다.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 변화들이 다양한 증거로 제시된다. 인식의 변화는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이 갖는 구조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을까?

중국의 대북정책은 한편으로는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 참여라는 국제규범의 준수와 다른 한편으로 북중 관계의 지속 발전을 통한 전략적 이익 사이에 존재한다. 선택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들어와 대북정책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결국 이 범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국면에 따라, 사람의 성향에 따라 중국의 대북정책이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의 선택 구조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중국은 중재자나 조정자일 수 있으나, 해결 당사자는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안보위협을 해소해 줄 수 없다. 결국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해결 당사자가 의지가 없으면서 중재자에게 해결의 책임을 떠넘긴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서울이나 워싱턴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베이징을 통해서 가려 한다. 중국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한미, 대화해야 진정성을 확인한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일부 시각은 북한의 진정성을 묻고 있다. 그러나 진정성이란 일방적이 아니다. 상호적이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주먹을 들면, 거울 속의 상대도 주먹을 드는 것이고, 내가 웃으면 상대도 웃는다. 그래서 진정성이란 대화의 과정에서 확인될 문제지,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동시에 스스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과 전략 없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보다 후퇴했다. 박정희 정부가 남북 불가침 협정을 제안하고, 키신저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것이 1974년의 일이다. 게다가 북핵문제가 한반도 냉전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냉전구조 해체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진정성을 말할 수 있을까? 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북한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말이다.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선(先)핵폐기론이 지속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 그 말로 5년 동안 인내심으로 기다렸지만, 결과는 북핵 능력의 강화와 협상 환경의 악화뿐이다. 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6자회담을 재개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좀 더 진전된 초기 이행조치를 실현하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이 어려워졌다. 맞다. 그만큼 오랫동안 6자회담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문제는 아니다. 다른 선택들이 이미 실패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협상 방식에 불만을 제기한다. 맞다.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협상은 일방적 승리가 아니다. 상호 양보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는 시작되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벌어지는 6월의 외교가 그것을 마련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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