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books' 송년호(21호)는 '올해의 책'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서평위원이 의견을 모아서 선정한 두 권의 '올해의 책'(<삼성을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외에도 8명의 서평위원이 나름대로 선정한 '나의 올해의 책'을 별도로 소개합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장르의 이 책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아서 쾨슬러는 한국에서는 아주 불운한 작가이다. 그가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냉전 시기 한국의 지성을 마비시켰던 반이성적인 반공주의의 재료로만 가져다 쓰인 작가이기에 그가 경험했던 공산주의 정치 혁명의 어두운 구석을 낱낱이 분석한 그의 저작들이 진지하게 소개되고 이해되는 것이 오히려 방해를 받았던 것이다.
▲ <한낮의 어둠>(아서 쾨슬러 지음, 문광훈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후마니타스 |
아서 쾨슬러는 이 책에서 자유가 어떻고 폭력이 어떻고 하는 흔해빠진 이야기들을 늘어놓지 않는다. 과학과 이성을 통하여 인간과 사회를 영원히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그 믿음에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인간들의 운동이 어떻게 인류 역사상 가히 기록적이라 할 만한 실패와 광신과 논리적 자멸로 이어지게 되는가를 한 땀 한 땀 논리적으로 추적한다.
지금은 소위 포스트모던 운운의 유행과 함께 길거리에 나뒹구는 주간지마냥 범속한 명제가 되었지만, 원래 이 명제 즉 인간과 사회를 이성과 과학의 운동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공포는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알베르 카뮈, 에릭 푀겔린 등과 같은 이들이 깊은 충격과 함께 고민했던 질문이며, 아직까지도 풀리고 있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경악할 만한 공포는 공산주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치 신학이라는 현대의 신화 일반에 대한 고발로 확장할 수 있다.
바라건대 이 책과 꼭 짝을 이루어 읽어야 하는 그의 정치적 자서전 특히 1930년대 공산주의 운동의 경험을 생생하게 서술한 그 2권인 <보이지 않는 글쓰기(The Invisible Writing)>(1954년)도 함께 소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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