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방송사 드라마 시상식 시즌이다. 배우나 PD, 작가 등 '실존 인물'에게만 돌아가는 영예를 드라마 캐릭터에게도 안겨보자. '올해의 주방장상'은 <제빵왕 김탁구>의 김탁구(윤시윤)나 <파스타>의 셰프 최현욱(이선균)에게, '올해의 수난상'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 커플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 books'답게 '올해의 다독상'을 꼽아보자면? 단연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이 유력한 후보다. 이 남자, 벽 한 가득 서재를 차려놓고 살며,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늘 책을 꺼내든다. 드라마 폐인들은 묻는다. "한국 드라마 사상 이렇게 책을 자주 읽는 남주(남자 주인공)가 있었던가?" 물론, 사극을 제외하고 말이다.
심지어 김주원은 한국 트렌디 드라마에서 닳도록 재탕돼 이제는 그 설정만으로 클리셰(cliche)가 된 '재벌 2세'다. 탐욕의 화신이나 "얼마면 돼!"를 연발해야 할 한국 드라마 속 재벌 2세가 시집이나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이다.
지난 12일 방영된 10화부터는 여주인공 길라임(하지원)도 책읽기에 가세했다. 라임은 "그 사람(주원) 마음속이 궁금해서. 내가 놓친 그 사람의 진심은 뭐였을까"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를 집는다. 화면 한가득 존 테니얼의 삽화가 들어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표지가 잡혔다.
혹시 이젠 책도 PPL(Product Placement)? 아니다. 상당수 출판사 사람도 책이 드라마에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시크릿 가든>과 책의 만남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출판계는 이 만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책이 펼쳐주는 길을 따라 '비밀의 정원' 속으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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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과 주원, 책으로 마음을 연다?
16일 현재 10화까지 진행되는 동안 <시크릿 가든>에는 김남일의 <천재 토끼 차상문>(문학동네 펴냄), 진동규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문학과지성사 펴냄), 김경욱의 <동화처럼>(민음사 펴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10여 권의 책이 등장했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진헌(현빈)과 삼순(김선아)을 이어주는 매개로 <모모>(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펴냄)가 등장해 폭발적 반응을 얻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 한국 드라마에서 책이 이처럼 여러 권이 자주 화면에 나온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등장인물의 직업은 책과 별 관련이 없다. 이 드라마는 학력도 출신도 보잘 것 없는 스턴트우먼 길라임과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백화점 CEO 김주원이 서로의 계급(?)을 뛰어 넘어 얽히고설키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다. 더구나 주인공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을 가미한 판타지 로맨스다.
이런 드라마에서 책은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매개하는 좋은 장치로 쓰인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주원은 라임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는, 파리가 날아다닐 것 같은 셋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나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펴든다. 이 순간 책 제목은 그녀를 이해하려는 주원의 가상한 노력으로 비친다.
라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으며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털어놓는다.
"누군가의 집에 갔는데 (…) 서재를 보는 순간 그 사람은 저 많은 책들을 다 본 걸까. (…)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궁금한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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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목'으로만 등장하는 책들은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3화에서는 주원이 라임을 생각하며 시집을 읽다가 그것을 다시 책꽂이에 꽂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을 포함한 다섯 권의 시집의 '제목'이 보란 듯이 오랫동안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곧이어 화면엔 제목들이 한 줄 한 줄 띄워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너는 잘못 날아왔다.'
라임을 향한 독백이 주원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책 제목으로 표현되는 셈이다.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런 설정을 놓고 "시가 등장하는 부분은 엄밀히 말해 '시'가 아니라 책 제목으로 만든 '문장'이다"라고 말해, 이 장치의 정체를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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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을 매주 챙겨보는 이민정(30) 씨는 "드라마에서 보통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긴 해도, 제목으로 문장을 만든 것은 처음 보는 시도라 신선했다"며 "이런 장치들이 시청자의 극에 대한 몰입, 기대감과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김상미(27) 씨도 "책을 통해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 적극적인 시청자는 책 제목과 내용을 찾아보며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복선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퍼즐을 맞춰보고 있다. '디시 인사이드'의 <시크릿 가든> 갤러리에서 팬들은 화면에 노출된 책을 주문해 '인증 샷'을 올리는 한편, 제목의 의미를 추리하면서 갑론을박도 벌인다.
책은 '개량된 재벌 티내기' 장치?
이렇듯 팬들의 관심은 주로 각각의 책 제목이나 내용이 드라마 전개상 어떤 맥락에 놓여있는지에 집중돼 있지만 주원이 '다독가'라는 설정 자체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주원은 거대한 서재를 갖고 있으며 혼자 있을 때는 늘 읽을거리를 들고 있는 인물로, 한국 드라마에서 재현됐던 재벌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드라마 마니아를 자처하는 한 언론의 문화부 기자는 사석에서 "<시크릿 가든>에는 작가의 전작 <파리의 연인>의 상투성을 자조하는 유머도 등장하는데, 주원의 설정 역시 여러 가지 클리셰 비틀기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책들은 "재벌 캐릭터를 보여주는 개량된 '티내기' 장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으리으리한 집, 비싼 자동차로만 표현됐던 재벌 2세 캐릭터에 일종의 '문화적 취향'을 추가하면서, 틀에 박힌 설정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올 한 올 엮었다"는 스팽글 트레이닝복이나 "프랑스 예술가가 '인권'과 '꽃'을 주제로 한 땀 한 땀 수놓았다"는 자수 트레이닝복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캐릭터를 비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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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런 장치에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PD 지망생 허란(24) 씨는 "내용과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책 제목이) 자막으로까지 뜨니 PPL 아닌가 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책이 왜 등장했는지 편집자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출판계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책이 가벼운 소품으로 등장했건, 정교한 의도로 배치됐건 우선 출판계는 '기분 좋다', '반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캐릭터의 매력에 힘입어 한 번 등장한 것만으로도 책들이 상당한 주목을 받은 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장의 반응도 있기 때문이다.
서점은 지금 '주원이 대세'
지금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은 <시크릿 가든>의 주원이 대세다. 12월 둘째 주 교보문고(광화문점) 시집 코너는 베스트셀러 1위부터 5위까지 <시크릿 가든>에 나온 시집으로 물갈이됐다. 방송 이후 다섯 권 모두 광화문 점에서는 하루에 7~8권씩,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는 4~50권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판매량은 5권 다 비슷하긴 하지만 "제목이 노출된 순서대로 조금씩 더 팔린다"(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얘기가 재미있다. 예스24의 김미선 문학 담당 MD에 따르면, 화면에 가장 먼저 나온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1999년)은 2005년부터 지난 11월 1일까지 예스24에서 단 7권이 팔렸지만 방송 이후 약 3주 동안 무려 700권이 주인을 만났다.
지난 1월 나온 <천재 토끼 차상문>도 같은 시기 교보문고(광화문점) 전체 베스트셀러 16위에 올랐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교보문고 전체 순위 20위에 올랐다. 온라인 서점에는 '김주원의 서재'라는 이벤트 페이지가 열려 있어 연말까지 관련 도서를 20~3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 '드라마 <시크릿 가든> 주원·라임의 테마 도서.' ⓒ민음사 |
출판사 중에서는 민음사 출판 그룹의 대응이 가장 발 빠르다. 10회가 방송된 직후 SBS 로고가 박힌 띠지를 두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서가에 깔렸다. 또 이 출판사는 이 책과 <동화처럼>,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등 자사 문학 서적 6권을 묶어 '주원·라임의 테마 도서 세트'를 출시했다.
고전이자 어린이 책이라는 쉬운 접근성, 드라마에 직접적으로 모티프를 제공한 책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제2의 <모모>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 번이나 현빈이 나온 드라마를 통해 책을 히트시킨 비룡소로서는 가히 '현빈 사랑'을 외칠 판이다.
"<조선일보> 서평보다 강력한 주목도"
그러나 출판사들은 당장에 유발되는 금전적인 효과보다도, 책에 대한 주목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펴낸 갈라파고스의 정다혜 편집과장은 "이 책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원래 꾸준히 나가던 스테디셀러라 방송 이후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진 않았다"며 "다만 지금까진 별로 접점이 없었던 트렌디 드라마 시청자 층과의 접점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소개된 책 가운데 국내 시인, 소설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은 것도 출판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진동규, 홍영철 시인 등이 후속 작품을 쓸 때 독자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음사의 정대성 영업부장도 "한 작가는 예전에 <조선일보>에 신간 소식이 나왔을 때도 지인들로부터 전화 한 통 못 받았는데 요즘은 여러 군데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며 저자들에게도 반향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장기적으로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대성 부장은 "예전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덕분에 그래도 출판계에 활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이 다 사라져 아쉬웠던 상황"이라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문학책들이 주목 받아 회사 입장으로서도 좋지만 출판계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책의 만남, 행복 혹은 불행?
이렇듯 책을 드라마에 노출시키는 것은 장점이 줄줄이 따라오는 일이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자사 도서를 영화·드라마 홍보사로 들고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시크릿 가든>의 경우에도 일부 출판사는 드라마 홍보대행사 쪽으로부터 먼저 PPL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최소한 1000만 원을 넘는 광고료 부담 때문에 고사했다. 그래서 사전에 협찬 요청을 받은 민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출판사는 방송 후에야 책이 노출된 사실을 전해 들었다.
출판사 광고 영업 담당자는 "책은 상품 특성상 영화·드라마 PPL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출판사의 영세한 규모나 1~2만 원대 안팎인 책의 가격대 등을 염두에 두면 출판사가 방송 노출에 드는 1000만 원대의 광고비를 감수하면서 PPL에 동참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또 책은 연출가, 작가의 취향이 민감하게 드러나는 소재인 만큼 출판사 측에서 섣불리 광고 효과만 생각하며 접근했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비룡소는 <모모>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에 힘입어 100만 권을 팔아치운 경험을 했음에도 "작가가 좋아하지도 않는 책의 반복 노출을 요구할 경우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PPL을 피해 왔다.
그럼에도 출판계가 <시크릿 가든>으로 일어난 상황을 관심 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책 자체가 외면 받고 있어서다.
문학과지성사 측은 "책이 등장한 맥락에 고개를 갸우뚱한 시청자도 있다"는 의견에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는 "시를 갖고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게 아주 좋았다"며 "영화, 드라마,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에 이런 계기를 만들어서 책, 그것도 시를 읽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천재 토끼 차상문>의 편집자이기도 한 김민정 시인도 16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텔레비전에 나온 누구누구가 든 가방 봤어?"라는 말처럼 "텔레비전에 나온 누구누구가 든 소설책 봤어?"라는 말이 나오는 시절을 꿈꾼다고 말했다. 과거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시절에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았으나, 요즘처럼 책을 멀리 하는 시대에 어떤 책이든 주목해 주는 것이 어디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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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타 작가 외에는 대중으로부터 책이 외면을 받는 시대다. 여전히 사람은 '이야기'를 갈구하지만, '이미지'라는 두 다리를 얻지 못하면 활자는 잠시 뭍에 머물다가 마치 <시크릿 가든>에서 종종 나오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소재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으로 사라지기 십상이다.
드라마 연출가, 작가들이 이야기의 원천인 책과의 만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인어공주 같은 활자의 운명이 좀 더 연장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시도가 많아질수록 (많은 <시크릿 가든>의 시청자들이 바라듯이) 원작과는 달리 두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책)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김주원의 서재' 열풍은 드라마 종영과 함께 끝나겠지만 책과 <시크릿 가든>의 만남이 만든 한 편의 '행복한 동화'는 영원히 반복되어야 한다.
라임이 두고 간 4만 5000원으로 서점 가기
<시크릿 가든>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4만 5000원의 의미를 알 테다. 주인공들 첫 만남에서 주원이 라임 대신 내 준 병원비인데, 로맨틱 드라마의 공식대로 남자 주인공은 '코 풀어 버려도 될' 이 돈에 끈질기게 집착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라임은 이 돈을 무려 3회에 걸쳐 상환한다.) 4만 5000원 구실로 힘닿는 데까지 밀고 당겨 보고픈 너희들 마음은 알겠으나…, 가지런히 놓인 파란 배춧잎을 보고 있자니 생의 감각이 스멀스멀 치민다. "안 쓸 거면, 차라리 내게 사회 지도층의 양심을 보여줘!" 마침 <시크릿 가든>에 나온 몇 권의 책들을 직접 사 보기에 적당한 돈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라임이 두고 간 4만 5000원 들고 서점 가기! (이하 정가 기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즈슨이 1865년 발표한 동화다. 어느 날 템스 강에 함께 피크닉을 갔던 그는 크라이스트 칼리지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델과 자매들에게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바로 이 이야기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됐다.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앨리스는 우스꽝스러운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이 환상 동화는 현재까지 다양한 판본과 영화, 만화로 수십 번 각색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판본은 민음사 출판 그룹 비룡소에서 펴낸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캐럴의 친구이기도 했던 존 테니얼의 삽화가 그대로 실린 것이 특징이다. 정가는 1만 원.
인간이면서 토끼이자, 좌·우익의 폭력적 결합을 통해 태어난 주인공 차상문을 중심으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 명석한 '토끼 영장류(학명 레푸스 사피엔스)'인 차상문은 버클리 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남북 관계, 민주주의, 이주 노동자와 같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고, 인간 중심 세상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토끼 인간의 고뇌와 저항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진 작품. 정가는 1만 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전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책.
여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각권 7000원),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각권 8000원) 중 마음에 드는 시집을 두 권 골라 보자. 7000원짜리를 두 권 고를 경우 1200원이 남고, 7000원짜리 한 권+8000원 짜리 한 권을 고를 경우 200원이 남는다. 둘 다 8000원짜리를 택할 경우 800원이 더 필요하다. 어쨌든 라임이 두고 간 4만 5000원이면 동화, 소설, 논픽션, 시까지 다섯 권은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
현빈과 하지원은 출판계의 블루칩? 본문에서 밝힌 대로 비룡소는 5년 전에도 드라마의 힘을 경험했다. 비룡소가 펴낸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이면서, 100만 부 판매라는 메가 히트 기록을 세웠던 것.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크릿 가든>, <내 이름은 김삼순>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현빈이다.
그람시는 이 책에서 지배 계급은 강압적 힘뿐만 아니라 민중의 자발적 동의가 있을 때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극중 재벌 2세인 재민(조인성)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정의 신분 상승 욕구는, 그람시가 얘기한 '지배자에 대한 자발적 동의'에 해당하는 셈이다. 인욱은 이 책을 통해 수정의 욕망을 비유한다. "계급은 중세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에요. 그놈들의 헤게모니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뿐이지. 물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행복하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인욱) 하나 그람시의 책과 드라마 내용이 적절하게 어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발리에서 생긴 일> 덕에 그의 책이 큰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듣지 못했다. 여담 하나 더! 세 주인공이 모두 죽는 비극으로 끝나는 <발리에서 생긴 일>은 또 다른 책으로 종영 후에도 열성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마지막 회에서 죽음을 앞두고 수정이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여-남-남' 삼각관계의 고전이었던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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