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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의 '조용한 전쟁'…승자는 없고 패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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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의 '조용한 전쟁'…승자는 없고 패자만?

[STOP! CO₂②] 선진국 vs 개발도상국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194개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총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전 세계 정상이 모였음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 총회는 그나마 각국 정상이 참여하지 않은 장관급 회의인데다,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확인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도 여전해 성과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2012년 제18차 총회 유치 방침을 밝혔다. <프레시안>은 고작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7차 총회의 '징검다리'로만 불리는 이번 총회의 쟁점과 기후 변화에 관한 노동조합의 입장 및 활동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준)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연속 기고를 통해서 살핀다. <편집자>


MB는 '회의狂'? 'G20' 이어서 '기후 회의'도 유치?

인천을 출발한 지 대략 48시간 만에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무려 네 번이나 갈아탄 보람도 없이, 이곳에서 총회가 열리나 싶을 정도로 그 흔하던 알림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전에 총회가 개최된 지역 곳곳에 의장 국가와 NGO들이 요란하게 설치한 다양한 상징물들과 문구들을 떠올려보니, 이런 낯선 풍경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총회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수긍이 갔다.

2010년 11월 29일 개막식 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록을 위해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곳곳에 회의를 알리는 광경이 펼쳐져 있긴 했다. 국제 회의답게 주요 시설에 진을 치고 있는 무장한 경찰들, 기후 총회답게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바이오 연료 버스, 전기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반쪽짜리 비공식 행사장인 유엔 센터에 전기롤 공급하기 위해 난데없이 홀로 서있는 풍력 타워, 또 주민 동원인지 임시직 창출인지 모를 하얀 물결의 안내원과 진행 요원들.

나머지 반쪽 행사장인 공식 공간은 유엔 센터에서 무려 8㎞가 떨어진 호화스런 리조트 요새에 숨어 있다. 기후 협상 역사에서 이런 분리 정책은 없었을 것이다. 두 공간을 이어주는 무료 셔틀버스가 1등 세계 시민과 2등 세계 시민을 분리하는 공간 배치를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의 분할 통치 방식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WTO와 마찬가지로 정의롭지 못한 협약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과잉 비판일까.

▲ 고위급 회의를 비롯한 공식 회의장으로 사용하는 문 팰리스(Moon Palace) 초호화 리조트. 비공식 회의장인 유엔 센터에서 출입은 자유로운 편이나 시공간적 제약이 심하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매년 이맘때 즈음 2주 동안 이어지는 총회는 2008년 포즈난, 2009년 코펜하겐을 지나 정체를 거듭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수십 차례의 공식·비공식 협상에도 협상은 거의 진전되지 않았으며, 세계 도처에 울려 퍼진 기후 정의 목소리는 기후 협상에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호펜하겐(Hopenhagen)이라 부를 정도로 2009년 협상은 희망으로 시작했지만(실은 희망적이라고 상상하고 싶어했다), 사실상 거의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코펜하겐 디스코드(Hopenhagen Discord)'라는 절망으로 마감했다.

미국과 유럽은 그 의정서(accord)를 부활시키고자 각종 재정 지원으로 협박하고 회유하여 결국 139개국이 서명토록 만들었는데, 현재 70개국이 국내 감축 공약을 세웠다. 그런데 그 감축 공약들을 계산해 보면, 6~16%(좋은 공약~나쁜 공약) 감축에 불과하다. 평균 온도 2도 상승 제한을 위해서 권고되는 2020년까지 25~40% 감축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유엔환경계획(UNEP)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공약이 지켜지더라도 파국적인 시나리오가 포함된 2.5~5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온실 기체 5~9 Giga tonnes gap 발생).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요즘 기준으로는 더욱 격차는 크게 발생하게 된다. 반면 이번 칸쿤은 절망에서 시작해서 절망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론이 1년 내내 지배적이었다. 환경부 장관 회의임에도 작년 130명의 정상들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25명만이 참가한다는 사실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 현실 정치의 전형인 책임 회피인 셈이다.

1주일 동안에 벌어지는 기후 변화 협상의 1막이 올랐다. 의례적으로 1막은 절실한 호소와 기대 그리고 협상문 초안에 대한 반응으로 구성된다. 멕시코 칼데론 대통령은 고립된 고급 호텔 문 팰리스(Moon Palace)에서 "대기는 국가 주권과 무관하고 개인, 그룹과 국가의 이익을 초월하지 못한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의장국다운 인사말을 전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피구에레스는 고대 마야 문명의 상징을 총동원하여 협상 당사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마야 문명의 달의 신이자 이성과 창조 그리고 직조(weaving)의 신이라는 시첼(Ixchel) 인근에서 협상하는 만큼 금번 기후 총회 임무는 쉽지 않겠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러 실을 직조하여 태피스트리(tapestry,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를 제작하는데 '정치적 타협'이면 충분하다는 공허한 말도 잊지 않았다. 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던 마리오 몰리나의 개막 연설에 탄력을 받았는지, '실용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사무총장은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실용적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 기후변화협약 칸쿤 총회 본회의장의 개막식. 반바지 차림의 필자는 드레스코드에 걸려 방청석에서 조용히 쫓겨났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칸쿤 총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시작부터 불가능을 전제로 한 상식이 돼 버렸다. 코펜하겐의 협상 결렬 이후 주요 국가들의 치킨게임을 영구 평화의 결정체가 아닌 유엔의 힘으로는 통제불가했다. 그런데 비관의 다른 이름은 기후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었다. 애초에 희망 없던 협상에 별 진전 없어도 실망이 크지 않는 법이고,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성공을 재정의하면 성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구에레스 역시 협상 전부터 이런 기대치 낮추기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다녔다. 기후 변화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 기온 상승을 몇 도로 제한하고, 2050년까지 온실 기체를 얼마나 누가 감축하고, 2013년에 만료가 되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하여 선진국들이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 이런 주요 의제는 현실적(?)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주술을 걸어, 세계 시민들의 기대치를 최선과 차선도 아닌 최악과 차악에 맞추고 다녔다. 단지 코펜하겐 의정서에 언급된 몇몇 사안을 가지고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정식화하자는 식으로. 예컨대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기후 변화 긴급 재정 300억 달러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 이제 1년 지났으니 이제 조성해봅시다"라고.

이런 프레임 재설정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수식어가 붙곤 하는 기후 총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파블로 솔론 볼리비아 유엔 대사는 선진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과 전 세계 민중은 협상의 기대치를 높일 것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선진국들은 지구의 미래를 가지고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펜하겐의 경우처럼, 협상 1막에서 이면 협상문 유출 등 굵직한 사건·사고를 기대(?)하는 것은 판단 착오일 것이다. 더구나 칸쿤 협상 결렬은 기대치 낮추기와 상관없이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었다. 최근 국제 온실 레짐이 더 심하게 틀어지고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하원 과반 상실로 기후 법안은 요원해 졌고, 캐나다의 기후 법안도 부결되었다.

특히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하는 교토 체제 유지·연장에 대해 러시아와 일본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역시 소극적이거나 꺼리고 있다. 유럽 역시 개발도상국이 포함되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타국들이 교토 체제를 유지한다면 남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직 노르웨이만이 교토 체제 2차 이행(2013~2017년)을 확실하게 동의하고 있을 뿐이다.

▲ 유엔 센터 내 멕시코 전시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것이 바로 경제 성장과 함께 온실 기체 배출도 급증하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개발도상국을 의무 감축에 포함시키는 단일 트랙 논쟁이다. 개발도상국 감축 의제는 2007년 발리 총회 이후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몇 가지 제안들이 오가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이 제기하는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론과 선진국이 변화된 현재 배출량을 근거로 삼는 개발도상국의 현재적 책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기후 부채와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남반구 센터(South Centre)'와 '제3세계 네트워크(Third World Network)'가 제기하는 질문은 여전히 타당하다. 선진국은 자기 책임과 보상에 소홀히 하며 의무 감축에 소극적이면서(downgrade), 왜 개발도상국이 적극적으로(upgrade) 나서야 하는가?

트랙 일원화 등 모든 이슈에 앞서 가장 중요하고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선진국의 의무 감축 확대이다. 다음으로 신흥 개발도상국의 의무 감축과 그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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