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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지구촌 퍼즐 게임…명쾌한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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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지구촌 퍼즐 게임…명쾌한 설명서

[프레시안 books] <르몽드 세계사 2 :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2년 전 번역돼 좋은 반응을 얻은 <르몽드 세계사> 제1권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에 이어서 제2권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이 책으로 나왔다.

원저 <아틀라스(Atlas) 2006>에 이어서 <아틀라스 2009>를 번역한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발행하는 <아틀라스>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지도'를 곁들여 "우리 눈앞에서 격동하는 복잡한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지침서이다.

과거의 역사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현재의 역사를 분석하고 전망을 내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복잡하고 딱딱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아틀라스> 시리즈가 프랑스는 물론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독자가 변화하는 세계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시리즈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복잡한 국제 문제를 그 분야 전분가들이 2쪽의 제한된 좁은 지면에 짧고 쉽게 설명한 글과,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뚫어볼 수 있는 지도와 도표를 곁들인 것이 비결이다. 그래서 대학생이나 학교 교사, 세계 문제에 관심 있는 비전문 독자들이 독자층을 이루고 있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자평이다.

▲ <르몽드 세계사 2 :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르몽드 디폴로마티크 기획, 최서연·이주영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휴머니스트
<르몽드 세계사 2 : 세계 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은 (1) 새로운 국제 역학 관계 (2) 세계를 보는 시각 (3) 에너지의 도전 (4) 계속되는 분쟁 (5) 전환점을 맞은 아프리카라는 다섯 개의 큰 주제 아래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주요 국제 문제 88개를 다루고 있다. 다섯 주제마다 덧붙여진 한국 필자의 글을 포함하면 총 93개의 문제를 포괄한다.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판된 2009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고 9·11 테러가 일어난 지 8년, 그리고 미국 금융 위기 1년을 맞아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던 때였다. 이 격변기를 진단하고 처방을 찾은 책이 바로 이 <르몽드 세계사> 제2권이다. 이 책은 우리도 함께 겪고 있는 격동기를 현명하게 탈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으라고 본다.

그 동안 우리가 처해 있는 위기와 처방을 다룬 정보가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의 미디어는 대부분 자국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정보와 처방으로 세계인이 고민하는 공동의 위기 탈출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 정보들도 적지 않았다. 위기의 주범인 월스트리트의 자본주의 입장에서 문제를 봤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의 필자들은 우선 신자유주의자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지적 수준이나 이념면에서 자본주의 무조건 옹호론자보다는 훨씬 신뢰할 수 있는 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이다. 이들을 선정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지금까지의 지적 정직성이 그것을 보증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읽은 10여 개 국가 지식인들의 반응이 그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틀라스의 필자들도 인간인 만큼 판단에 과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분석이나 전망을 받아들이는 데도 비판 정신은 놓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정직성은 믿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르몽드 세계사> 제2권을 꼼꼼히 읽고 느낀 소감은 2쪽의 아주 좁은 지면에 문제의 핵심과 해답을 잘 압축했다는 것이다. 건성으로지만 그래도 국제 문제를 반세기 가까이 지켜본 필자도 아틀라스를 읽고 배운 것이 많았고 머릿속의 혼란이 정리되었다. 국제 문제를 아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서 문제의 핵심을 재확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국제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압축한 문제의 핵심과 전망을 기준으로 새롭게 국제 정치를 보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압축 요약해서 사용할 줄 모르면 방대한 자료가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피가 큰 자료는 요점과 핵심을 요약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사정 탓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긴 문장의 핵심 부분을 100자 이내로 줄이는 훈련을 시킨다. 또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도 긴 문장의 핵심 내용을 발췌 요약하게 하는 시험을 친다. 이 책은 불과 몇 분 안에 세계적인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아 학생들이 내용을 압축하는 훈련의 모델로 삼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각 항목을 다룬 지면 끝에 참고할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읽은 내용을 확인 보완할 기회를 주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배려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제시하는 것은 이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에 의례 따라붙는 하나의 관행이 돼 있다. 관련 사이트는 짧은 설명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가 문제를 좀 더 깊이 천착(穿鑿)하는데 아주 유익하다.

원서에는 지면 말미에 관련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번역판에는 그것을 권말의 '참고 문헌'에 한데 모아 놓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트가 프랑스어로 된 것이 많아서 프랑스어를 모르는 독자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하지만, 국제기구의 사이트는 영어로 된 것이 많고 프랑스어 사이트에서도 영문 설명을 추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시리즈는 '지도'가 텍스트 못지않게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흔히 지도라고 하면 우리의 통념상 영토나 땅만을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지도(地圖)라는 말을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지도를 뜻하는 아틀라스는 이제 더 이상 땅과 관련된 지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 아틀라스는 아주 다양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한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화의 정치적 이념적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구상화하는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도의 새로운 이용에 있어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단연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이미 2003년부터 정치사회적 아틀라스를 제작해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사회적 아틀라스"가 차츰 유행하기 시작해서 <지도 밑에 숨겨진 아틀라스>(Atlas dessous des cartes)와 <인간의 아틀라스>(Atlas des peuples)는 수십만 부가 판매됐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이 같은 판매 현황이 아니라 모든 아틀라스 시리즈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이렇게 대중적인 큰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3월호 '눈 땅 지도 제작자' 참고).

첫째 이유는 3개의 사건-1989년 11월 9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01년의 9·11테러, 2008년 10월 15일의 금융 공황-이 국제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세계적으로 경제, 사회, 정치, 이념 및 군사적 틀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이전의 세계를 보는 틀을 어떤 것은 부분적으로 어떤 것은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냉전 시대의 양극 체제에서 1990년대의 미국 지배 시대로 이어지고 이제 다시 새로운 다극화 세계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급변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격변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을 찾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가 제시하는 지구적 시각이 아니면 이 격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데 공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지금 세계는 정보의 과잉 상태에 있다. 모든 사람은 과잉 정보를 얻고 있다. 양적으로 정보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는 뒤죽박죽 상태의 정보이다. 정보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럽다. 이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보의 위계를 설정하고 판단해서 정리하는 틀이 필요하다. <르몽드 세계사> 시리즈가 짧고 간결한 설명과 지도, 도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뉴스의 위계화와 잔망의 틀을 제공하고 독자들이 이러한 시도에 만족하고 있다.

셋째, 우리는 지금 이미지(image)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지 문화는 가장 젊은 세대가 앞으로 세계를 이해하는데 불가결한 도구 역할을 한다. <르몽드 세계사>의 '지도'는 "슈퍼 이미지"이다. 몇 센티미터의 지면에 많은 정보가 담긴 지도는 긴 글보다 더 효과적으로 쟁점의 열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넷째 이유는 주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세계를 보는 거시적인 비전에 민감한 동시에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80여 명의 기고가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제작 팀 간에 의견과 토론-때로는 충돌하기도 했지만-을 통해 일관된 공동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 이 책의 분석의 질과 권위를 높여준 것이다.

다섯 째 이유는 '지도'의 영향이다. 저널리스트들은 뜻이 명백한 질문에 대해서 분명한 해답을 내놓기 보다는 우회적인 또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도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다. 지도의 선과 색채는 "적당한" 것을 표현할 수 없다. 가부가 분명해야 한다. 지도가 독자의 판단을 분명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르몽드 세계사>의 지도 제작자는 글로 쓰인 설명을 기계적으로 선과 색채로 옮기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선의 길이와 굵기 방향 및 크레용의 색채를 통해서 짧은 글로 설명이 충분치 않은 국제문제 해답의 간극을 직감적으로 메워주고 연결해 주는 기술자인 동시에 "예술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총 93편의 글에 지도와 도표가 300개 이상 사용되고 있으며 80여 명의 기고가에 지도 제작자가 7명이나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르몽드 세계사>가 지도의 역할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책을 읽을 때 텍스트 뿐 아니라 지도를 특별한 관심을 읽어야 각 항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 주고 싶다.

<르몽드 세계사>는 그 분석과 전망에 공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격변하는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유익한 지침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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