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들의 수명은 2년마다 거의 한 살씩 증가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100살을 훌쩍 넘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수명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을 표시하는 건강수명은 그리 증가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래 사는 건 좋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노화가 진행되는 사람의 몸
늙어 죽지 않고 영생하는 것은 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요? 진화에 의해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태어났다는 설명에 따르자면 우리의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세균은 사라지지 않고 영생이 가능합니다. 세균은 자손을 낳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열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세포생물은 죽어 없어지는 방법을 선택했으므로 아무리 영원한 이별이 슬픈 일이라 해도 생명을 다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갓 태어난 어린이들의 피부를 만져보면 누구나 즐거운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탱탱하고 매끄러운 피부는 닿기만 해도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이것이 아기를 보면 안아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비록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아기는 자라날수록 초기에 어른들이 가졌던 기대를 망가뜨려 가기 시작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중년을 넘어서게 되면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져 주름살이 생기게 되고, 머리카락의 색깔도 흰색으로 변해 가는 등 신체의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피부를 탱탱하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기도 하고, 흰머리가 싫은 분들은 머리에 염색을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늙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젊게 보이고 싶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화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직까지 노화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서 노화의 정확한 기전을 알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노화에 대한 관점은 프로그램 이론과 손상 이론입니다.
프로그램 이론은 생명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생물체 내에 존재하는 특정 생물학적 인자들이 노화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이 옳다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화가 시작되고, 인간의 힘으로는 이를 막을 수가 없으므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늙어가게 됩니다.
손상 이론(혹은 에러 이론이라고 함)은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의 몸에 손상을 일으키는 수많은 환경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는 이론입니다. 생물체에 노출된 해로운 환경 요인이 생물체의 정상 기능을 막음으로써 그 때마다 이러한 나쁜 자극에 의해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 이 이론입니다.
운동이 수명을 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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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정말로 몸에 좋은 것이라면 이를 수명 증가와 연관을 지어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운동이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연구의 한 예를 들면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1만7000명을 대상으로 20년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구를 진행한 결과 운동이 생활화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훨씬 긴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얻은 주요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가벼운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대 수명이 크게 높다.
② 정기적 운동은 흡연과 과체중에 의한 수명 감소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③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사망률을 반으로 줄인다.
④ 일주일에 약 16㎞(10마일)를 걷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20% 감소한다.
⑤ 조기 사망 가족력을 지닌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⑥ 운동을 포함한 활동적 생활습관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한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 노화가 방지되는 이유
"바람직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가?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가?"
이 질문의 정답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입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영양분의 기능이 인체 내에서 서로 다르고, 각 영양소는 모두 인체에 필요하므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조선 시대 이전에는 절대적으로 육류 섭취량이 부족했으므로 항상 채소와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식을 주로 먹다 보니 가끔 한 번씩 고기를 먹게 되면 다른 때보다 훨씬 맛을 잘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대인들의 식습관의 변화는 육류를 많이 섭취하지 않더라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진화에 의해 형성된) 과거의 입맛은 오늘날에도 다른 때보다 고기를 먹을 때 먹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건강 프로그램에나 기사에서 "고기를 많이 드십시오"보다는 "채소를 많이 드십시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 원인입니다.
채소로 된 식단을 주로 제공하는 뷔페식당에서 "인체를 활성화시키는 비타민이 듬뿍 든 채소를 양껏 드십시오"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채소에는 항산화 효과를 지닌 비타민C와 비타민P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인체에서 일어나는 산화 과정을 약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인체의 산화 과정에서는 프리라디칼에 해당하는 물질이 많이 형성됩니다. 프리라디칼은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하고, 노화를 야기하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는 등 몸에 해로운 영향을 일으키므로 얼른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흔히 항산화 효과라 하며,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이 효과를 잘 일으키는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게 됩니다.
운동은 스트레스에 의한 노화를 방지
위에 소개한 "운동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어떤 기전에 의한 것일까요?
최근에 운동이 스트레스에 의해 야기되는 텔로미어(염색체 끝에 존재하는 부분)의 길이 감소를 방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에펠(Elissa Epel) 등이 <PLos One>이라는 저명 학술지 5월 26일자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유전, 사람의 생활양식,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으며, 운동을 열심히 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지 않도록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텔로미어라는 용어가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10여 년 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을 때 언론의 보도 내용을 기억 또는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돌리가 태어난 직후에는 복제가 성공한 줄 알았지만 겉으로 보기와 달리 실제로 몸속에 들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엄마의 것과 같았으므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실제로 돌리는 제 수명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 직후 관련 연구자들이 동물을 복제할 때,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존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텔로미어가 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2009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블랙번(Elizabeth Blackburn)도 이 연구에 공동 연구자로 참여를 했습니다. 현재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이 수명은 물론 당뇨와 관상동맥질환 등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연구팀은 활기찬 운동을 함으로써 세포 노화를 억제할 수 있으며, 그 기전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텔로미어에 손상을 가하는 것에 대해 운동이 보호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 주장합니다. 예를 들자면 적게는 3일에 42분간 왕성한 운동을 하는 경우에 스트레스에 의해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성인의 경우 매주 75분간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150분간 중등도의 운동을 하라고 권하며, 사춘기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은 매일 90분간 운동을 할 것을 권합니다.
적절한 운동은 만병통치약입니다. 막연하게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전까지 밝혀져 가고 있는 중이니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운동을 생활화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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