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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총리 납치극의 진실 …"정부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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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총리 납치극의 진실 …"정부군이 없다!"

[해외시각] "가다피 없는 리비아, 20만 무장세력들의 각축장"

한 나라의 총리가 정부청사이자 숙소로 쓰고 있는 호텔에서 한밤중에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가 다른 무장세력의 설득에 의해 6시간만에 풀려났다. 바로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사건이다.

다음은 <뉴욕타임스>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이번 사건의 배경에 대해 쓴 분석기사의 주요 내용(
원문보기)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 사건을 이해하는 열쇠는 "리비아는 원래부터 정상적인 국가 조직을 갖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무하마르 가다피라는 독재자가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를 해왔지만, 가다피 시절조차 리비아에는 정부군이라고 할 만한 조직도 없었다. 다만 미국에 의해 가다피가 살해된 이후 리비아는 더욱 무정부 상태가 되었을 뿐이다. <편집자>

▲ 지난 10일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6시간 뒤 풀려난 리비아의 알리 제이단 총리.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정부와 정통성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리비아의 현실이 있다. ⓒAP=연합뉴스

사조직 무장대원 20만명, 급료는 정부가?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새벽 2시30분에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급습한 무장세력에 의해 끌려나갔다. 수도 트리폴리 중심가에 있는 호화 호텔에 있는 총리 숙소에서 무장세력이 총리를 납치해갔다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기이한 사건이다.

하지만 무장세력이 도전 상대가 없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리비아라면 얘기가 다르다. 사건 며칠 전에도 일단의 무장집단이 제이단 총리 집무실에 체불 임금을 요구하며 쳐들어 왔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떠나기를 거부하고 집무실을 뒤집어 놓은 뒤 사라졌다.

그뿐이 아니다. 무장세력들은 리비아의 주요 자원인 원유 생산을 방해하고, 수도로 들어가는 상수도를 폐쇄하고, 전기를 끊고, 총기와 마약 밀수를 일삼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처벌할 세력은 없다.

가다피가 몰락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리비아라는 국가에서는 무장세력을 통제하기는커녕 국가통합도 힘겨운 실정이다. 수도 트리폴리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혁명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장세력이 총리를 납치한 이유로는 처음에 정치적 보복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5일 미군 특수부대의 알카에다 간부 체포 작전을 리비아 정부가 승인한 것에 대해 보복했다는 것.

하지만 이 무장세력은 제이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체포 작전에 대한 보복'설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트리폴리 전역에 걸쳐 무장대원들은 허약한 중앙정부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건물들과 주요 교차로들을 지키는 대원들은 미군 군복을 입고, 픽업트럭 뒤에 장착된 대공포에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다피 정권 시절 무수히 많은 무기창에 있던 무기들은 사병조직들로 넘어갔다. 지금 리비아에서는 집집마다 총을 갖고 있다. 리비아에는 무장대원이 20만 명 가량에 달하고, 그들은 정부로부터 급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충성하는 관계가 아니라 자기 지휘관들에게만 충성을 하는 관계다.

가다피 정권에 대한 반군으로 형성된 리비아의 무장조직들은 가디피 몰락 이후 지역 또는 정치적인 경쟁 관계를 보이고 있다. 크게 두 집단으로 나뉜다. 하나는 트리폴리 주변 서부지역의 유명 계파 출신들로 진탄 지역을 근거지로 하고 있이며, 다른 하나는 반군 거점 도시로 알려진 미스라타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

두 집단은 지난 라마단 기간에 정면 충돌했다. 정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탄 무장조직은 가다피의 아들 세이프 알이슬람에게 정권의 정통성을 넘겨주길 거부했다. 그들은 중앙정부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리비아 남부 유전지대로부터 주와라흐 항구로 이어진 원유수송관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반정부 투쟁이 시작된 벵가지 주변의 리비아 동부에서는 규모가 큰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있으며, 이들은 반군의 공세에 밀려 탈영한 옛 가다피 군인들로 구성된 무장조직과 종종 충돌한다. 어떤 무장조직들은 중앙정부에 대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통제 안되는 강력한 부족들

리비아의 수많은 부족들도 통제가 안되는 강력한 세력들이다. 가다피 정권의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인물의 딸을 트리폴리의 한 무장조직이 납치했을 때, 이 인사가 속한 남부의 강력한 부족은 수도로 이어진 상수도관을 곧바로 막아버리는 보복조치를 취해, 지난 여름 사막의 더위 속에서 주민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리비아 정부는 분열된 무장세력들을 정규군과 정규 치안 조직으로 통합하기 위해 이들에게 급료를 주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무장조직들은 수도에서 떠나줄 것을 명령햇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많은 주민들은 정부가 급료를 주는 조치로 더 많은 사람들이 무장조직에 가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다피 몰락 이후 리비아의 첫 통치기구인 과도정부위원회 소속 무스타파 알마넨은 "국가에 봉사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버렸다"고 개탄했다. 가다피 정권에 대항한 반군은 당초 2만명 정도였다. 처음부터 반군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가다피 정권의 친위대 군인들조차 '혁명전사'로 위장해 무장조직에 가담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헌의회 의장이 총리 납치 지시?

총리를 납치했다고 스스로 밝힌 무장대원들은 리비아 혁명합동작전실이라는 무장집단 소속이다. 리비아 최고 정치기구인 제헌의회 의원에 따르면, 이 조직은 제헌의회 의장 누리 아부사흐멘의 지시에 의해 불과 며칠 전에 급조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총리가 납치에서 풀려난 뒤 기자회견을 할 때 바로 옆에 서있던 사람이다.

총리를 풀어주도록 납치 조직과 협상에 나선 사람은 칼리드 샤리프라는 국방차관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용사로, 가다피 정부에 대항한 리비아 이슬람 투쟁조직의 지도자였다. 그는 9.11 직후 알카에다와 연계된 혐의로 미국에 의해 억류되기도 했다.

외교차관 와파 부가이기스는 "강력한 군대와 경찰 조직이 있는 다른 나라들과 리비아를 비효할 수 없다. 리비아에는 그런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가다피 정권 때도 친위대가 있었을 뿐이고, 가다피는 자신의 반대세력을 제거하는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가다피 몰락 이후 행정조직 등 국가를 운영할 조직들이 하나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됐다"면서 " 리비아처럼 커다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는 "이런 나라가 하룻밤이나 1년여 사이에 질서가 잡힐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의 지도자들은 진짜 문제는 무장대원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반군조직들은 조직이 해체돼 국가 정규군이나 경찰로 흡수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지역개발과 자원 분배가 불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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