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저는 9일자로 <가디언>에 게재된 이 기고문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의 지배력을 다지고 있는 중국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란이나 지하드 전사보다도 더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원유 등 아프리카의 자원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 접근방식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리카 35개국에 군대를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나이로비 쇼핑몰테러와 같은 폭력사태를 초래하는 반면 중국은 경제개발 등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그는 경고했다. <편집자>
▲ 아프리카 등 여러 대륙에 걸쳐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향후 세계 평화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올해 APEC정상화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참한 반면, 가장 주목받는 외국 정상으로 환대받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벌어진 '쇼핑몰 학살 사건'의 이면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전면적인 침략과 아시아에서의 전쟁이라는 커다란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건의 주도자를 자처한 이슬람 무장조직 알샤바브 조직원들은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오늘날 제국주의에 의해 갈갈이 찢겨진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소말리아를 들 수 있다. 소말리아인들은 하나의 언어와 종교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여러 파벌로 나뉘어 있다. 소말리아인들의 분열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등 제국주의의 주체가 빈번하게 바뀐 역사를 보여준다.
소말리아를 지배하던 시절, 영국의 한 관료는 "소말리아인들이 서로를 증오하도록 분열시켰을 때, 통치가 잘 되는 법"이라고 썼다.
소말리아는 세계은행과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의해 난도질 당하듯 인위적으로 분열되고 오랜 궁핍에 시달리는 살아있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무기인 무인기(drone) 등 첨단무기들이 넘쳐나는 무기 전시장처럼 되어 있다.
미국의 의회조사국(CRS)은 "소말리아의 이슬람법정연합(UIC) 세력은 그들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주민들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서방권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보도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 보고서를 일축했다. 지난해 1월 힐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미국의 말을 잘듣는 인물을 세상에 선보였다.(알카에다의 일파인 이슬람법정연합은 한때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하면서 소말리아 정권을 장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슬람 강경세력임을 우려한 미국은 케냐, 우간다 군 등을 동원해 지난 2011년 이들을 군좌에서 축출했다. 지난 9월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는 이러한 미국과 케냐 등의 군사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UIC의 청년무장조직인 알샤바브가 저지른 것이다: 역자)
소말리아의 대통령 하산 모하무드는 "소말리아는 미국 정부의 흔들림 없는 지원에 감사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에 감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쇼핑몰 테러'는 9.11와 런던 폭탄 테러가 침략과 불의에 대한 명백한 반응인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때 별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지만, 이슬람 성전운동(Jihadism)은 이제 고삐 풀린 제국주의의 부활과 함께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2011년 나토가 리비아를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만든 뒤(즉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낸 뒤) 아프리카 지배에 걸림돌이 된 마지막 장애물도 무너졌다. 영국 국방부는 "에너지, 광물, 비옥한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민간인 희생이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는 보고서를 냈다.
대륙을 침략할 때 PR문제에 민감한 무기산업체 BAE시스템과 바클레이스캐피탈과 BP 등은 "정부는 리스크 관리가 영국 국민을 위해 필요한 국제적 임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의회 정보 및 안보 위원회로부터 외국에 대한 침략행위가 본국에서 벌어질 보복공격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공략, 미국과 중국이 보여주는 정반대 방식
미국의 아프리카사령부는 아프리카 35개국에 걸쳐 병력을 전개하면서, 뇌물과 무기 확보에 혈안이 된 독재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영국도 인도에서 이런 전략을 쓴 바 있다.
파트리스 루뭄바에서 넬슨 만델라에 이르는, 아프리카가 자부하는 해방의 역사는 새로운 식민 엘리트에 의해 망각된 듯하다. 프란츠 파농은 반세기 전 "식민 엘리트의 '역사적 임무'는 포장된 야만적 자본주의에 자국민들을 종속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백악관에 있는 '아프리카의 아들(오바마)'에게도 꼭 들어맞는다.
오바마의 입장에서 이런 임무에 대한 더 큰 압박을 받게 하는 요인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아프리카는 중국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무대다. 미국인들이 이곳에 무인기를 등장시켜 목표물을 암살하려 할 때, 중국은 도로와 교량, 댐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자원, 특히 화석연료다. 그러나 나토가 리비아 공습으로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현지에서 일하던 3만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리비아 석유 개발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이제 중국은 이슬람 무장세력이나 이란보다도 더 큰 미국의 걱정거리가 됐다.
심상치 않은 미·일 군사협력 강화
'아시아 중시'라는 미국의 정책은 이 시대에서 세계대전을 초래할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상대역들과의 회동한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는 전쟁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미국은 오는 2020년까지 해군력의 60%를 아시아에 배치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은 우익 정부인 아베 신조 내각 체제에서 급속히 재무장으로 가고 있다. 아베 신조는 '새롭고 강한 군대'를 육성하고 '평화헌법'을 교묘히 바꾸려는 공약으로 지난해 12월 집권했다.
교토 인근 미일 미사일 방어체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첨단 무인기 글로벌호크 배치로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에 도발 수위를 첨예하게 높였다. 이 일대는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댜오위 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일 양국은 기습작전에 대비해 첨단 수직이착륙기를 배치하고 있다.
호주, '미국의 용병' 관계로 위기 맞을 수도
태평양 괌 섬에는 9000명의 미 해병대를 포함해 인도차이나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전례없는 미국의 군비 증강을 합리화하는 정부의 선전과 함께 무기시장과 군사 모임이 펼쳐지고 있다.
앨리스 스프링스 인근의 파인갭의 거대한 미군 기지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듯, 지역 일대를 넘어선 미국의 감청 허브다. 전세계를 무대로 한 오바마의 무인기 암살 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호주군은 미국의 용병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며 2008년 경기침체를 호주가 비껴갈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한 나라다. 중국이 아니었다면, 호주의 광산붐은 없었을 것이다.
호주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제기하는 위험들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드물다. 토니 애벗 총리의 후원자인 루퍼트 머독이 호주 언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호주에게 원하는 선택지에 대한 우려가 가끔 표출되기는 한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중국을 공격하는 미국의 계획은 중국의 감시, 정보,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작전이 포함될 것이며, 이런 공격계획은, 중국이 중국 본토에 대한 재래식 공격을 핵능력을 박탈하려는 의도로 인식할 경우 중국의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남다르게 만드는 것은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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