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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집중 건설되고 있는 미군 기지"…왜?

[해외시각] "중동ㆍ북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위해"

다음은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지난 3일 게재된 'The Italian Job'(원문보기)이라는 글의 주요내용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미군 기지 중심지 독일 못지 않게 이탈리아가 미군기지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필자 데이비드 바인은 워싱턴 주재 아메리칸대 인류학 교수로서 미군 기지 현황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학자다. 그는 <능욕 당한 섬: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 기지의 숨겨진 역사>의 저자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마더존스 등 여러 매체의 필자로 활동해왔다.

바인은 이 글에서 미 국방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탈리아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편집자>


▲ 이탈리아에 글로벌호크 등 첨단 무인기까지 운용하는 미군기지들이 대거 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미군 기지 건설에 막대한 예산 투입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년에 걸쳐 이탈리아에 미군 기지를 세우기 위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는 미국 군사력의 핵심 교두보로 점점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 군부는 유럽 내 미 군사력의 무게중심을 기존의 독일에서 보다 남쪽으로 이동시켜 왔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냉전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의 군사력이 집중 배치된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탈리아 반도가 그 역할을 떠맡고 있다.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이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미국의 군사기지 중 나폴리, 아비아노, 시칠리아, 피사, 비첸차에 있는 기지 건설에만 미 군부는 냉전 이후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건설계획 자체가 비밀인 공사와 인건비 등 운용 비용은 별도다.

독일 주둔 미군 병력은 소련 붕괴 당시 25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5만 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이탈리아에는 1만3000명(가족은 1만6000명) 정도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냉전 당시 가장 많이 주둔했던 규모와 비슷하다. 유럽 주둔 미군 병력 중 이탈리아에 배치된 병력의 비중은 1991년 이후 3배나 늘어 5%에서 15%를 넘어섰다.

지난달 베네치아 인근 비첸차에 있는 새 미군 기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지은 지 3개월밖에 안된 이 기지에는 신속대응군 임무를 띤 173 보병여단과 아프리카사령부 소속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 기지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을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남북으로 1마일에 걸쳐있다.

145에이커 넓이의 이 기지는 워싱턴 내셔널 몰이나 110개의 미식 축구장을 합친 정도의 크기다. 이 기지와 이미 최소 6개의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비용은 2007년 이후 6억 달러가 넘는다.

이탈리아, 아프리카· 중동 일대 미 군사 교두보

미 국방부는 전세계에 800여 개의 해외기지를 두고 있는데, 냉전 이후 유럽의 중앙 지역에서 남쪽과 동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 군사기지 현황에 정통한 전문가 알레산더 쿨리는 "미 국방부 관료들은 이탈리아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에 가까운 전략적 위치, 강력한 대테러 노선, 미군에 대한 우호적인 정치환경 등, 미 국방부가 이탈리아에 대규모 기지와 병력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중요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시인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미 군사기지가 강화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비첸차의 야권 인사들 정도다. 그들은 비첸차가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이탈리아는 독일(179), 일본(103), 아프가니스탄(100에서 감소 추세), 한국(89)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미군기지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런데도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탈리아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기지가 공식적으로는 나토가 사용하기 위한 이탈리아 기지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비첸차 동북쪽 아비노의 미 공군기지는 규모가 작았다. 이듬해 스페인에서 F-16 전투기를 이곳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미 공군은 이 기지를 제1차 걸프전 이후 주요 전투 작전의 전초기지로 변모시켰다. 이런 변신에 6억 1000만 달러가 투입됐다(미국은 나토에게 절반이 넘는 비용을 부담시켰으며, 이탈리아는 210 에이커의 땅을 무상 제공했다).또한 2004년 이후 미 공군은 1억15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추가 건설을 했다.

미 해군도 뒤지지 않았다. 1996년부터 3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나폴리 공항에 새로운 작전 기지를 건설했다. 인근에는 4억 달러로 추정되는 비용을 들여 지원부지를 30년간 임대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 기지는 나폴리 마피아의 근거지에 위치하고 있고, 건설도 카모라라는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기업이 맡았다.

2005년 미 해군은 유럽 본부를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이전했다. 북대서양에서 아프리카, 중동, 흑해로 주력부대를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이 아프리카사령부를 창설하면서 본부는 독일에 두었지만, 나폴리는 유럽 주둔 미 해군과 아프리카 주둔 미 해군의 합동작전의 중심지가 되었다. 나폴리 기지 웹사이트에 나폴리, 지부티, 리베리아, 불가리아의 현지시각을 표시한 것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시칠리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점차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미 국방부가 아프리카 일대의 군사작전의 중심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지중해 건너 100 마일도 떨어져 있지 않다.

2001년 이후 미 국방부는 시칠리아에 3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시고넬라 해군비행기지를 건설했다. 이탈리아의 미 군사기지 중 비첸차를 제외하고 이 기지 건설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시고넬라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분주한 해군비행기지가 됐으며, 2002년 첨단 무인기 글로벌호크가 발진한 기지로 처음 사용됐다. 2008년 미국과 이탈리아는 이곳을 무인기 기지로 사용하도록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비밀협정을 맺었다.

이후 미 국방부는 글로벌호크 기지 건설에만 최소 3100만 달러를 들였다. 이곳의 무인기들은 나토의 정찰 능력을 시고넬라로부터 1만 마일 떨어진 곳까지 확장시킨 나토의 17억 달러짜리 동맹지상정찰시스템의 토대가 되고 있다.

2003년부터 '아즈텍사일런스 합동기동부대'가 시고넬라에 있는 P-3 정찰기를 사용해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대의 반군를 감시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아프리카사령부는 이 기지에 약 180명의 해병대와 2대의 항공기로 구성된 기동부대를 배치했다. 이 부대는 보츠와나, 리베리아, 지부티, 부룬디,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튀니지, 세네갈 등의 아프리카 군 요원들에게 대테러 훈련을 제공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시고넬라는 글로벌 방송서비스 통신위성 3개 중 한 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나토의 합동정보,감시, 정찰 기지와 데이터 분석, 훈련 센터의 중심지가 될 예정이다.

지난 6월 미 상원의 해당 상임위는 특수작전부대와 CV-22 오스프리를 영국에서 시칠리아로 이전할 것을 권고했다. 시고넬라가 리비아와 관련된 임무의 핵심 교두보이며,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북아프리카의 테러 훈련 활동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근 니세미에도 미 해군은 초고주파 통신위성을 건설하길 원하고 있다.

미 육군은 토스카나 해안가를 따라 대규모 지하 무기고가 있는 캠프 다비의 인력을 일부 감축했지만, 이탈리아로부터 해상으로 중요한 물자공급을 전개하는 기지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새로운 건설에만 60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탈리아의 협조 배경, 군수산업으로 경제회생 도모?

냉전 당시 독일은 소련의 공격 통로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나토의 유럽 방어 전략에서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독일의 지리적 중요성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게다가 미 지상군 배치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고, 공군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 어디든 출격하기 위해서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독일은 군사운용에서 불편한 입지가 되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지중해의 하늘과 바다로 직접적인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 들어서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증가하면서 이탈리아는 미군 기지가 들어설 매력적인 위치가 되고 있다.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이탈리아는 군사작전에 대한 규제가 별로 없다는 점도 미국이 이탈리아를 기지 운용지로 선호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이탈리아 기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1954년 체결된 나토 기지 협정 조항을 위반하는 기지 사용에 해당하는데도 미군의 기지 활용을 허용했다.

2003년 5월 당시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 멜빈 셈블러의 비밀 전문이 나중에 위키리스에 의해 폭로됐는데, 이 전문에 따르면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미 국방부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허용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미군 기지 중심지가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전환되는 배경에는 이라크 전쟁 당시 독일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한 응징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군사연감 <제인>의 2010년 감시안보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에서 이탈리아는 3000명의 병력을 파병함으로써 이탈리아 기업들에게 이라크 재건사업 계약을 수주하게 했으며, 두 나라의 동맹관계를 한층 공고히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세도 이탈리아는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가 미국의 주도하는 전쟁에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온 배경에는 이탈리아의 경제가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무기 생산을 경제회생의 주요 수단으로 의지했다.

제인 연감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무기 제조업체 핀메카니카 같은 기업들은 미국 등 군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2009년 이탈리아의 무기 수출액은 60% 증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미군에 달 몰린 기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F-35 전투기 같은 값비싼 무기 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정부 지분이 30%가 있는 핀메카니카는 2008년에 미국에 23억 달러의 무기를 팔았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유럽의 미 군사력의 기반으로서 독일의 지위를 빼앗을 정도가 된 것은 아니다. 독일은 미 군사체제에 유기적으로 깊이 연게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 국방부는 세계 곳곳의 지역별 거점을 정하고 이곳에 상당한 기지를 집중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Horn)의 지부티,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 페르시아만의 바레인과 카타르, 동유럽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태평양의 호주, 괌, 하와이,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 등이 이런 곳들이다.

이탈리아의 미군기지들은 아프리카에서 중동에 이르는 지역에서 분쟁일 발생할 때 새로운 전쟁과 군사개입을 벌이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미국이 왜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여전히 기지를 두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이런 기지들은 미국의 안보라는 명분하에 영속적인 폭력, 전쟁, 불안정으로 우리를 이끄는 데 기여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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