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저격수'로 나선 신경민, 잇단 의혹 제기…4연타석 안타
민주당의 첫 타자로 발언대에 선 신경민 의원은 "이 건의 핵심과 본질은 혼외자녀 의혹이 아니다. 총장 찍어내기, 정부수립 이후 우리가 처음 보는 권력과 검찰 간의 일대 불법사찰과 권언(권력과 언론)유착이 핵심"이라고 전제하며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6월 14일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이후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찰 출신 서천호 국정원 2차장에게 채 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은 "그러나 서 차장은 '국정원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어 직접 하기 곤란하다'며 '경찰 정보라인을 통해 하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곽 전 수석은 경질되며 이중희 후임 민정비서관에게 이 모든 자료를 주고 청와대를 나갔다. 그런데 곽 전 수석의 다른 행적이 있다. 이 자료를 들고 선후배 사이인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채동욱은 내가 날린다'고 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중희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게 전화해 '채 총장은 곧 날아간다. 줄 똑바로 서라'고 하면서 '2부장이 수사하고 있는 국가기록원 수사는 채 총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청와대에 직보하라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또 "저희가 확인해 보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 출신 모 정치인을 만나 '중앙지검장과 공안부장 두 사람을 날려야 한다. 채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방법이 뭐냐'고 했다"고도 했다.
신 의원의 이같은 의혹 제기 4건 전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확인한 바 없다",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특히 세 번째 의혹인 이중희 비서관과 김광수 부장검사의 통화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그런 일 없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채 전 총장과 의혹의 여인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는 누가 수집할 수 있는가"라며 감찰자료 수집의 법적 근거도 따졌다. 황 장관은 "저희가 확인한 건 법적 근거에 의해 했고 언론사가 확인한 경위는 전혀 모른다"고 답변했다. 신 의원이 재차 "이런 자료는 청와대, 국정원, 검찰, 경찰 정도만 알 수 있고 그것도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추궁했으나 황 장관은 "꼭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더라도 행정기관 간에 적절한…(절차에 따라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황 장관의 답변이 끊어진 것은 신 의원이 다시금 "혈액형은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여권에 나와 있다'고 하는데 없다"고 물었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이에 대해서는 "저희는 혈액(형)을 확인한 바 없다. 어떤 언론이나 기관,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채 전 총장과 내연관계이자 혼외 아들의 친모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 아무개 씨와 그 아들의 혈액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의 답은 '우리 법무부는 안 했다. 청와대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른다'는 뜻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또 <조선일보>를 거론하며, 신문이 '국정원 사건 검찰 수사결과에서 CCTV 자료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 등 검찰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계속해 왔다면서 "이런 보도는 동서고금에 매우 이례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전 정보기관과 청와대까지 나섰다. 언론은 스스로 '하청언론'이 됐다. 권언유착으로 한 몸이 된 가장 비열하고 타락한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한 검찰 직원이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채 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린 지 6분 만에 검찰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 "글을 내리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을 새로이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검찰 내부 동향을 감찰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게다. 황 장관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 의원은 법무부 감찰 과정에서 왜 채 전 총장의 선산을 확인해야 했는지 따져 물었고, 황 장관은 "진상조사에서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았는데, 그 진술의 앞뒤 정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갈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해당 진술이 어떤 내용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너무한 거 아니냐. 왜 조상 묘까지 파헤치나"고 언성을 높였다. 이 의원은 또 민간인인 임 씨의 인적사항을 조사한 것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비기며 불법성을 지적했으나 황 장관은 "그건 (법무부) 감찰관이 전혀 확인 못 한 부분"이라며 임 씨에 대한 자료 수집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황교안 법무장관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
與 권성동 "감찰발표, 채동욱 위한 배려"…김진태 "여성정치인과 부적절 관계"
반면 새누리당은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전혀 없었으며 이는 채 전 총장의 개인 도덕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채 전 총장을 감싸고 있다며 반격 정치공세도 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 사건의 성격은 명확하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장이 일부일처제를 어긴 의혹을 받고 있다는 도덕성 문제"라며 "민주당은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시키며 청와대나 국정원 개입설 등 사건 성격을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만약 국정원이 했다면 더 풍부한 증거를 확보한 이후 터뜨렸겠지, 이번처럼 사진 한 장 없는 상태에서 의혹이 제기되도록 내버려 뒀겠나"라고 하기도 했으나, 최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수사결과 등을 놓고 국정원의 의도 뿐 아니라 '실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권 의원은 야당에 대해 "공직 후보자에게 도덕적 의혹이 있다면 낙마시키고자 하는 게 민주당의 오랜 정치관행 아니냐"며 "혹시 (채 전 총장이)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했기 때문 아닌지, 민주당과 채 전 총장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법무부의 감찰 결과 발표 내용이 너무 간단하다는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다"며 "제가 보기엔, 채 전 총장 감찰결과를 아주 간단히 발표한 건 검찰 조직과 채 전 총장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 권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이 정도를 가지고 과연 사퇴 건의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은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더 캐물었으나, 황 장관은 "말씀 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 양해해 달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황 장관은 임 씨가 채 전 총장의 고등검사장 시절 집무실로 찾아온 정황에 대한 권 의원의 질문에도 "여러 합리적 추측이 있으나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했다. 전날 조선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 케이블방송 <TV조선>이 임 씨의 전직 가정부의 증언이라며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한 것이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TV조선> 보도와 관련해 "직접 확인한 것 없나?"라고 황 장관에게 물었다. 김 의원은 황 장관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 봤다"고 답하자, "그런 것도 확인 안하고 사표 수리해 달라 했느냐"고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가 언론에도 미치지 못하나? 기왕 나섰으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명명백백히 진상이 밝혀진 다음에 사표 수리를 건의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법무부 감찰의 부실함을 타박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감찰관실 조사는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에서 김 의원은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에 적극 나서며 이른바 '물 타기'를 주도했다. 채 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찰설을 제기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과거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들인 로비스트 박태규와 박근혜 대통령의 유착관계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김윤옥 당시 영부인 개입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로스쿨 부정입학설 등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발언자 신뢰도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세다.
김 의원은 "최근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모 야당 중진 정치인은 채 총장 인사청문회 이전에 이미 혼외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야당은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며 야당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권성동 의원이 언급한 '커넥션' 의혹의 재탕이다.
또 김 의원은 "채 전 총장과 임 씨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 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의심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채 전 총장의 사생활 의혹을 추가로 제기,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김 의원은 "이제는 제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질의를 마쳤다.
한바탕 소란과 함께 김 의원의 질의 순서가 끝나자, 의장을 대신해 본회의를 진행하던 박병석 부의장은 "이 회의는 생중계되고 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품위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 직후 질의를 가진 이춘석 의원은 '우리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이라고 호칭하는 국회 관례에 빗대 "조금 전에, 우리 존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 김진태 의원이 (질의 중) 사서삼경을 얘기했는데, 초등학교 도덕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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