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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축소 방안, 건설사 돕기 위한 방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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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축소 방안, 건설사 돕기 위한 방편일 뿐"

[토지+자유 비평]"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막으려는 하책"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매매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전세난만 가중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9일 '7.24 '주택공급 조절방안''의 민간부문 공급조절 조치에 대한 세부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실행방안을 살펴보면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세난 해결이라는 정책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에게만 불필요한 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정부의 주택공급 조절 방안은 수도권 미분양 처분을 위한 건설사 이익챙겨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이번에 발표된 네 가지 방안 중에서 '깡통전세'를 막기 위한 개인 임차인 대상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방안은 수도권 분양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을 늦추기 위한 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미분양 아파트를 일시적으로 임대주택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세 시장의 공급은 확대하고 매매 시장의 공급은 축소시키려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모기지 보증'의 도입이다.

두 번째는, 분양물량 일부를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건설업체에게 분양가의 50~60%까지 저리 자금(연 4~5%)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후분양 대출보증'의 도입이다. 세 번째는, 신규 분양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분양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분양보증에 대하여 '분양성 평가 강화'를 하는 것이다.

밀어내기식 분양을 막아보려는 정부

현재의 주택시장은 장기간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분양물량이 분양시기를 미뤄오다가 비용부담이 커지자 이익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육지책성 분양, 즉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밀어내기식 분양을 막아 민간부문의 공급을 축소시켜야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민간 건설사의 공급을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 민간 기업의 행위를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특히 이미 비용을 투입하여 건설이 이루어 졌거나 혹은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건설사의 공급 행위를 조절하려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공급 조절로 인해 민간 건설사들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밀어내기식 분양을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정부로서는 건설사들의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안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모기지 보증'을 이용하면 아파트 분양가의 최대 70~80%를 연 2%대의 저리로 조달하여 미분양 아파트를 무리하게 처분하지 않고 전세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 방안이다.

이는 대부분의 대기업 건설사들이 연 3.5% 수준의 조달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민간 건설사들로 하여금 밀어내기식 분양을 안 해도 될 만큼의 충분한 인센티브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분양 대출보증'의 경우는 이러한 의도를 보도자료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건설업체는 선분양을 통한 자금조달 외에 마땅한 자금 조달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분양시장이 침체되어도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밀어내기식 분양은 막기 힘들고, 건설사들에게 이익만 안겨줄 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 명백하게 잘못되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때이거나, 시장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이 미비하여 룰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두 가지의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의 주택시장은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만큼 명백하게 잘못된 상황이 아니다.

또한 민간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전환하거나 분양시기를 조절하는데 제도적인 장애물이 있다면 시장의 룰을 정비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이번 방안은 룰을 정비하려는 것을 넘어서,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를 준 것에 불과하다.

만약 후자의 상황이었다면 민간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할 때의 전세보증금의 안정성을 높이는 수준에서만 그쳤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의 추가대책은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과 '임대'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놓아두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여 시장의 배분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상황이 일시적인 침체의 상황이라면 이번 방안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일시적인 침체 상황이 아닌 하향 조정되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2년 뒤의 주택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계속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민간 건설사는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전환이 순이익이 되지 않는 한 어떻게든 빨리 처분하여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방안은 정책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건설사들에게 이익만 안겨주고, 건설 산업의 구조는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산(공급)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해당 기업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주택부문도 마찬가지다. 건설사의 빚나간 수요예측으로 이윤이 나지 않는 생산(주택 건설 공급)을 하였다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을 낮추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건설사들의 손해를 정부가 감당해주면 결국 건설사만 눈먼 이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설사들은 스스로 혁신을 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데,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해 두 가지 모두 저해되어 건설업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된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매매시장 활성화에 집착해서는 안 돼

현재의 주택시장은 가격 하방 압력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인구감소,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등의 사회구조적 요인과 저성장,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의 거시경제적 요인에 구매자들의 소득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주택가격이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시장 참여자들의 대세 하락 전망을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주택가격이 하락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시장의 신호를 수용하고, 급격한 하락이 아닌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지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건설사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공급을 축소시킨다고 하여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하고, 후분양으로 분양시기를 조절하여 반짝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화되는 시기를 조금 늦추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건설사들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주택시장 정책에 있어서 매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전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세난을 포함한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택정책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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