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체포동의안 본회의 통과…'이석기 정국' 마침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체포동의안 본회의 통과…'이석기 정국' 마침표

[분석] 정치 전문가들이 짚어 본 이번 사태의 의미

국회가 4일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찬성 258 대 반대 14라는 압도적 결과였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과 언론의 '녹취록' 공개로 시작된 '이석기 정국'은 정확히 1주일 만에 일단락되고, 사건은 정치권을 떠나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건 터뜨린 국정원, 정략적 목표?

1주일 전, 사태의 시작은 이 의원 사무실 등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 개시였다. 9월 정기국회 개의 직전 주였고, 꼭 야권 관계자나 지지자가 아니라도 '국정원 개혁 의제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한 미묘한 시점이었다.

이 의원 등이 참석한 이른바 'RO'라는 모임의 지난 5월 녹취록 내용이 어떤 의미로든 워낙 충격적이었고(☞관련기사 보기) 통합진보당 측의 해명도 오락가락하며 불신을 키웠지만, 그럼에도 국정원 등 수사 당국의 의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공개적 압수수색을 개시하기에는 아직 '덜 익은' 사건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왔고, 사건이 중대해 관련 증거 확보가 미흡한 대로라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면 왜 5월에 있었던 일에 대한 수사를 8월에야 하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관련기사 : 21세기의 '내란죄', 정치적 의도 없을까? / 이석기 압수수색, 왜 이 시점에?)

더 나아가서는 구체적으로 지방선거 등에 대비한 '작품'이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 (☞관련기사 보기) 황교안 법무장관은 4일 국회 본회의 질의에서 "장관 취임한 이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수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부인했다.

정치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도 국정원의 "정략적" 의도가 사건에 작용했을 개연성에 주목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국정원 사태에서 정부에 대한 압박이 있으니 국정원이 정략적 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면 전환용'이라는 것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내란죄가 남용될 여지가 드러나고 있다"며 "상당히 정국이 심각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종배 씨는 "누가 이석기 의원 편을 들겠나. 통합진보당을 편들고 안 들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들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혐의가 타당하냐는 부분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도 언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해묵은 문제가 터졌다"…통합진보당, 정치생명 여기까지?

그러나 '왜 지금 이 시기냐'는 질문과는 무관하게 '언젠가는 터질 문제가 터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철 교수는 "한국의 정치구조적 조건을 볼 때, 분단 현실로부터 친북적 주체사상 이념을 수용한 저항세력이 존재했고 그들이 '진보'로 불릴 수 있었던 정치사회적 환경"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측면 외에도 이번 사태에는 "사회 환경은 변화했는데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1980년대 형성된 정파운동 세력들의 한계가 계속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 아닌가"라는 측면도 있음을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민주·진보진영의 해묵은 문제가 터졌다"며 "민주적 방식에 의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낡은 (폭력적)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자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운명에 대해 "이런 것을 스스로 솎아내는 작업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정치세력으로, 당으로서 버틸 수 없다고 본다"며 "(이석기 의원 등을) 분리해서 나머지 사람들의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이정희 대표처럼 그들과 자신을 공동 운명체로 묶으면 같이 죽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김 교수 역시 "통합진보당이나 이정희 대표의 정치적 활로는 상당히 회복하기 어렵지 않은가 한다"는 조심스런 진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통합진보당 식의 민족주의 운동, 친북 노선을 추종하는 진보정당을 과연 진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 김 교수는 "통합진보당은 상당히 어려워진 조건에 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양극화나 민주당의 한계, 안철수 '새 정치' 세력의 지지부진함, 박근혜 정부의 '유신 보수' 스타일을 봤을 때 진보정치의 필요성이나 공간은 유지될 것 같다"며 통합진보당과 진보정당운동 전체의 명운을 분리해 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국회에선 이미 끝난 문제, 정말 끝내려면…

국회 본회의에서의 체포동의안 처리로 당장 정치권에서는 관련 현안이 없는 상태가 됐지만,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소속된 통합진보당과, 한때 같은 당이었던 정의당, 지난해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까지 문제를 확장해 이를 지속적으로 정치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철희 소장은 "(통합진보당 소속) 김재연 의원이나 김미희 의원까지 확장될 수도 있고, 당 전체의 이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며 "새누리당은 당연히 그렇게 확전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법무부에 대한 의안 질의에서 통합진보당 자체의 강령을 문제삼아 "(이적성을) 검토해 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본회의 후 거의 직후 '국정원 개혁촉구 결의대회'를 서울광장에서 열고 정치 쟁점을 다시 국정원 개혁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제 국회는 이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원 개혁이라는 '또 다른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실현할 정치적 절차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윤철 교수는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의 문제성을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란음모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등의 주장들은 무리하다"며 "이 의원 측이 현실 가능하지 않은 망상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국정원이나 공안 당국도 시대에 어긋난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완전히 소멸시킬 수도 없으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만 보여준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