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3년, <조선일보>를 선두로 한 보수언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안겨준 '종합편성채널'(종편)까지 등에 업은 '조중동'의 여론 주도력은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공생관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소위 '잃어버린 10년' 정도로는 끊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안티조선운동'을 비롯한 언론개혁운동의 성과로 많은 이들이 조중동이 때론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왜곡·과장보도'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편까지 가세한 데다 또 다른 보수정권이라는 든든한 정치적 백까지 확보한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어느새 당연시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언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이 첫 편집국 개편을 맞아 '오늘의 조중동'이라는 코너를 신설한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진영 논리를 동원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합리적 비판'이야말로 '소통'의 기본 전제 중 하나다. '오늘의 조중동'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발행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일종의 '바이블(Bible)'이다."
사석에서 새누리당 재선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조선일보>가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한 것이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지시'내려주는 게 <조선>이다.
우연한 일치일지 모르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조선>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석기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은 연일 '이석기 사태'를 야권연대 전체로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발맞춰 움직이는 모양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점점 이슈를 키우고 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왼쪽부터)가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 합의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석기 사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4일 <조선>은 4면 머리기사 '작년 야권연대, 통진당에 장관 배분까지 논의'를 통해 지난해 4·11 총선 때 선거연대를 했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8개월 뒤 대선을 염두에 둔 공동정부 구성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가에서는 야권연대가 대선에서 이겨 공동정부를 구성할 경우 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 2개 부처 장관을 통진당이 맡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동아>도 여기에 가세했다. 4면 '민주당에 시장후보 양보하고 산하단체장 자리-'돈줄' 확보'라는 기사를 통해 통합진보당이 중앙에선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는 한편 지방에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빌미로 지방 행정 하부 조직을 합법적으로 장악해 자금 조달 방편으로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성남시와 수원시 시장 후보를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경기동부연합 관계자들이 시장직 인수위원회, 산하단체 등에 들어갔다는 것.
<조선>은 사설 '국가 파괴 세력에 세금을 월급 주고 일감 대준 나라'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 갖은 궁리를 다 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먹여주고 지원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민주당과 통진당의 선거 연대가 있다고 책임을 민주당에 넘겼다.
조선일보와 새누리당, 부창부수(夫唱婦隨)?
주목할 부분은 <조선>이 보도하면 새누리당에서는 곧바로 반응한다는 점이다. 앞서 <조선>은 3일 자 신문에서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말을 빌려 문재인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이석기 의원이 사면, 복권됐다며 대통령까지 출마한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자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한때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파괴까지 외치면서 선거를 치렀던 당, 이런 사람들을 특별 사면해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게 문 의원"이라며 "문재인, 바로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문 의원이 전날 국회 본회의 의사일정 표결에 기권한 것을 문제 삼아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인의 심중이 (기권)표결로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조선>은 통합진보당 문제론에서 문재인 책임론, 그리고 민주당 책임론으로까지 사태를 확장시키고 있고 새누리당은 이에 발맞춰 나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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