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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난, 매매시장 활성화가 대책?

[토지+자유 비평]투기 수요 차단 없는 부동산 대책 "공염불"

돌아보면 부동산은 언제나 문제였다. 참여정부 때는 매매시장이 문제더니 지금은 임대시장이 문제다. 이른바 '전월세난'이다.

정부는 중산층·서민들의 전월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28일 대책을 내놓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흘러나온 보도를 종합해보면 좋은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매매시장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세 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돌려서 매매와 전세시장 간의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당정은 매입수요를 진작시킬 세법 개정을 대책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주거복지대책도 발표한다고 한다. 전월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 서민층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방안 등에 관해서도 대책을 내놓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거복지대책은 매우 부실하고 미흡하다. 필자는 지금까지 언급된 정부와 여당의 대책을 평가하는 것과 아울러 이번 부동산 대책이 담아야 할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월세 대책으로 매매시장 활성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투기수요 차단 없는 매매활성화는 주택 문제를 반복 양산할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은 단념해야 한다

당정은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하여 침체된 매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 목표는 달성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달성된다고 해도 문제다.

물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면 매매시장엔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초기에만 그럴 것이고 침체는 곧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아직도 소득수준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유엔은 3~5 정도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을 적정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로 추정해보면 2013년 우리나라 전국 평균 PIR은 6이 넘고 수도권은 8이 넘는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집값은 더 하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 대책의 목표는 주택가격 '유지 혹은 상승'을 목표로 한 매매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연착륙'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은 단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바라는 대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그것은 결국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것이므로 한국경제의 엄청난 부담인 가계부채는 더 증가할 것이고, 취득세 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로 인해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가중되고 중앙정부의 세수도 줄어들게 되며, 세제완화로 인한 반짝 효과가 사라지면 하우스푸어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라

그런데 매매시장은 어찌해서 침체되어 있는 것일까?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 때문이다. 그러면 부동산 투기는 왜 일어나는 걸까? 그것은 불로소득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제도 하에서는 불로소득이 예상되면 투기수요는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투기수요는 실수요와는 달리 상승국면에서는 폭증했다가 하락국면에는 금방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사가 투기수요를 바탕으로 공급을 늘렸다가 투기수요가 사라지면 지금처럼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상당수의 가구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며, 서민들은 전월세난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과 교수 시절 서승환 장관은 과거 참여정부 시기에 투기수요도 수요이므로 가격이 급등할 때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시장의 원리에 부합한다는 이른바 '공급확대론'을 끊임없이 주장해왔고, 결과는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공급과잉'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참여정부 시절 연 14만호씩 공급하던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5만호도 채 공급하지 않았고, 전면적 도심재개발로 인해 서민들의 전월세주택인 저렴주택을 멸실시켜버렸다.

우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투기수요를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게 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임대시장이 잠잠해지고 매매시장이 침체되면 임차수요가 지나치게 커져 지금처럼 전월세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의 균형은 투기수요 차단 위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투기수요를 차단할 장치는 마련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희망대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어 투기가 다시 일어나면 임대시장은 진정되겠지만, 나라경제는 회복불가능의 상태로 빠질지도 모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일을 돌아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은 주거복지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주거복지에 집중해야 한다. 가능한 한 신속하고 많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형 주택을 공급하고, 미분양주택과 경매로 나온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여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 그리고 보금자리주택을 토지임대형 주택 혹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임차인이 보다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고 임대인이 부당하게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물론 가격을 직접 규제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따르지만, 지금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전월세대출 확대와 같은 금융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택정책의 실패를 금융지원 확대로 푸는 것도 원칙에 맞지 않거니와 무엇보다도 이렇게 되면 전세수요가 더 늘어나 전월세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고, 가계부채 문제도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원보다는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주택바우처 제도와 같은 주거비보조를 확대하는 것이 훨씬 좋은 대책이다.

매매시장에 대한 근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전월세난이 일어난 상당한 원인은 부동산 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투기수요의 창궐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다가 가격이 하락하니까 상당한 매입수요가 임차수요로 전환했기 때문에 전월세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은 교대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개혁진영 일각에서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의 이유로 앞으로 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 즉 매매시장의 투기화는 어렵다고 보지만, 서구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이는 단견(短見)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북유럽 복지국가 혹은 최근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부동산 투기는 조건이 갖춰지면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장래에 있을 매매시장의 투기화를 방지할 장치를 지금부터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투기수요는 결국 불로소득을 노리는 것이고 불로소득 차단은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법이 가장 손쉽기 때문에, 결국 투기수요를 완전히 차단하려면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 부동산 세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주거복지에 집중하고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세제를 디자인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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