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의 정전협정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조국에 북미간 무력대결 상황이 벌어졌던 2013년 초였다. 원래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원하지 않는다. 그대로 있어도 국익이 되었고 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할 필요에 남한이 잘 따라 주었다. 정전상태를 유지하며 때때로 전쟁연습이나 위기상황을 조성해서 국익을 챙겨 왔다. 미국은 북을 불량국으로, 남은 추종국으로 지속시키면서 미군주둔비 부담, 무기판매, FTA, 강정해군기지, MD편입 등을 조용히 추구하고 있다. 마침 취임 인사차 5월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에 오시는 조국의 남녘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재미동포의 소회' 라는 부제로 몇 가지 '바람'을 전했었다. (오인동 기고, 프레시안, 세계 칼럼. 2013-04-29)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미동맹 60주년기념 공동성명' 에 대해 남녘정부는 한미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진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내용을 보니 대미종속관계를 재확인 했고, 청와대가 향후 수 십 년 한미관계의 방향을 명문화 했다고 자찬하는 데에는 아차 했다. 조국의 장래를, 통합해야 할 북과 아니고 북의 숙적 미국과 명문화 했다는 데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럴지도 몰라 박 대통령에게 오바마를 만나면 앞으로 '남북이 평화 할 테니 지켜 보라'고 하시기 바란다고 했었다. 방문 기간 중에도 재미동포사회에서는 전쟁 끝내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라는 호소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평화협정 얘기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지난 60년 굳건한 한미공조로 평화협정체결을 성공적으로 저지해 정전체제를 유지해 온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계속 하자는 성명서 같았다.
박 대통령에게 북의 '핵문제도 창조적으로 풀어 가겠다'고 오바마에게 말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 이라는 문구만 돋보였다.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다짐 받고 나서 북에게 핵폐기를 요구하며 흡수통일을 겨냥한 평화통일이라니 이게 남녘이 추구하는 정책인가? 미국은 북핵의 완전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미국이 남과 합동으로 매년 대북핵전쟁연습을 해 왔다. 그동안 북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합동으로 대남전쟁 연습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북이 도발 했다고 할 수 있나? 또 도발하고 위협하면 보상은 없다고 했는데 북이 요구하는 것은 평화체제 하자는 것이지 무슨 보상해 달라고 했나? 오히려 미국이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 •감시•정찰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하니 박 대통령은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응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을 수락하는 자세이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로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는 말에 고무되어 필자는 '한 10년 정도 하면 남GDP $1조가 2배 이상 늘고, 1인당 소득 $2만도 불변가로 2배 이상이 된다. 남의 경제성장률 2% 대는 10% 로 올라가서 남의 실업과 민생복지가 해결되고 북 인민생활도 급격히 풍요해 진다' (<2013년 조국의 남(북)에 바란다>,오인동, 오마이뉴스 2012년10월)며 이것이 바로 그녀가 말하는 '행복한 한반도에 남북주민 삶의 질을 제고' 할 방안이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격상된 동맹과 강력한 대북억제력을 유지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 니 북이 그 문으로 들어 오겠는가? 북.미.남 관계 역사를 알고 하는 소리인가?
미국 CBS 방송인터뷰에서 북 지도자에게 "북한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말하겠다며 그것이 북이 살아 남아 발전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했다. 통합해야 할 동족에게 국내에서도 아니고 외국에 나가서 어떻게 이런 언사를 쓸 수 있는가.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은 매우 강경하며 현실적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 했듯이 무쇠 같은 여성 대통령인가 보다. 그런가 하면 DMZ 안에 새롭지도 않은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애기를 북에다 제안하는 것도 아니고 왜 미국에서 말 하나? 그런 얘기를 하려면 우선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남북평화체제하고 난 뒤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해 드렸는데도 무슨 국제외교감각을 지닌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 주려 했는지 또 말했다. 남북관계의 첫 걸음도 떼지 못한 판에 이런 허황한 수사를 듣다 보니 숭미사대 하는 미국에 오니 혼란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북이 인민을 굶기며 핵무기개발 한다고 비난하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내세웠더니 이를 추구하게 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도대체 북과 무슨 일을 해 보겠다고 이런 발언을 하고 있는지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다.
정전 이래 최초의 핵대핵 대결상황을 겪고 난 뒤의 한미정상회담이었기에 남북관계 복원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는 미국의 은근한 대중포위정책에 남이 끌려 들어간 모습이다. 이제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평화도 전쟁도 아닌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태평양 건너 밖에서 조국을 보면 남의 전 정부/ 현 정부가 북을 너무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전.현 대통령 주위를 살펴보니 조국의 분단역사에 대한 내공을 열심히 했거나 북과 대화,협상 해본 전문가나 관료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사람들은 주한미군사령관 밑에서 기어온 현역/전역 장성이나 종미사대 하는 반북외교관리들 뿐인 것 같다. 수구언론의 필진들도 네오콘 미국 관리들과 탈북자들 이외엔 북녘에도 북녘사람들도 접해 보지 못한 것 같은 사람들로 보인다.
알고 보니 지난 5년 이명박 대통령은 북과 접촉/대화/협상/합의/실행을 해왔던 전 정부의 통일장관들이나 현 시민단체 지도자들에게 한 번도 자문을 구한 적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다.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라도 성향이 다른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 보고 취사선택해서 국정운영을 했음직 한데 전혀 아니었다. 미국은 국익의 문제라면 야당 국방장관도 임용하는 나라이다. 이 재미동포가 진심으로 한 마디 드리는데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경륜 있는 인사들의 민족적 봉공정신을 받아들여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대처해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정전체제를 더 이상 종미동맹으로 끌고 가는 것은 겨레통합과 나라통일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미국 오시기 전에 발표한 글에서 말씀 드렸던 바를 여기 다시 복기한다.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을 밝힌 7.4공동성명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했다. 7.4도, 6.15도 10.4선언도 남북 지도자가 의기투합해서 해낸 것이지 미국에 빌어서 한 것이 아니다. 우리 역사는 남북이 엮어가는 것이지 우리의 통일 원하지 않는 주변 4국과 협의해서 할 일이 아니다. 우리 겨레가 가야 할 길은 오늘도 북과 먼저, 내일도 남과 먼저, 모레도 또 언제나 남북이 먼저 대화하고 소통하고 합의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우리민족끼리 해야만 영구화 된다. 남북이 손 잡고 가는 길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나. 위대한 지도자는 원대한 이상과 꿈을 실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그러한 지도자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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