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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파산 신청, 속셈은 따로 있다?

[분석] "파산 불가피 핑계로 초법적인 자산 떨이 판매가 목적" 의혹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던 '영광의 도시' 디트로이트가 미국 지방자치단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의 주인공이 됐다.

파산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3월 미시간주는 디트로이트에 초법적인 '비상 관리인' 체제를 도입했지만, '디트로이트의 차르'로 불리는 비상 관리인 케빈 오어는 4개월 만에 파산을 신청했다.

(☞관련 기사: '파산 위기' 디트로이트, '1인 총통 시대' 시작)

▲ 지난 3월 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을 중지시키는 초법적인 방식으로 디트로이트의 '비상 관리인'으로 등장한 케빈 오어가 4개월 만에 파산 신청을 했다. ⓒAP=연합뉴스

21조 원 빚 갚기 막막, 결국 파산 신청

18일(현지 시각)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공화)는 주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서한에서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케빈 오어 디트로이트 비상 관리인이 제안한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파산 규모는 185억 달러(약 21조 원)로 지난 2011년 파산 신청을 한 앨라배마 제퍼슨 카운티의 역대 최대 규모 파산(42억 달러) 기록을 4배가 넘는 규모로 갈아치웠다.

디트로이트 파산 신청 소식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어떻게 파산 신청을 안 하고 이렇게 오래 버텨왔는지 자체가 놀라울 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디트로이트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나락에 빠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장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이런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 토대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1950년대 180만 명에 달하던 인구가 70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세수와 투자가 감소하고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정부패가 겹치면서 파산 신청을 늦출수록 빚만 불어났다.

파산 신청 소식에 연금 수혜자들 격분

현재 디트로이트시는 중산층이 거의 모두 빠져나가 도시 인구의 3분의 1이 극빈층으로 분류되고, 미국 내 살인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등 '가장 비참한 도시'로 전락했다. 강력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데 거의 1시간 정도 걸리며, 응급 상황이 발생해 911에 연락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지인과 이어지는 비상 연락망이 더 신뢰를 받는 도시다.

파산 신청 소식에 격분한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많다. 연금이 모두 날아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연금 수혜자들의 파산 신청 철회 소송에 법원이 철회 명령을 내리고, 주 법무장관은 주 항소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하는 등 파산 신청이 절차를 밟아가는 것 자체도 진통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미국 도시 사상 전대미문의 최대 규모 사례이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온갖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파산 신청밖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 관리 체제 실체는 자산 헐값 매각 반발 억제용?

일부 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난다는 것이냐? 은퇴 노동자들은 얼마나 많은 연금 손실을 감당해야 하느냐? 도대체 파산 이후의 디트로이트는 어떤 모습이 되는 것이냐?" 등의 의문을 제기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비상 관리인 케빈 오어가 미국의 구조조정 전문 대형 로펌 존스데이의 파트너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디트로이트 자산 전체를 월가의 자본에 떨이 판매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존스데이가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들며 "디트로이트의 비상 관리인 체제는 시민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 시민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민주적인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 통치일 뿐"이라고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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