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파산 위기' 디트로이트, '1인 총통 시대' 시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파산 위기' 디트로이트, '1인 총통 시대' 시작

[분석] "월가에 자산 헐값 매각 위한 민주주의 파괴"

한국에서 경기도 한 도시의 재정위기가 심해지고, 지방자치 정부와 의회가 이 문제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장과 의회의 통치권한이 중단되고 도지사가 임명한 비상관리인 1인이 통치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같은 일이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라는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고 있다.

<AP> 통신은 "파산 전문 변호사가 25일(현지시간)부터 디트로이트의 비상관리인으로 시 운영의 모든 최종결정자로 근무에 들어간다"면서 "그는 그의 임명 자체를 반대해온 시 고위관계자들과 현황파악을 위한 회동으로 첫날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 파산전문변호사 케빈 오어가 25일(현지시간)부터 디트로이트의 '총통'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AP=연합
비상관리인, '히틀러식 통치'

이 비상관리인은 주 정부가 임명했으며, 민주주의 절차로 선출된 시장과 시의회의 권한은 중단된다. 비상관리인이 일종의 '총통'으로 통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디트로이트에서는 시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도 "민주주의의 종말"이라면서 비상관리인 체제에 반대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왔으나 저지하지 못했다.

비상관리인 체제에서는 우선 연금 등 사회보장 계약과 노조와의 협약 등이 재정부담을 이유로 무시될 수 있다. 시 공무원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다. 특히 시 정부의 자산 매각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일부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에서 파시즘 통치가 웬말이냐"고 반발하고 있으며, "21세기 미국의 대도시에서 '히틀러식 통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비상조치 없으면 6월 못 넘기고 파산할 지경"

디트로이트가 비상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 정부나 연방정부에서 지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일개 파산 전문 변호사에게 통치권을 부여하는 '초법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1950년대 자동차산업 중심지로 인구 180만 명의 미국 4대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지금은 70만 명 정도의 미국 18위 도시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트로이트는 황폐화되었으며, 재정이 파탄지경이다.

현재 디트로이트시는 예산 적자만 3억2700만 달러(약 3600억 원)이며, 총 부채는 140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한다. 세수는 급감해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6월을 못넘기고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2011년 9월 앨라배마 주의 제퍼슨카운티가 파산한 것에서 보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여러 지자체들이 파산을 하고 있으며, 디트로이트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상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디트로이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1월 선정한 '비참한 미국 도시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정도이며, 지난해에는 미국 내 범죄발생률 1위 도시로 꼽혔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살인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발생건수는 1만 명당 2137건으로 미국 평균에 비해 5배 높았다.

"월가와 연결된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 왜 임명됐겠냐"

비상관리인으로 임명된 케빈 오어는 "18개월 내에 디트로이트를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 의회는 18개월의 성과를 바탕으로 케비 오어의 임기 연장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케빈 오어가 거둘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벌써부터 경계의 시각이 적지 않다. 케빈 오어는 미국의 구조조정 전문 대형로펌 존스데이의 파트너 변호사로 비상관리인이 되면서 사직을 하기는 했지만, 존스데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케빈 오어가 시의 자산을 헐값에 팔아 넘기는 일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존스데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등 미국의 대형은행들과 연결돼 있으며, 이들 자본에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자산까지 '털릴'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는 "디트로이트 사태는 시민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 시민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민주적인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통치가 선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