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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에 포위된 독일 안보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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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에 포위된 독일 안보가 위태롭다"

슈피겔 "동맹국 사찰, 누굴 위한 것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전세계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사찰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독일을 포함한 동맹국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관련 기사:
"미국, 중국인들의 문자메시지 훤히 들여다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베를린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프리즘게이트'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프리즘게이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운영하는 사찰 프로그램이며, 스노든의 폭로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메르켈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위기와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앞서 미국의 첩보 활동 문제를 우선으로 다뤘다"면서 "안보를 위한 정보수집이라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총선에서 3선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자국민이 미국과 영국에 의해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미국과 영국이 독일 시민을 조사할 권리는 없다"면서 "정부는 외국정보기관들이 멋대로 사찰하는 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이것은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슈피겔> 최신호에 게재된 '앵글로색슨 스파이: 독일의 국가안보가 위태롭다(Anglo-Saxon Spies: German National Security Is at Stake)라는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세기의 고발자' 에느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체포 협박을 피해 홍콩에서 러시아행 비행기를 탄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그의 폭로로 미국과 영국의 전세계를 상대로 가공할 만한 사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살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그의 구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앵글로색슨 연합감시망이 세계를 지배한다"

한 나라의 시민과 기업, 언론, 정당, 정부기관들에 대해 외국 정보기관들이 광범위하게 사찰하고 있다는 것은 법치에 관한 문제이며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다. 미국의 '프리즘'이라는 감청 프로그램은 미국이 통제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대규모로 구축된 통제시스템이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영국의 NSA에 해당하는 GCHQ는 "미국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표현이다. 그의 폭로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감시 프로그램을 세상에 고발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들은 전세계 모든 통신 기록을 감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뭐하고 있는가? 이제 정부는 독일이 인간의 삶을 감시망으로 파괴하는 정보산업 복합체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복속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자비네 로이트호이서슈나렌베르거 법무장관은 이런 정보사찰을 "할리우드 스타일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파이브아이스'라는 무시무시한 동맹체의 실체를 까발려준 스노든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의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정보협력체를 유지해왔다. 이 정보연합체는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있다.

(☞관련 기사; 극비정보망 '에셜론' 구멍…제2의 '위키리크스')
(☞관련 기사: "경찰국가 미국에서 우리를 구한 영웅, 스노든"

"합법적 활동? 우리가 언제 사찰해달라고 했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자국민들이 정부의 사찰로부터 자유롭거나, 사찰로부터 보호받는 문제는 그들 정부의 손에 달린 처지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남의 나라 국민까지 자기 멋대로 할 권리는 없다.

합법적으로 사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이들의 해명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의 법이 우리의 법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숨길 게 없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전체주의적인 발상으로 자신들을 방어하고 있지만 이것도 말이 안된다. 아니, 언제 우리가 NSA와 GCHQ보고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는가? 또한 왜 숨길 것이 없는가? 사생활이나 기업 비밀 등 우리 모두는 숨길 것이 있다.

사찰 파문은 우리의 법치 원리에도 맞지 않고, 안보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전세계에 사찰 프로그램을 폭로한 스노든이 범죄자가 아니라 이상주의자라는 점은 행운이다. 그가 폭로한 정보들은 범죄를 위해 사용됐을 수도 있었다.

또한 스노든의 폭로는 정보기관이 수집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역설은 전체주의적 안보정책에 내재된 잘 알려진 모순이다. 우리의 안보는 안보를 위한다는 바로 그 행위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

정부는 독일의 시민과 기업들이 법적 방어의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채 NSA와 GCHQ로부터 사찰을 당하지 않도록 감시할 책임이 있다.

이런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자국민을 외국의 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기초적인 의무 수행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시민들은 메르켈 총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야권에서도 9월 총선을 겨냥한 선거 쟁점을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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