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대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 수석은 우선 "이번 대책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나왔지만, 지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첫 번째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모두 말씀을 통해 지시를 내렸던 것"이라며 '대책'이 박 대통령의 의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번 대책과 관련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단순히 규제만 갖고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면서 "좀더 시장적인 조치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수석은 지난 3개월 동안 공정위를 팀장으로 하는 정부 내 태스크포스(TF) 조직이 가동됐었다면서, 발표 시기를 이날로 잡은 이유에 대해 "지금 6월 국회에서 가장 큰 안건이 '갑을문화'를 어떻게 억제하느냐인데,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수석은 "이것이 국회에 대해, '을 지키키'라든지 '갑을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야의 경쟁적인 입법을 조금 더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는 "최근에 경제민주화 (관련) '과잉 입법'이 언론에 거론되고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도 그에 대한 우려를 같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6월 국회에서 이런 입법사례가 많은 것처럼 보도되는데, 이런 것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대책을) 빨리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박 대통령이) 생각을 하신 것"이라며 대책 발표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국회) 소위원회 활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게 진행되기 전에 '행정부가 이 문제룰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여야에 보여 주고, 더 나아가 국민들께 보여드리려는 정무적인 판단"이 이번 '대책' 발표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국회의 입법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입법을 보면 제재 위주로 (돼 있고), 제재가 굉장히 많은데 어떨 때 제재가 작동하느냐 구체적이지는 못하다"면서 "이번에 남양유업(사태)에서도 보면 회장은 자신들이 책임이 있는 것처럼 했다고 비쳤는데 밑의 중간 간부들은 '내가 언제 그랬나, 증거 대라'는 것이고 점주들은 또 말이 다르다. 이런 것에 대해 국회에서 마련하는 엄격하고 무시무시한 조치만 가한다고 하면, 시행할 때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갈등만 더 커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가 '국회가 너무 기업 옥죄기 식으로 법안을 내놓은 것이 우려된다는 말인가?'라는 취지로 묻자 조 수석은 "제가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겠다"면서도 "(기사를 그렇게 쓴다면) 그것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은 안 하겠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정부 최고위 경제관료이자 경제정책에 대해 청와대를 대표할 수 있는 조 수석의 이같은 발언은 청와대나 정부가 국회의 입법에 대해 일정한 평가를 내놓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그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수석이 박 대통령도 국회의 입법 내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은, 국회에서도 '대기업 규제'보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더 신경써 달라는 주문으로 읽힐 수 있다. 국회의 입법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27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13일 발표된 정부의 부당 하도급단가 근절 대책이 이때의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
공정위 대책, 뭐길래?
공정위는 이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조달청, 방위사업청 등 유관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대책은 이른바 '갑을관계'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자들에 대한 엄벌과 함께,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하도급업체들의 자생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정위는 "부당 단가인하를 근절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법 집행을 강화하는 정책' 위주에서 벗어나, 기업의 대(對)소비자 거래(B2C), 기업 대 기업 거래(B2B), 국제적 거래(B2Global)의 판로 다변화를 통해 대기업 수요 독점에 따른 문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자기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즉 부당한 행위를 한 '갑'을 처벌하는 것보다, '을'이 전적으로 '갑'에 생존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 '엄벌'보다 '자생' 쪽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소프트웨어 제값받기와 중소기업의 TV 홈쇼핑 판로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또 부당 하도급거래 업체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하도록 하고, 부당특약 금지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 및 납품단가 변경 관련 거래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등 등 제재 조치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대책' 상세내용 관련기사 바로보기)
"영남 신공항, 사업성 떨어진다면 보완해서라도 하겠다" 한편 조원동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타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간략한 문답을 주고받았다. 지방공약 이행 계획에 대해서는 "원래 계획보다 좀 늦어지고 있다"며 내주 지방 순회 협의 등을 거쳐 6월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에는 대선 당시의 모든 지방공약이 포함된다. 단 이번 계획에는 구체적인 재정 규모나 재원 마련 방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 수석은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나온 공약도 그대로 시행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조금 수정을 하든지 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을 예로 들어 "다시 수요조사를 하겠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다. 임의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 그런 것도 사업 대상이나 이런 걸 재조정하면서 해 나간다고 하면 제대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을 조정해서라도 신공항 공약은 이행하겠다는 뜻인지'를 재차 묻자 그는 "구체적으로 사업을 조정한다 어쩐다 하는 건 너무 빠른 것 같다"며 "현재 상태로서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있다면 보완해서라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한편 금융권 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의 인사와 관련해 일각에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조 수석은 "그간 언론의 지적이 많아서 인사 시스템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면서도 "관치금융이 무엇인지는 정의(定義)가 다 다르다. (…) 좋은 관치도 있을 것이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것"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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