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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격찬한 '아베노믹스', 한달 뒤 '모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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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격찬한 '아베노믹스', 한달 뒤 '모래성'

[분석]블룸버그 "역사상 최대규모의 피라미드 사기극" 경고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일 프린스턴대 졸업생들에 행한 연설이 "보기 드문 진솔한 내용을 담았다"며 화제가 됐다.

금융 경제의 대가라는 점에서 경제학에 대한 그의 언급도 당연히 주목대상이었다. 버냉키는 "경제학이 미래를 예측하지는 못한다"고 시인하면서도 "비논리적인 아이디어들을 피할수 있게 해준다"고 경제학의 존재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관변학자들은 물론, 주류언론에 의해 경제학은 버냉키가 말한 최소한의 존재 의미마저 박탈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 의해 특정 대상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오용되거나, 정권의 '표퓰리즘'을 위한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도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가 아베노믹스를 격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무기력을 질타한 기사. 불 과 한달 뒤에 일본의 금융시장은 증시 폭락과 국채 금리 급등 등의 이상증세를 보이며 아베노믹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베노믹스, 반년만에 뿌리째 흔들

최근 뿌리채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은 이런 현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엔저 유도 정책, 일본은행을 통한 무제한 돈풀기'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는 처음부터 "무리하고, 지속적이지 못한 정책'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관련 기사: "아베노믹스, 구조개혁 없이는 실패할 운명")

아베노믹스는 시행 반년도 안돼 지금 일본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 정책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5일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도쿄에 금융특구를 설치한다"는 골자의 이른바 '세번째 화살'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성장정책을 추가 발표했다.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하지만 불과 한달 반 전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자.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2일 일본 특파원 현지 르포로 작성한 '한국, 늙은 日에 경제 활력 역전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냄비 속 개구리' 한국 경제]라는 시리즈 첫 아이템이었던 이 기사는 그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격찬한 것에 불과했다.

KBS는 지난 5월 19일 <[주목! 이 기사] '냄비 속 개구리' 한국 경제>라는 별도 아이템으로 다루기도 했다.

조선일보, 아베노믹스 격찬 한달 뒤 '모순된 정책' 정반대 논조

<조선일보> 기사가 얼마나 경제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었는지 그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본다.

'젊은 한국'과 '늙은 일본'으로 표현되는 한·일 간 활력(活力)에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무기력했던 일본 정부는 시장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일본 열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반면 한국은 7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긴박한 위기의식과 절박한 대책 강구도 없이 새 정부 두 달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19일 G20 회의 전 달러당 95엔 선에서 주춤거리던 엔화는 회의 직후 99엔대까지 뛰어올랐다. 100엔 돌파는 이젠 시간문제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주식시장을 후끈 데운 아베노믹스는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무기력하기만 했던 일본 전철을 되밟고 있는 듯하다. 경제엔 생기가 사라지고 자신감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주가가 올 들어 28% 뛰는 동안 한국 코스피는 오히려 4.5% 떨어졌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이런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 "희대의 피라미드 사기극, 일본은행의 모럴해저드"

반면 미국의 금융전문 <블룸버그> 통신에서 일본통 경제 칼럼니스트로 저명한 윌리엄 페섹이 5월 31일자로 쓴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본은행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극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일본은행의 돈풀기가 핵심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월30일 니케이 지수는 5% 넘게 폭락했다. 토픽스 지수는 지난 23일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하루 낙폭으로 최대인 6.9% 폭락한 뒤 이날 3.8% 또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올해 들어 니케이 지수를 30%나 폭등시켰던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하락에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인 단순히 차익을 챙기기 위해 매도하고, 일부는 조급함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베 총리의 추가 정책에 대해 더 이상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가 정말 회생의 길로 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구조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여서 7월 참의원 선거 전에 발표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개혁안 발표를 연기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조만간 제시되지 못한다면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지속할 것이다.

일본 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빈도와 속도, 규모로 볼 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총재는 모럴 해저드를 저지르고 있다.

경제규모 대비 세계에서 가장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국채 금리가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것은 90%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는 일본의 독특한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은행, 기업, 연기금, 대학, 그리고 개인들이 언제까지나 그냥 보유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올들어 30% 급등한 니케이, 2주만에 15% 폭락

이제 국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아베노믹스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어둡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일본 증시가 최근 2주 간에 15%나 폭락한 것은 '대폭락'이며 GDP 대비 230%에 달하는 일본의 국채 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100엔대를 넘어섰다가 다시 100엔 밑으로 떨어져 엔저 공세도 주춤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20년 장기불황'이라는 디플레이션 기조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동시에 국채금리도 안정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관련 기사: 일본은행, 아베노믹스에 굴복…통화정책 독립 포기)

페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의 주가를 급등시켰던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외국의 투기꾼들이다. 이들은 엔저에 따른 환차손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에 따른 주가 급등을 노리고 단기차익을 노렸을 뿐이다.

<조선일보>도 아베노믹스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들에 대해 더 이상 눈감을 수 없었는지, 5월28일자로 '요동치는 아베노믹스… 金利 위기에 은행 문의 쇄도'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아베노믹스는 근본적으로 모순이고, 회의론이 비등하다"는 요지로 4월22일자 기사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이 기사도 같은 도쿄 특파원이 썼다.

현오석 부총리, 국제무대에서 "아베노믹스는 모래성"

지난달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OECD 경제전망' 세션에 패널로 나와 사회자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묻자 "구조개혁과 실물경제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양적완화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현 부총리는 "일본의 양적완화로 한국을 비롯한 이웃나라에 환율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두둔하는 분위기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정부도 이제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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