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내정자는 "물가 상승률을 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최대한 빨리 달성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무제한 자산 매입을 빨리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본회의에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나의 생각을 이해하고 단호한 결의와 능력으로 과제를 해결하며 국제사회에 신뢰받는 사람을 중앙은행 총재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구로다는 아시아개발은행(ADB)총재를 8년여 동안 맡아 경제, 금융 정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고, ADB총재로서의 경영능력도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대담한 금융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지원 사격을 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구로다 하루히코를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대담한 금융정책을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AP=연합 |
"아베의 통화팽창 정책 위험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구로다가 국회 동의를 거쳐 3월 하순 예정대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후임으로 총재에 취임하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라카와 총재는 무제한 자산 매입을 내년 1월 이후로 미뤘으나 아베 신조 총리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겠다는 정책 목표에 순응하는 인물로 총재 등 중앙은행 지도부를 교체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디플레이션 극복 정책이 실패할 운명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의 통화팽창 정책은 위험하다"고 조목조목 지적하며 경고했다.
일본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베노믹스'는 일본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2년내 물가상승률 2%로 끌어올리겠다"
일본은 20년여년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증시는 23년전 고점을 찍은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GDP 대비 세계 최대다. 기술을 선도하던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경쟁국들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게다가 인구도 감소 추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은 그리스처럼 최악의 재앙을 맞을 운명이다.
위기를 극복할 정치력도 바닥난 상태다. 일본의 정치시스템은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라는 낙인이 찍힐 만큼 무기력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총리가 된 아베의 새 정책으로 모처럼 반짝 활기를 띄고 있는 모습이다. 아베 스스로 국제사회에 대놓고 "일본이 돌아왔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엔저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실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엔화 환율은 달러 대비 15% 올랐다. 증시도 니케이 지수가 급등세를 보였다. 통화팽창 정책에 소극적인 중앙은행 총재도 교체했다. 아베에 대한 지지율도 70%에 육박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피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할 때까지 중앙은행을 압박해 무제한 통화팽창 정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중앙은행은 "구조개혁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통화팽창 정책에 소극적이었다.
시라카와 총재는 아베 정권의 압박에 못이겨 보다 강한 통화팽창 정책을 쓰겠다고 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구로다를 후임 총재로 지명했다.
구로다는 2000년대 초반 재무성의 외환 담당 책임자 때부터 노골적인 엔저 정책으로 소비자 물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구로다는 일본은행 총재에 지명되자, "2년 내에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거둔다면, 엔저에 힘입어 우선 수출기업들의 수익이 늘 것이다. 자금 조달 금리가 낮춰져 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소비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관건은 구조개혁"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만 초래할 가능성도 많다고 경고했다.
우선 임금이 물가상승을 쫓아가지 못하면 오히려 소비에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시라카와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팽창 정책만으로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일본 경제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이 경제의 성장 회복 속도보다 물가상승과 적자 누적이 통화팽창 정책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일본의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더 많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게된다. 일본 국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급증한다.
관건은 아베노믹스에 '구조개혁'도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도 자민당이 승리한다면 정치적인 기반은 충분하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의회를 장악하면 정치적 자산을 지지기반인 우익적인 정책에 소모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통화팽창 정책이 진정한 디플레이션으로 가거나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가는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20년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구조개혁의 고통을 외면하고 국가가 국민에게 빚을 지면서 최대한 버텨온 정도였다.
하지만 GDP의 230%가 넘는 일본 국채는 더 이상 국내에서 소화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서 전례없는 '통화팽창 정책'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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