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값이 7일 연속 급락 추세를 보이다가 등락을 거듭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금값이 다시 오르면 달러가 약세를 보여서라고 하다가 다음날 다시 떨어지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금값이 다른 요인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면 더 이상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하기 어렵다. 금값 추세를 보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불황의 전조 등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세계 최대 채권업체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이리언은 'We should listen to what gold is really telling us(금값이 말해주는 진실)'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해 "가치 평가와 본질 가치가 별개로 움직이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통찰을 보여줬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국제 금값이 일주일 사이에 15%나 급락하다가 등락을 오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 값이 보여주는 변동성은 금을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보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
소문에 폭락하는 금값, 안전자산 맞아?
금값처럼 투자자들들 격렬한 논쟁으로 대립시키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금값이 터무니없이 올랐고 금은 자산으로서의 본질적 가치가 없는 금속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최근 금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은 일반적인 투자 자산에 타격을 줄 경제적 문제들을 반영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금값이 다시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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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논쟁들은 실제로 일어난 현상이 드러내는 함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최근 금값의 변동은 이례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인위적인 가격조작이 이뤄지고 있는 서구의 시장체제의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통화팽창 정책을 쓰면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같은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예측 불가능한 중대한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수단을 찾아 금으로 몰려갔다.
이에 따라 금값은 계속 올라 수요와 공급 같은 본질적인 요소와 유리될 정도로 더 높이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평소 같으면 별로 의미도 없는 소식에 갑자기 충격을 받는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은 편이고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값을 폭락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소문이었다. 국가부도 사태에 몰린 키프러스가 보유한 금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키프러스가 보유한 금은 10억 달러도 안될 정도이지만,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등 다른 유로존 위기국들도 금 매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1300억 달러 상당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단순한 변수만으로도 금값은 일주일도 못돼 15%나 폭락했다. 현재 국제 금값은 트로이 온스 당 1385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주가 폭락이 말해주는 것
이제 금값 변동은 유명기업의 주가 변동과 닮아 있다. 기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애플과 페이스북의 사례다. 이들 주가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이 말은 이들의 주가는 어떤 조그만 변화에도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상태를 '안정적인 불균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1년 사이 애플과 페이스북의 주가 변동을 보자. 애플의 주가는 700달러가 넘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갑자기 추락했다. 4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440달러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이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홀련 경쟁업체들의 치열한 도전이 존재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이라는 친숙한 이름과 장밋빛 전망에 홀려 페이스북의 상장가를 주당 38달러로 끌어올렸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얼마 못가 2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요즘 2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론 특정 주가가 본질 가치에서 상당히 벗어날 정도로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값의 변동은 이런 '오버슈팅' 현상에 새로운 통찰이 요구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정적 불균형', 위태로운 지속
그것은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넘어 성장과 고용창출에도 역할을 맡게 되면서 금융시장과 경제 펀더멘털 사이에 큰 간극을 형성했다.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규모 자산매입에 나서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본질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하는 위험이 커졌다.
그 결과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동성이 억압되고 시장이 안정됐다는 착각까지 초래했다. 더 크게 보자면 글로벌 경제 자체가 '안정적인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시장은 서구의 중앙은행들이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 속에 경제 펀더멘털을 넘어서는 가치평가로 가고 있다.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금의 본질적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금값에 대해 우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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