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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새 대통령은 3대 중범죄 혐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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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새 대통령은 3대 중범죄 혐의자?"

[분석] "13% 초고속성장 속 비공식 실업률 66%의 나라"

미주 대륙 최고속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남미 파라과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3%로 예상된다고 파라과이 중앙은행이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곳이다. 그런데 빈부격차가 극심하기로는 또한 미주 대륙에서 둘째 가면 서러울 정도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극소수가 독차지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경제성장의 과실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파라과이의 극단적인 상황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1일 대선에서 5년만에 기득권 세력의 정당 '콜로라도 당'이 다시 승리하며 파라과이 정권이 좌파에서 우파로 바뀐 이후 최근 <뉴욕타임스>까지 파라과이 현실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분석 기사를 내보내는 등 파라과이의 앞날에 우려의 시각들이 대두되고 있다.
▲ '의회 쿠데타'로 축출된 페르난도 루고에 이어 파라과이 대선에 승리한 호라시오 카르테스 당선자. 한국에서라면 과연 후보 자격조차 유지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범죄혐의로 점철된 재벌이다. ⓒAP=연합

"1% 지주가 경작가능한 토지 77% 소유한 나라"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사이에 남미 국가 중 빈곤율 감소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낸 곳이 파라과이다. 2008년 대선에서 '빈농의 아버지'로 불리던 가톨릭 주교 출신의 페르난도 루고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루고는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 끝에 지난해 의회의 '탄핵 쿠데타'로 축출됐다.

집권 콜로라도당은 대농장주들이 똘똘 뭉친 지주계급을 대변하는 당이다. 파라과이에서는 인구의 약 1%에 불과한 지주들이 파라과이의 경작가능한 토지 77%를 소유하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도 주로 콩 등 1차 농산물 수출이며, 수출의 과실은 거의 대부분 농장주들에게 귀속된다.

빈농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루고를 대선 후보로 적극 지원하면서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1947년 집권 이후 사실상 1당 독재를 해온 콜로라도 당의 61년 집권을 끝낸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년 천하'로 끝났다.

파라과이는 브라질 남부와 아르헨티나 북부 사이에 끼어있는 캘리포니아 크기만한 내륙국가다.

인구 650만 명 정도의 이 나라의 실상은 정부 통계로 알기 어렵다. 공식실업률이 6%도 안된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파라과이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코미디 수준"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노동가능한 인구 절반이 사실상 실업자나 마찬가지 상태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날품팔이 식으로 형편없는 임금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고용상태냐는 지적이다.

페루 출신의 저명 언론인 비키 팔레에스는 "지난 10개월 기간 파라과이의 비공식 실업률은 66%"라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렇게 비공식 실업률이 높은 곳은 67%의 페루, 92%의 아이티 정도"라고 지적했다.

파라과이의 새 대통령 당선자(오는 8월15일 취임)는 지난 2009년 정계입문한 '정치신인' 오라시오 카르테스(57)다.

카르테스는 정치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태국의 탁신 전 총리에 비유될 정도의 '억만장자' 재벌이다. 담배산업, 금융산업의 주요 기업들과 파라과이의 유명 프로 축구단 리베르타드를 비롯해 26개 기업을 소유한 기업인이다.

카르테스는 선거 과정에서 전체 인구 670만 명 중 40%가 절대 빈곤층인 파라과이의 경제 성장 및 빈곤 퇴치를 위해 공공 및 농업 부문에서 강력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르테스의 빈곤퇴치 공약을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세계적인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2010년 1월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에 따르면, 카르테스는 마약 밀매와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득세 자체가 없는, 극소수 부자를 위한 나라"

카르테스가 가난 퇴치를 외치지만 이 나라의 조세제도는 '극소수 부자를 위한 천국'처럼 되어 있다. 파라과이에는 아직도 소득세 자체가 없다. 새로 도입된 간접세 성격의 10% 세율의 세금이 있는데,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아서 "납세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현지 르포다.

<뉴욕타임스>는 "그 결과 파라과이의 경제호황은 남미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한 나라 중 하나인 이 나라의 불평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버밍엄대의 파라과이 경제개발정책 전문가인 앤드루 닉슨은 "파라과이의 거의 모든 성장은 고도로 기계화된 농업이며, 그래서 고용창출 효과도 별로 없다"면서 "부가가치세와 수입품 관세 등이 정부의 주수입이라는 점에서 파라과이의 상황은 그저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지도자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알자지라>는 "카르테스 당선자는 불법외환거래 혐의로 체포돼 1989년 1년 정도 감옥생활을 했고,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고, 마약거래 혐의로 미국 당국의 기소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이런 혐의로 점철된 카르테스가 파라과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부패 세력'의 승리가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파라과이는 미국과 연계된 마약 카르텔에 접수됐다"

군산복합체 등 정부를 움직이는 유착관계를 심층 취재해온 <경찰국가 미국>의 저자 톰 버거트는 "파라과이는 미국 정보기관들과 연계된 강력한 마약 카르텔에 의해 접수됐다"는 더 충격적인 주장을 폈다. 버거트에 따르면, 카르테스가 소유한 은행 방코 아맘바이는 마약자금의 돈세탁 통로고 이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버거트가 마약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버거트에 따르면, 미국은 결코 전세계 불법마약 거래를 근절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전세계 좌파정부들에 대한 '더러운 비밀공작'을 위한 비공식 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우고 차베스 사망 뒤 후계자로 대선에서 승리한 니콜라스 마두로 당선자를 겨냥한 미국의 '흔들기 작전'은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

올리버 빌러와 드루 코틀 공저 <코카인,암살단,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저자들은 "파라과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정부 자체가 마약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공개리에 폭로된 최초의 나라"라면서 "1970년대초 파라과이는 이른바 '프렌치 커넥션(터키에서 마르세이유, 파라과이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마약네트워크)'에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자들은 "CIA(미 중앙정보국)은 아시아 지역의 헤로인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경유지로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이들 국가의 부패한 정부와 군부 고위관료들의 협조를 받으면서 활동했다"고 단언했다.

이후 미국이 개입한 코카인 거래가 추가되면서 파라과이 서부 일대의 대평원 지대(차코)가 경유지로 이용됐다. 파라과이 전 내무장관 카를로스 필리졸라에 따르면 "차코 지대에는 적오도 900개의 비밀 활주로가 있으며, 연간 60~70t의 코카인이 거쳐간다"고 밝혔다.

페루 출신의 저명 언론인 비키 팔레에스는 "차코 지역 일대에 미 정부기곤들이 운용하는 기지가 두 곳이 있다"고 증언했다. 하나는 미 연방기관인 마약단속국(DEA)이며, 다른 하나는 미 국방부가 운용하는 것이다.

'세계사회주의웹사이트(WSWS)'에 따르면, 지난해 루고가 의회의 탄핵으로 축출된 사건은 2009년 온두라스의 마누엘 셀라야가 군부쿠데타로 대통령직에서 축출된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WSWS는 "이들 나라의 보안당국은 미 국방부로부터 훈련과 군사지도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나라의 정부 전복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와 남미국가연합 회원국들은 파라과이의 대통령 탄핵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지난해 파라과이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킨 이후 지금까지 후임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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