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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대통령 탄핵에 중남미 국가들 일제히 대사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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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대통령 탄핵에 중남미 국가들 일제히 대사 소환

[분석] '의회 쿠데타'로 규정, 베네수엘라는 석유 공급 중단 선언

남미 파라과이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으로 물러나게 한 사태가 중남미 전체의 국제문제로 번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쿠바가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탄핵에 대한 항의로 파라과이 주재 대사를 소환하면서, 파라과이 주재 대사를 소환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쿠바, 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 6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들 나라들은 파라과이의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사 소환까지 가지는 않았어도 칠레와 멕시코, 콜럼비아 등 다른 여러 나라들도 대통령 탄핵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서 자국 대사를 일시 소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의회 탄핵으로 물러났던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이 복귀 의사를 밝히며 독자적인 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AP=연합
메르코수르, 파라과이 회원 자격 정지

특히 루고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파라과이에 석유를 싸게 파는 기존 계약을 무효화한다며 석유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세계 4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28~29일 아르헨티나 멘도사)를 앞두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이 정상회의의 주축을 이루는 정회원 국가들은 파라과이의 정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며 회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강수를 두었다.

중남미 국가들이 파라과이 사태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단순히 이웃나라의 일로 치부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쿠바 등 좌파정권이 들어선 국가들은 루고 정권을 지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남미에는 정치상황이 불안한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권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쿠바 등은 이번 사건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했다. 지주계급과 빈농이 충돌한 사건으로 내무장관과 경찰총수가 사퇴했는데, 대통령까지 탄핵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칠레 등 우파정권이 들어선 남미 국가에서도 이번 탄핵을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힘으로 쫓아낸 사건으로 보고 '의회 쿠데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적절한 절차'를 결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파라과이에서 의회 상하원이 똘똘 뭉쳐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신속한 절차로 탄핵을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 물러났던 루고 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 거의 전부가 이번 사건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규탄하자, 복권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듯 입장을 바꿨다.

루고 전 대통령은 별도의 내각을 구성했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파라과이의 새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이번 문제를 집단적으로 논의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주계급이 독차지한 토지 문제가 배경

파라과이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명분은 루고 전 대통령이 지주의 땅을 무단 점거한 빈농들과 경찰이 충돌해 빚어진 유혈사태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250km 떨어진 쿠루과티라는 지역에서 경찰과 빈농의 충돌로 빈농 11명과 경찰 6명 등 17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권은 루고 전 대통령이 이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며 탄핵안을 전격 발의했다.

의회의 탄핵은 그야말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하원과 상원은 지난 21~22일 이틀사이에 루고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야당에 속하는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곧바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이렇게 신속하게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이 이뤄진 것은 의회를 야당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농의 아버지' 루고, 기득권층 반발로 힘 못써

이번 사태는 파라과이의 뿌리깊은 토지 문제와 관련이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인구의 약 2%에 불과한 지주들이 파라과이의 경작가능한 토지 80%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을 품은 파라과이의 빈농들은 '토지가 없는 사람들의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대농장주들의 토지를 무단점거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루고 전 대통령은 이런 빈농들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빈농의 편에서 투쟁을 한 인물로, 빈농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지난 2008년에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까지 됐다.

하지만 루고가 집권하기 전까지 61년 동안 파라과이를 지배해온 콜로라도 당은 지주세력을 등에 업고 여전히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서 루고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루고 전 대통령은 불법적으로 지주들에게 빼앗긴 토지들을 되찿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실현하지 못한 채 빈농들은 지주들과 잦은 유혈 충돌을 빚을 정도로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빈농들은 이번 탄핵 사태에 반발해 루고 전 대통령 복권을 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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