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토론종결을 위한 전체회의 표결에서 의원 100명의 표가 이렇게 갈리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임기에서 재정적자 감축, 이민법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한 총기규제안 중 가장 '온건한' 규제안까지 포함해 모두 토론종결 문턱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참사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구매자에 대해 신원·전과 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밀어부쳤지만 이 법안조차 찬성 55, 반대 46표로 일단 좌절된 것이다.
▲ 17일(현지시각) 미 상원 토론종결 투표에서 총기규제안들이 모두 부결됐다는 소식에 '샌디훅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연합 |
토론 때 찬성하던 의원 14명이 변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인정되는 상원의 토론종결 투표에서 60표 이상을 얻어야 72시간 내에 토론을 끝내고 찬반투표에 들어갈 수 있지 법안 통과에 요구된 60표를 넘지 못한 것이어서 상원 통과에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까지 총기규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표를 던진 상원의원들은 압력에 굴복했다"고 '전미총기규제협회(NRA)'의 로비가 상원의 표심을 흔들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처음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반대표로 돌아선 상원의원들은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면서 "NRA의 로비 등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인식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11일 이 법안은 초당적 토론 과정에서 찬성 68표, 반대 31표로 채택돼 상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정작 정식 표결에서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찬성표가 14표나 줄어들어든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대거 반대로 돌아섰지만, 집권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변심한 것으로 나타나 오바마가 '분개'할 만한 상황이었다.
지난 11일 표결에서는 민주당 의원 2명이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5명으로 늘었고 11명의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로 돌아섰다.
이번 상원 전체회의에서 반자동 소총 등 공격용 무기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은 찬성 40표, 반대 60표로 과반조차 얻지 못하는 등 모든 총기규제법안이 부결됐다.
"총기협회, 투표 전날 하루에만 50만 달러 로비자금"
오바마 대통령은 "치욕의 날"이라면서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특히 총기 밀거래 처벌을 강화하고 총기 구매자의 신원 확인 확대 방안은 여론조사로 90%가 넘는 지지를 받는 상황인데, 정치인들이 일반시민의 뜻보다 로비단체의 뜻에 따랐다는 질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민 90%가 동의하는 법안을 투표에 참여한 90%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반대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도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을 비롯해 마크 프라이어, 맥스 보커스, 하이디 하이트캠프, 마크 베기치 의원 등 5명이 반대표를 던져 오바마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NRA는 상원 토론종결 투표 전날 하루에만 50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뿌리며 상원의원들을 공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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