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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뿌리 뽑겠다던 박근혜 정부, 윤창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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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뿌리 뽑겠다던 박근혜 정부, 윤창중은?

[시민정치시평] 윤창중 성추문 사태를 보며

박근혜 정부는 4대악 근절의 슬로건을 높이 치켜세운 바 있고 성범죄의 뿌리를 뽑는 것은 그 대표적인 공약이었다. 그리고 이 정부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와 뒤섞어 이상스런 비빔밥을 만들었지만, '갑'의 횡포를 막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큰 약속도 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하게 여긴다고 했던 만큼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지 않아 100일을 맞게 될 이 정부의 그간 행보는 불안하기만 하다. 출범 초 '밀봉· 불통' 인사에서 잘 드러났듯, 대통령과 이 정부 전반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소통력과 내부 자정 능력의 취약함을 보면서 혹시 큰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던 참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일어난,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저지른 희대의 성추행 사건은 결코 우연한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귀국에 대해서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였다고 주장했으나, 이 수석은 이를 부인했다. ⓒ뉴시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에 대한 워싱턴 D.C.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 내에서 "(윤창중이) 허락 없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리고 윤창중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 조사에서는 피해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으며, 인턴 여성이 그의 숙소인 워싱턴 D.C 소재 호텔방으로 올라 왔을 때 자신이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이렇게 이번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 전지구적 뉴스로 된 데는 '미씨 유에스에이'(http://www.missyusa.com)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사건 내용이 이 사이트에 올려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은 쉬쉬하고 덮여졌을지도 모른다. 해당 사이트는 '한국의 팔이쿡' (http://www.82cook.com)과 비슷한 '주부 사이트'라고 들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분들은 칭찬받아 마땅한 시민 정신을 가졌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새 정부가 출범해 한미 우호 친선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실로 중차대한 정상회담을 하는 마당인데, 대통령 수행임무를 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가 감히 성추행 작태를 벌이다니. 이상한 짓은 이것만이 아니다. 윤창중은 청와대 조사에서는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것도, 그리고 노팬티차림 이었다는 것도 시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서는 이 사실을 모두 번복했다. 오히려 여성 인턴이 제 할 일을 형편없이 잘 못했다면서 피해 여성을 두 번 욕보였다. 그러면서 격려차 허리를 툭 한번 쳤을 뿐이었으며, 가이드의 방문은 상상도 못했고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고 했다. 이런 이중 플레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도대체 이런 정도의 파렴치한이 어떻게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이게 문제다. 결국 대통령의 불통, 밀봉인사가 자초한 일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지 않나. 이상한 일은 또 있다. 고집 불통 인사를 강행해서 국격을 땅에 떨어지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통령은 한마디 말도 없는데, 청와대 홍보 수석이라는 사람은 도리어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는 말을 한다. 성범죄 용의자인 윤창중이 한국으로 재빨리 도주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매우 이상한 일이다. 이 대목과 관련해서는 재미 한인 단체에서 미국 사법권에 도전한 중대 범죄로 보고, 도주 전말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나왔다.

국격을 높이러 가서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린 이상한 일은 윤창중 성추행 사건만은 아니다. 박대통령은 제너럴 모터스(G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 임금 문제를 꼭 풀겠다"는 답변을 했다. 이는 외국 투자자가 넌지시 떠보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자기 나라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초법적인 발언이다. 취임 이래 박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적 '줄푸세' 정책과 경제민주화를 교모하게 뒤섞는 비빔밥 전략을 쓰면서, 특히 노동 분야에서 줄푸세 기조를 보여 왔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볍게 무시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이나 비극적인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에 대해 아무런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이번 통상 임금 문제에 대한 박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기조를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이런 중차대한 경제민주화 역주행 건이 주변화될 것 같아 걱정된다.

지금은 쑥 들어가긴 했지만 한 때 '선진화'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으니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다음 국정 과제는 선진화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 한참 부족한 것은 선진·첨단 또는 창조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것,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에 절실한 것은 불통·불안·불만을 넘는 튼튼한 기본, 즉 기본적인 소통·공감·공유, 그리고 책임의 가치이다. 이것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중에 일어난 여성 인턴사원을 욕보이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대한민국 국격과 전 대한민국인의 존엄을 욕보인 이상한 소동들을 보며 느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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