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체제 '인물난'?…원내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정책위의장 등 향후 인선도 '돌려막기' 우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9일 신임 사무총장에 3선의 박기춘 원내대표(경기 남양주을)를 임명했다.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곧바로 사무총장을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주요 당직 인선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회의 직후 "당대표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새롭게 구성된 최고위원회가 사무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혁신의 지침을 가장 강단 있게 실천해낼 적임자로 박기춘 현 원내대표를 신임 사무총장에 내정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출직인 원내대표가 임명직인 사무총장을 맡게 되는 데 대한 부담과 원내대표 임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 등에 부담을 느껴 수차례 사무총장직을 고사했으나 김 대표 등의 간곡한 설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 원내대표 개인으로서는 위상이 변화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음에도 당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지도부의 간곡한 부탁에 (사무총장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이 엄중하고 어려운 시기인데 사무처를 잘 알지 못하는 분이 (사무총장으로) 가서 혁신을 이끌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박 원내대표는 사무처에 대해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사무처를 혁신하고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해 부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10일부터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15일까지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직을 겸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대변인은 정책위의장 인선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최대한 빨리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나온 카드가 박기춘? 인재 풀 부족 드러나"

박기춘 원내대표가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당내에선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의원은 "사실상 당의 비대위원장이었던 분이 사무총장을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이냐"며 '위상'의 문제를 짚었다. 의원들의 직접투표로 된 선출직 원내대표가 임명직인 사무총장을 맡는 건 의원들의 뜻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성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무총장은 당의 여러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라며 "최근 당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을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하는데, 박 원내대표는 이런 것에 의지가 충만하진 않은 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원내대표에서 사무총장직으로 사실상 직급이 격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온 원인으로 '인물난'을 꼽았다. 일부 인사들은 당직 제안을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숙고해서 나온 카드가 원내대표라는 것은 인재 풀이 그만큼 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도 '돌려막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