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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유의 언론 파업사태, 당국 유화책으로 신속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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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유의 언론 파업사태, 당국 유화책으로 신속 진화

[진단]"중국 변화 알리는 상징적 사건, 서구식 언론자유 기대는 무리"

공산당 선전도구로 취급받는 중국 언론계에서 기자들이 검열당국과 정면 충돌하며 파업까지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 사회의 정치적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는 중국 전역에 언론자유에 대한 요구를 자극시켰으며, 검열당국이 해당 매체에 대해 검열방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에서 비교적 정론보도에 충실해 '가장 진보적 매체'로 꼽히는 <난팡저우모(南方周末:남방주말)>라는 주간지에서 기자들이 정부에 개혁을 촉구하는 신년특집호의 제목과 기사를 검열당국이 정부 찬양 논조로 바꾸기 위해 삭제와 교정을 자의적으로 한 것에 항의하면서 벌어졌다.
▲ 9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주간지 <난팡저우모> 사무실 밖에서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중국의 실력자, 파업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

주목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난팡저우모>의 사무실 앞에서 공개적으로 언론자유를 외치는 시위를 벌여도 공안당국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고, 여러 매체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난팡저우모> 사태를 비난하는 사설을 싣고, 당국이 이 사설을 다른 매체들도 게재하도록 압력을 가했는데 이를 거부하는 매체도 등장했다.

<난팡저우모>와 함께 <난팡미디어그룹>에 속하는 <신징바오(新京報)>는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진보성향 신문으로, 이 사설을 게재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사장은 압력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비난 사설 게재 거부하는 매체도 등장

이번 사태로 중국의 언론이 서구언론식의 언론자유를 누리는 환경을 갖게 되는 극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언론인 직업 준칙에는 "언론은 반드시 당의 노선을 선전하는 한편 당 중앙과 정치적으로 의견이 일치해야 하고 중앙의 결정에 반하는 보도는 금지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벗어나는 보도 행위를 하다가는 곧바로 폐간되거나 매체의 지위가 격하된다.

<신징바오>도 원래 중앙 일간지였으나 지난해 7월 저장성 원저우(溫州) 고속철 참사의 진상을 보도하다가 불과 두달 뒤에 '지방지'로 격하됐다. 중국에서 지방지가 되면 취재·보도 범위가 더욱 제한되고 통제도 강화된다.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난팡저우모> 사태가 일단 협상이 이뤄지면서 진정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기자들은 당국이 약속을 이행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언론자유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 직접 검열에서 매체 자체 검열 등 한계는 여전

게다가 <난팡저우모>의 편집인 황찬은 공산당관료이자 검열당국과 동조하는 인물로, 당국과 타협이 이뤄진 뒤 "이번 사태는 당국의 검열이 아니라 편집진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는 회사 입장을 공지했다.

기자들도 광둥성 검열당국 책임자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다가, 당의 처분에 맡기는 방식으로 양보했다.

또한 검열당국이 직접 기사를 변경하는 대신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완화하겠다는 타협안에도 불구하고, 기자들과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체의 자체검열에 대한 요구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자체 검열에 대한 책임은 <난팡미디어그룹>의 장둥밍 사장에게 지워질 것"이라면서 "장 사장 자신이 검열당국 관료 출신이자 지난 2002년 광둥성의 사스 창궐에 대한 보도를 억제하는 데 앞장섰으며, 그 직후 <난팡미디어그룹>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물"이라고 전했다.

<신징바오>도 게재를 거부했던 사설을 다음날 결국 게재하며 타협을 하며 언론자유에 대한 투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고지도부가 시진핑 체제로 바뀐 중국 정부가 언론정책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 후보로 오를 스타 정치인으로 꼽히면서 광둥성 서기로 취임한 후춘화(49)가 이번 사태에 직접 나서서 신속한 해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난팡저우모> 사태는 중앙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말 광둥성을 방문해 경제개방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에 걸맞는 정치적 자유 확대도 허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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