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여성대통령, 여성이 아니라 가문의 승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여성대통령, 여성이 아니라 가문의 승리"

AFP "여성 권리 향상 위해 노력한 기록도 없어"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외신들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많이 보도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해 한국의 여성 파워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의미도 부여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 프랑스의 <AFP> 통신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나온 박근혜(Park Geun-Hye: Emerging From Father's Shadow)'라는 기사를 통해 "여성의 승리라기보다는 강력한 특정 정치세력의 승리"라고 규정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의 당선이 여성의 승리인지, 또 여성 권리 향상에 수식어 이상의 실질적인 업적을 이룰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강력한 가문 출신, 성의 차이 초월"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는 남성 중심의 가문의 정치적 유산을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아시아 여성의 또다른 사례가 되었다. 내년 2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박근혜는 군부 통치자 박정희의 딸이다.

그는 지난 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독자적인 정치경력을 쌓아왔지만,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아버지와 아버지의 독재통치 시절과 연결된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아시아에는 이런 유형의 여성지도자들이 과거와 현재에 상당수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 상징이 된 아웅산 수치, 인도의 인디라 간디,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필리핀의 코라손 아퀴노, 태국의 현 총리 잉럭 친나왓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중에는 권좌에 오른 뒤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이뤄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권좌에 오르는 것이 남성이 지배하는 아시아 정치계에 여성 파워가 강해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비샤카 드사이 소장의 말이다.

드사이 소장은 "수직적인 아시아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강력한 가문 출신은 성의 차이를 초월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5세의 나이로 태국의 첫 여성 총리이자 60년래 최연소 총리가 된 잉럭은 비판세력으로부터 오빠인 탁신 친나왓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탁신도 잉럭에 대해 "나의 분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라손 아퀴노는 스스로 '평범한 주부'였다가 1983년 남편 베그니노 아퀴노가 암살된 후 유력한 정치인이 되어 3년 뒤 필리핀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독자적인 자산도 갖춘 남다른 점도 인정해야"

박근혜가 아시아의 다른 여성지도자들과 비교할 때 남다른 차이점도 있다. 박근혜는 이미 노련하고 자기입지를 가진 정치인이다. 아버지가 경제를 발전시킨 영웅이자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엇갈린 이미지를 갖고 있어, 박근혜의 자산이자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박근혜는 1979년 아버지가 암살된 후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입지를 쌓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으며, 아버지가 암살되기 5년 전 어머니도 살해된 비극을 겪었다. 박근혜는 결혼한 적도 없고 자식도 없다.

이런 점에서 정미애 국민대 교수는 <AFP> 통신 인터뷰에서 "박근혜가 지도자로서 어떻게 해나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단순히 아버지 덕에 권좌에 오른 그런 인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를 추앙하는 보수 성향의 나이 든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선 출구조사에서 20~30대 유권자들에게서 3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의 당선은 민간과 공적 영역에서 남성들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역사적인 사건이기는 하다. 한국에서 여성의 국회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1500개의 주요 기업에서 임원급 여성은 12%에 그치고 있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40% 가까이 적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 표 노린 유세, 기회주의적 전술에 그치나

하지만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해서 양성평등에서 큰 변화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박근혜와 그가 소속한 집권 새누리당은 여성의 권리 증진에 특별한 노력을 한 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

박근혜는 대선 유세에서 여성 표를 얻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노력이 기회주의적인 전술일 뿐이라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박근혜가 여성 정치 지도자라는 것은 "오직 생물학적 의미에서일 뿐"이라고 말했다.15년간의 의정활동에서 박근혜가 여성의 권리 향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사이 소장도 "아시아의 여성지도자들이 여성의 권리 향상이나 양성평등 증진에 반드시 노력했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임기 첫 해에 그렇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은 이제 아시아 여성지도자로서 이들과 비교되는 위치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