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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한미FTA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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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한미FTA '온도차'

문재인 "재협상 노력"…안철수 "문제 드러나야 재협상"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8일 외교·통일 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의 무너진 평화를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당당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한미 FTA 개정,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야 할 수 있다"

외교통상 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7월 출간된 안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는 "협정 발효 전과 후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폐기보다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돼 있다.

때문에 재협상을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와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실제로는 입장 차이가 있었다. 안 후보 측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무조건 재협상한다든가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효과는 최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부정적 문제가 현실화됐을 때는 협정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개정 협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쪽으로 나가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안 후보의 기본 생각은 재협상이 아니다. 한미 FTA가 갖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고도 했다. 안 후보 측 홍석빈 부대변인은 "재협상이란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되기 전에 하는 것이고, 이미 발효된 상태에서 하는 것은 재협상이 아닌 '개정'이 정확하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용어를 떠나 두 야권 후보 간에는 색깔 차이가 있다. 안 후보는 '문제가 생기면 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협상 또는 개정을 당장 요구할 것이 아니라, 피해가 입증된 다음 개정 요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18일 토론회 축사에서 "한미 FTA는 국회에서도 2011년 이미 재협상 촉구를 결의했다"며 "ISD 등 독소조항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큰 만큼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정을 요구할 만큼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려면 그 판단의 재료가 있어야 한다. 물론 ISD 등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국이라는) 상대가 있는 게임 아니냐"면서 "문제가 충분히 현실로 드러났을 때 협정문에 근거해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4차 협상이 끝난 상황"이라며 "한중 FTA는 앞으로 있을 동아시아의 시장 통합에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FTA라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다층적인 의미와 다양한 열린 시각에서 한중 FTA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인접한 국가와의 FTA이기 때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크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만큼 피해도 클 수 있어 아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으로 나름대로 많이 고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DJ-盧 정부와 유사한 기조

이날 안 후보가 내놓은 대북정책의 큰 방향은 포용론이다. 과거의 민주당 정권 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노선 상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이다. 안 후보는 통일외교안보정책의 최종 목표는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바람직한 통일의 상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채택하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남북관계·핵문제·평화증진을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하는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 간의 기존 합의 존중으로 신뢰를 회복할 것과 남북경협 확대를 강조한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철도를 통해 대륙과 연결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유라시아 경제권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모두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공통분모다. 인재 풀도 겹친다. 문 후보 측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장이 통일장관일 때 차관이었던 이봉조 전 차관, 장관정책보좌관이었던 김연철 인제대 교수가 안 후보를 돕고 있다. 또 안 후보 측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재야단체 '한반도평화포럼'의 회원들인데, 이 단체는 문 후보를 돕고 있는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장관이 공동대표와 상임이사 등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만 놓고 보면 인물로 보나 정책기조로 보나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라는 느낌이다.

다만 이날 발표한 안 후보의 정책에서는 독특한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정상간 핫라인(긴급전화)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봉조 전 차관은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정상간 핫라인 설치를 최우선적 과제로 협상"하겠다며 이를 통해 돌발적인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상설적인 분쟁 해결 기구를 두겠다는 발상도 새롭다. 안 후보 측은 남북 장관급 회담의 정례화 외에 "상설적인 분쟁해결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차관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과 관련 부처가 협조하는 '남북분쟁해결위원회'(가)를 쌍방 합의 아래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은 분쟁해결위원회의 급은 최소 장관급은 돼야 할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또 서해의 평화정착을 위해 안 후보는 지난 2004년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체결된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 이른바 6.4 합의를 복원시키고, 남측의 서북도서방위사령부와 북측 서남전선사령부 간에도 군사직통전화를 설치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도 협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안 후보 측의 구상에서, 현재의 경색된 국면을 장관급 회담 부활이나 남북경협사업 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는 적십자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제반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남북 적십자회담을 정부 출범 직후 바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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