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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의 아동 성폭행, '권력 배후' 의혹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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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C의 아동 성폭행, '권력 배후' 의혹으로 확대

<BBC>, 1년전 자체 고발 프로 보류 …끝내 경쟁사 폭로에 휘청

영국의 '국민 MC'로 불렸던 지미 새빌의 아동성폭행 스캔들이 정치권까지 연루된 초대형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25일 영국의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84세로 사망한 영국 <BBC> 방송의 진행자 지미 새빌이 생전에 수십년 동안 아동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스캔들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 권력자들도 연결된 광범위한 '아동 성애 네트워크'가 있었기 가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빌은 40여년전인 1970년대부터 죽기 직전까지 무려 40여년간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빌이 강간을 포함한 충격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때 당시 총리실 보좌관 등이 연루된 아동성범죄 네크워크가 있었다는 것이다.
▲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공영방송 <BBC>가 '새빌 스캔들'에 현직 직원만 9명이 연루되고, 자체 고발 프로도 보류하는 등 은폐한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AP=연합

"피해 신고 1주새 1백명 늘어 3백명 육박"

영국에서 새빌이 얼마나 유명한 방송 진행자였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되면 누구나 아는 방송진행자를 생각하면 된다. 그것도 1975년에서 1994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온가족이 시청하는 <BBC> 방송의 어린이프로그램 진행자를 맡아 '국민 MC'로 불렸고, 이 공로로 1996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까지 받아 '새빌 경'으로 추앙받던 사람이다.

그러니 영국에서 '새빌 스캔들'이 지난 9월 한 민영방송국 고발 프로그램으로 공개적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세계적인 공영방송이라는 <BBC>방송 관계자들도 '새빌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넘어, 정치권 연루설까지 확대돼 어안이 벙벙한 상황하다.

생전에 새빌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런던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주 200명의 피해자가 신고를 했는데, 다시 한 주 사이에 급증해 300명에 달했으며, 경찰이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까지 합하면 400명에 달한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의 진술 일치"

피터 스펜들러 런던경찰국장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에서 최대 규모의 아동성범죄 사건이며,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서로 관계없는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기 하기 때문에 새빌의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중에는 당시 남자 아이 2명도 포함됐다.

'새빌 스캔들' 배후에 정치권이 있다는 의혹은 야당인 노동당 소속 톰 왓슨 하원의원이 '새빌 스캔들'과 관련한 하원 대정부 질의에서 제기했다. 왓슨 의원은 "1970년대 총리 보좌관 등이 아동 성범죄 조직과 연결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왓슨 의원은 "지난 92년 아동 성인물을 수입·소지한 혐의로 처벌받은 영국 아동국 직원 사건의 관련자가 총리실 보좌관이 뒤를 봐줘 네덜란드에서 이런 것을 들여올 수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사건을 재조사하면 권력자들이 개입된 '아동 성애 네트워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 "어떻게 지금까지 걸리지 않았느니 나도 의문"

왓슨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동과 성관계를 했다는 소문이 돌던 에드워드 히스 전 총리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의 피터 모리슨 전 총리 보좌관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인디펜던트>는 "이들은 모두 사망했으며,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관계자로 현재 생존하는 인물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들은 1974년부터 1984년까지 지금은 불법화됐지만, '아동정보교환'이라는 아동성애조직의 활동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왓슨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언급된 총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의혹이 매우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어떻게 새빌이 이렇게 오랫동안 제지를 받지 않고 할 수 있었는지 나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새빌은 1960년대부터 활동하면서 생전에 아동 성추행 혐의로 다섯 차례 이상 경찰 수사를 받았음에도 기소되지 않아 배후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캐머론 총리는 "새빌 스캔들에 대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BBC> 방송도 이번 스캔들로 신뢰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새빌이 아동성폭행을 벌일 때 <BBC> 직원이 도왔다거나, 방송국 고위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10개월전 자체 고발 프로 제작하고 보류한 <BBC>

조지 엔트위슬 <BBC> 사장은 '새빌 스캔들'을 추궁하는 영국 하원 문화언론스포츠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10명의 전 현직 직원을 연루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BBC> 언론홍보담당은 "현직 직원 9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성폭행 및 그 외 부적절한 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정정 발표했다.

엔트위슬 사장은 의회에서 "BBC 내부에 만연한 잘못된 문화와 관습이 새빌의 범죄를 방조했다는 데 이의가 없다"며 <BBC>의 책임을 시인했다.

최근 경영위기설도 나도는 <BBC>에 새로 취임한 엔트휘슬 사장은 의욕적인 경영에 나서기도 전에 과거의 사건에 발목이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새빌에 대한 의혹을 담은 자체 고발프로그램까지 만들었지만, 방송이 보류된 것까지 드러나 은폐 논란을 일으킨 담당 에디터가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결국 <BBC>는 경쟁사인 민영방송 ITV가 지난 9월 26일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빌의 성범죄를 폭로하면서 '자정능력도 없는 조직'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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