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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MC'가 방송사 간부들 묵인 하에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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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MC'가 방송사 간부들 묵인 하에 성폭행

BBC 치명타, 영국사회 충격

영국의 '전설적인 DJ'이자 '국민 MC'로 지난해 10월 84세로 사망할 때까지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지미 새빌이 미성년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강간해온 '섹스 프레데터'였다는 의혹으로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새빌은 <BBC> 방송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지미 새빌(1926생)은 1975~1994년까지 <BBC>에서 방송된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프로그램 '짐 윌 픽스 잇'의 진행자로 국민적 인기를 얻어 1990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일 <BBC> 방송이 철저한 자체조사를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지미 새빌은 언제나 '남근'을 상징하는 시가를 입에 물고 다녔다. <BBC>에서 어린이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을 20년간 진행하면서 국민적 인기와 존경을 받은 새빌은, 정작 아동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AP=연합

다큐멘터리 폭로 이후 40여명의 여성 증언

지난달 26일 영국의 <ITV>가 '폭로: 지미 새빌의 다른 면'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새빌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폭로하면서 이 의혹들이 사실이라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0여 명의 여성들이 새빌에 의한 희생자이거나 새빌이 어린 소녀들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증언하고 나섰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새빌은 자신의 롤스로이스 자동차 안에서, 이동주택에서, 그리고 심지어 <BBC> 방송국 본부에서 어린 소녀들을 성폭행했다. 새빌은 BBC 분장실에서 록가수 게리 글리터 등과 함께 10대 소녀 2명을 집단 성폭행하기도 했다. 새빌의 스태프들은 성폭행할 미성년 소녀들을 조달했다.

무엇보다 영국이 자랑하는 공영방송 <BBC>의 고위간부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새빌의 성폭행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새빌이 1970년대에도 저지 섬에 있는 고아원 아이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해온 사설탐정 레니 하퍼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확고한 물증을 잡지 못했는데, 이번 의혹들을 접하고 보니 그가 고아원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새빌은 오랫동안 고아원 등에 대한 자선사업을 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BBC의 마초 문화와 경영도 범죄 조장"

<인디펜던트>는 "BBC가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당연히 해온 마초 문화가 뿌리깊은 데서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BBC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서도 젊은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성추행은 특히 연예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흔하다는 현실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 샌드 톡스비그, 진행자 리즈 커쇼, 칼럼니스트 재닛 스트리트포터 등은 자신들도 절은 시설, 남자들이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당했거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BBC의 신임 사장 조지 엔트휘슬은 지난 7일 공식 사과하고 철저한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트휘슬은 "경찰의 조사가 끝난 뒤에 자체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그래야 자제 조사가 왜곡될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엔트휘슬 사장의 자체조사 보류 방침이 BBC의 내막을 잘 모르는 경찰 조사의 한계를 노린 은폐 시도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의 로브 윌슨 의원은 BBC 재단 이사장 패턴 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자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윌슨 의원은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한 범죄자와 그 범죄를 가능하게 한 조직의 문화와 경영이 복합된 것"이라면서 "BBC가 자신의 문화와 경영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조사로 지연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새빌을 성역의 인물로 만든 것은 우리"

영국의 방송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충격'이라는 반응에 냉소하기도 한다. 새빌이 어린 소녀들을 강간해 왔다는 소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왜 아무도 대응을 하지 않았냐"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BBC 기자 출신으로 어린이 보호단체 '칠드런라인'를 설립한 에스더 랜첸은 <채널 4> 뉴스 인터뷰에서 "지미 새빌이 마당발 인맥을 갖고 있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면서 "그를 아무도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의 인물로 만든 것은 우리"라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풋볼팀 코치 제리 샌더스키의 상습 아동성폭행 사건, 영국 로치데일의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 소녀들의 집단 성매수 사건 등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들은 해당 지역의 당국들이 아동 성폭행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데도 이를 방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빌은 평생 결혼하거나 자식을 두지 않았으며, <AP> 통신에 따르면, 새빌은 지난 2000년 자신의 사생활을 캐오던 영화감독 루이스 테룩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어린이를 좋아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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