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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짜리 정치인 안철수, 이제 '실력'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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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달짜리 정치인 안철수, 이제 '실력'을 보여줘

[대선읽기] 안철수, '중반 전투' 관건은…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선순환하는 넓은 의미의 복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지식경제 사회에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란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철수의 생각> 2012.7.19.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합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선출마 선언문. 2012.9.19.

"복지를 통해, 사회 안전망을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안심하고 도전할 분위기가 조성되면 일자리가 조성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마련된 재원이 경제민주화와 복지와 연결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하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정책 싱크탱크 '혁신경제포럼' 인사말. 2012.9.25.

"경제민주화는 외바퀴에 해당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잘 굴러 갈 수 없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도전할 환경을 만들어 혁신적 경제를 이루고 다시 보편적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다시 그 힘들이 경제민주화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되는 경제 구조에 대해 말씀드렸다." 안철수 후보, 강원도 원주 현장. 2012.10.18

똑같다. 물론 이는 정책의 '기조'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생각>에서 제시된 큰 방향이, 출마선언과 이후의 대선 행보를 거치며 얼마나 구체화됐는지에 대해 여론에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평이 많다. 19일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지 3달, 출마선언 이후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안철수 현상의 정치세력화는 성공, 그러나…

출마선언 이후 30일 간 안 후보가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부분은 세력화다. '인기'를 '지지'로 바꿔내기 위해 무른 메주 밟듯 각 이슈별 현장과 전국을 돌아다녔다. 부산·경남-호남-대구·경북-충청-강원 순으로 전국 투어를 했고, 호남을 시작으로 몇몇 지역 조직도 가동됐거나 준비 중이다.

한 명의 현역의원과 두 명의 전직 의원을 공동본부장으로 선거캠프 구성도 짜임새를 갖췄다. 장하성·김호기 교수 등을 중심으로 정책분야 싱크탱크도 활동 중이고, 정책 및 정치분야에서 유권자와 소통할 '조직'도 마련되고 있다. 2300여 명이라는 대규모로 여론의 주목을 끈 청년자문단이 대표적이다. 매우 빠른 속도다.

이는 '개인 안철수'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61일 앞둔 이날까지 '정책 기조는 있으되 체계적인 정책이 없는' 것은 안철수가 개인일 때나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정치세력의 대표일 때나 마찬가지다.

안 후보 측에서는 다른 후보들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결코 정책 준비가 늦거나 미비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하지만,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정당 소속 후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학습된 정당의 정체성을 통해 후보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면이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자신의 정책으로 정체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 차이다.

▲지난달 19일 출마선언 당시의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의 정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얼마나 진보했나?

안 후보 측은 정책이 정리돼서 공약집 형태로 발간되는 것은 내달 10일께나 돼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 정리된 형태는 아니라도 정책포럼을 통해 몇 가지씩 정책이 발표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7일 중소기업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의 발표 요지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 및 금융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는 7일 홍종호 서울대 교수의 발표 내용이나 안 후보가 4일 광주 일정에서 남긴 말과 다를 게 거의 없었다. 심지어 이런 내용은 <생각>에도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기준을 넘기면 세제 등 여러 차원의 혜택이 한꺼번에 없어집니다. (…) 중간 규모의 기업들을 중견기업으로 지정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여력이 많기 때문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해 혜택을 주고,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국책연구소들을 중견기업 중심의 R&D 기지로 바꿀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생각> 135쪽

이처럼 출마선언 이후 최근 언론이 제목으로 뽑은 안 후보의 발언은 사실 대개 <생각>에 나온 내용들이다. 안 후보가 16일 서울 통인시장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을 전체의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던 말은 몇몇 언론 기사의 제목으로 쓰였다. <생각> 100쪽에 나온 얘기다.

14일엔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등 재벌개혁과 관련해 2단계 구상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책 126쪽에는 "순환출자를 없애는 방향이 맞고,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돼 있다. 7일의 정책비전 선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공공기관 및 공기업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던 부분이다. 172쪽을 보라.

그나마 <생각>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움츠러든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는 분야도 있다. 경제민주화다.

책에서는 기존 재벌의 부당한 관행 및 지배구조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장하성 교수가 발표한 안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기업에 우선 자율적 해소를 할 기회를 먼저 부여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된 "징벌적 배상제, 내부고발자 보호 및 포상 등"(122쪽)도 빠져 있다.

중반 전투, <생각>을 넘어서라

19일은 안 후보의 출마 한 달째가 되는 날이면서, 12월19일 대선까지 딱 두 달을 남겨둔 날이기도 하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낸 바 있는 안 후보의 '생각'을 어떤 형태로 실현할 수 있을지 손에 잡히는 수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꼭 법안 이름의 가제나 숫자를 들고 나오라거나, 책에 없는 전혀 새로운 얘기를 꺼내라는 말이 아니다. 청와대 이전 등의 공약은 그 자체로 논란도 됐지만 발표 얼마 후 후보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며 부인됐다.

유권자들이 무엇을 바라는가는 안 후보 역시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안 후보는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출마 이후 가장 잘한 일'로 백혈병을 얻은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과 삼성의 만남을 이끌어낸 것을 꼽았다. 안 후보 측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선거 과정에서 이미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안 후보가 정치참여 이후 제기한 새로운 이슈여서일까? 아니다. 물론 책 177쪽에서 "산재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개인인 노동자보다 기업에 더 많이 지울 필요가 있다"고 쓴 부분이, 현장에서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노동현장이 직업병과 관련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좀더 강경하고 명료화게 바뀌긴 했다. 그렇다고 여론이 안 후보에게 바라는 게 '관련된 어떤 법규를 언제까지 어떻게 고치겠다'는 수준까지 구체화된 얘기를 하라는 건 결코 아니다. 한혜경 씨를 만나러 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책이 발간될 때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안 후보가 직접 한 씨를 만나니 삼성이 움직였다는 게 그 방증이다.

안 후보는 18일 강원도 화천에서 만난 작가 이외수 씨가 "바둑 포석은 끝나셨죠? 중반 정도에 돌입한 것 같다"고 묻자 "네, 중반부터 본격 싸우니까요"라고 했다. 세력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안 후보가 이제부터 벌일 중반전투에서는 '잘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같은 '새로운 정치'가 있어야 야권 후보 단일화 등 대선 국면의 정치사건도 의미를 가진다는 게 안 후보의 논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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