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 사태 이후 한동안 멎었던 '안철수 검증' 바람이 다시 시작됐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이 지난 6일새 4건이 추가 제기된 것. 안 후보 측의 대응도 강경해졌다.
1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990년 안 후보가 서울대에 제출한 의학박사 학위논문에서 2년 전 제출된 서 아무개 교수의 논문을 인용 출처표기 없이 거의 옮겨쓰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며 "이런 식의 표절로 볼 수 있는 서술은 3페이지에 걸쳐 계속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 것"이라면서 "의혹을 확실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이번 대선가도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즉각 해명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정연순 공동대변인은 방송 직후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보도 내용은 사실을 확인해 보지 않은 철저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 측은 이석호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주임교수의 말을 인용해 "MBC 측에서 문제삼는 '볼츠만곡선'은 19세기 통계물리학자인 볼츠만이 정립한 물리학적 원칙으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되는 법칙"이라면서 "자연현상의 해석에 뉴턴의 원리를 적용할 때마다 <프린키피아>를 인용하지 않듯, 볼츠만의 원리를 적용할 때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밝혔다. 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이 교수가 "두 논문은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통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온흐름에 같은 통계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며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안철수 측 "취재 내용 명백한 거짓" 초강경 대응
안 후보 측은 나아가 작심한 듯 방송의 보도 및 취재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안 후보 측은 "(방송의) 새누리당 출입기자는 1일 8시경 다른 기자를 통해 유민영 대변인에게 보도 내용을 취재했다"며 "방송 1시간 전에야 취재 전화를 했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은 또 8시45분경 이뤄진 <MBC>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대변인이 이석호 교수의 위와 같은 견해를 전달하고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사전에 밝혔다면서 "정확한 사실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와 논의 후 답변하겠다'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마치 공식 답변인 양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캠프의 누구도 위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캠프에 대한 취재 내용도 명백한 거짓"이라고도 했다.
안 후보 측은 "<MBC>와 해당 기자는 이에 대해 방송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할 때에야 이렇게 무책임하고 편향적인 보도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최근 며칠 언론에 의해 안 후보에 대한 의혹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수세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조선일보>의 2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여전히 앞서고는 있지만 오차 범위 내로 추격당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기독교방송>(CBS)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001년 시가 4억5000~6000만 원에 해당하는 서울 문정동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매입가를 2억5000만 원으로 신고해,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27일에는 <한국방송>(KBS)이 지난 2000년 12월 당시 실거래가 2억4000만 원인 안 후보 본인 명의의 서울 사당동 아파트를 팔면서 구청에는 7000만 원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날 <TV조선>이라는 케이블방송은 1993년 안 후보가 제2저자로 참여한 학술논문이 제1저자의 1988년 학위논문과 거의 일치한다며 '재탕'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 측은 <CBS>와 <KBS> 보도에 대해서는 사과 입장을 밝혔고, <TV조선> 보도에 대해서는 "학위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라며 "학술지 발표를 2중 게재라고 하는 건 학술 발표의 기본적 프로세스에 무지한 사람이 공격을 위한 공격으로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기에 <MBC> 보도까지 합치면 최근 1주일 내 4건의 의혹 또는 사실이 보도된 셈이다. 앞서 8월 말~9월 초에는 안 후보의 동작동 아파트 '딱지' 매입과 룸살롱(유흥주점) 출입 관련 논란이 일었으나, 지난달 6일 금태섭 변호사의 이른바 '불출마 협박' 폭로 이후 도덕성 검증 공세는 한동안 멎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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