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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감옥 공장' 팍스콘, 대규모 폭동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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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감옥 공장' 팍스콘, 대규모 폭동 전말은…

[분석] 세계적 아이폰5 열광 뒤의 '불편한 진실'

'감옥 공장'으로 불리는 애플의 부품 하청업체 팍스콘에서 노동자들의 폭동이 발생했다.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동이 일어난 장소는 산시성 타이위안 공장이다.

이번 폭동은 8만 명 정도의 이 공장 노동자 중 2000여 명이 일시에 들고 일어난 것으로 22일 밤 11시경 발생, 5000명의 경찰이 진압에 나서 23일 새벽 3시쯤 소요 사태가 진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40여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 중 3명은 중상인 것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공장은 최신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5의 부품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 24일 밤 폭동이 일어난 싼시성의 한 팍스콘 공장 주변에 경찰들이 차단벽을 형성하고 있다. 목격자가 핸프폰으로 찍은 사진.

"경비원들이 노동자 죽을 정도로 구타"

팍스콘은 중국 전역에서만 100만 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애플와 노키아 등 세계적인 스마트폰 업체와 휴렛패커드 등 컴퓨터 업체를 고객으로 둔 세계 최대의 전자부품 하청업체다.

회사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밝히지 않은 채,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공장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노동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 등에 따르면 이번 폭력사태는 '민병대' 수준의 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일부 노동자들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이 노동자들을 거의 죽을 정도로 구타를 했으며 이를 본 다른 노동자들이 집기를 던지며 집단적으로 항의하면서 폭동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분노를 터뜨린 배경에는 임금 문제 등 그동안 쌓인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쇄자살 이어질 정도의 열악한 근무조건이 원인"

가혹한 근무 환경으로 잘 알려진 팍스콘에서는 2010년 이후 지난 12일 선전 공장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까지 포함해 19명의 노동자가 자살로 죽었다.

특히 2010년 한 해에만 중국의 선전과 청두에 있는 공장에서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하고 10여 건의 연쇄투신 자살 사건이 벌어져 세계적으로도 충격을 주었다. 하도 많이 투신자살을 하니까, 공장 측은 투신자살을 못하도록 기숙사 건물 주변에 그물을 치기도 했다.

폭력사태가 일어난 시간이 한밤중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는 팍스콘 공장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출퇴근을 하는 게 아니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마치 공장에 설치된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스마트폰처럼 인기가 폭발하는 제품의 경우 수시로 주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숙사에 자고 있던 노동자들은, 추가 주문이 들어오면 한밤에도 깨어나 일을 해야한다.

저임금에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렇게 일하기 때문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대부분의 팍스콘 노동자들은 공장에 들어온 지 얼마 못가 불만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다.

팍스콘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드러나면서 지난 2월 미국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FLA)가 현장 근로환경 조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소한 불만도 해결할 창구 없다"

홍콩의 노동인권단체 '중국 노동회보'의 상담소장 조프 크로탈은 논평을 내고 "폭력적인 방법 이외에는 아무런 출구가 없는 뿌리 깊은 좌절과 분노가 팍스콘 노동자들 사이에 쌓여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팍스콘 공장에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나 논의의 장은 전혀 없기 때문에 어떤 다툼이 폭력 사태로 비화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팍스콘 공장에서는 연쇄 자살 사건 이후에도 지난해 청두 공장에서는 폭발 사고로 3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부상당하고, 지난 6월 100여 명의 노동자가 난동을 벌이는 등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22일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인상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곧바로 폭동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팍스콘은 공장 질서 유지 등을 위해 1500여 명의 보안요원을 두고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기숙사에 숙식을 시키며 관리했으나 폭동이 일어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나 팍스콘 사측에서는 공장 폐쇄가 길어질 경우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애플 이익률 40%, 팍스콘은 1%"

팍스콘은 세계적인 전자제품업체들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애플을 두고 하는 얘기다. 애플은 스마트폰 한 대 팔 때마다 40%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의 이런 놀라운 수익률은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하청업체에 돌아가는 몫은 극히 적다는 점에서 '무자비한 착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팍스콘 사측은 애플과 달리 이익률이 1%대에 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팍스콘의 실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청업체들의 일반적인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애플은 자기 제품에 맞는 부품을 까다롭게 요구하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이에 맞는 대규모 시설투자를 해야 하고, 일단 이런 설비로 구축되면 지속적인 주문을 받기 위해 대기업의 노예가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팍스콘 사측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면 결국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착취의 고리'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아이폰5는 지난 21일부터 미국과 호주 등 일부국가에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사흘만에 500만대가 팔렸다는 소식이다. 미국 본사에서는 최대의 수익에 기뻐하겠지만, 그 뒤에는 이렇게 저임금 국가에서 착취당하는 하청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팍스콘의 노동자들이 자살과 폭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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