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하청업체 팍스콘(富士康. 푸스캉)에서는 최근 살인적인 노동환경에 못견딘 노동자들이 연쇄 자살 하는 사건으로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장에서 투신자살로 열번째 사망자가 나오자 모기업인 대만의 훙하이그룹(鴻海科技集團) 궈타이밍(郭太銘·60)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근무 여건 개선 등 수습에 나선 직후에도 연쇄 자살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 노동자들의 투신자살이 잇따르면서 '피의 공장'으로 불리는 팍스콘 공장. ⓒEPA=연합뉴스 |
4개월 사이에 13번째 자살 시도, 10명 사망
지난 26일 자정 직전 노동자 1명이 투신자살한 데 이어 불과 몇 시간 만인 27일 새벽 또다시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애플사가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처음으로 제치고 미국 전체 기업 중 2위, IT 기업 중 1위 자리에 오른 날이다.
이날까지 팍스콘 선전공장에서는 지난 1월 23일 이후 4개월여 만에 모두 13건의 자살기도(투신 12건)가 이어져 10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모두 18~24세의 젊은 노동자들이다.
팍스콘 선전 공장에는 42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85%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농민공들이다.
현지 노동단체들은 팍스콘 공장의 근무 환경은 노동자를 기계 취급하는 것으로 중국의 고도성장기에 자라난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지 못해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단체들에 따르면, 팍스콘의 노동자들에게는 10분 거리의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점심 시간은 단 30분만 주어진다. 사실상 식사 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또한 생산라인에는 감시카메라와 교도관을 방불케 하는 경비원들이 늘어서 노동자들이 '대화 절대 금지'라는 규정을 지키며 작업만 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 달을 꼬박 일해야 우리 돈으로 17만 원 남짓(1000위안)에 불과하다. 10년 차도 20만 원이 넘지 않는다.
팍스콘 모기업 회장 "중국 평균 자살률보다 낮다"
자살 사건이 속출하자 뒤늦게 중국 당국은 팍스콘의 노동환경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국제적인 평판에 타격을 받게 된 애플사와 델사 등도 황급히 진상조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친기업 언론들은 "자살자들은 노동 문제가 아니라 실연을 겪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사건 진상을 조사한 뒤에 기업 측을 비난해도 늦지 않다"면서 두둔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모기업 회장의 태도를 보면 왜 회장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섰는데도 노동자들이 투신 자살에 나서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포브스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는 훙하이그룹의 회장이자 대만 최고, 세계 136번째 부자갑부인 궈타이밍 회장은 26일 중화권 기자 200여 명과 함께 현지공장을 방문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45만 노동자 중 몇 명이 자살했지만, 중국 도시의 평균 자살률보다 낮다(중국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 당 14명)"면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별로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자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하겠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사망 위로금이 지나치게 많아, 자살이 늘고 있다"면서 "위로금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모기업 회장의 이런 인식에 개탄한 중국의 노동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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