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이날 아침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로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일정을 시작한데 이어 옛 구로공단 자리인 이곳을 찾아 재계 및 노동계 인사, 일반 시민들과 함께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
문 후보는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저를 선택했다"며 "세상이 바뀌기 바라는 저변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생각한다. 이를 관통하는 것이 결국 일자리"라고 '일자리 우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민주화를 만들 수 있는 방안도, 가장 좋은 복지도 일자리"라는 것이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 그래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일자리에 대한 성적으로 평가받겠다"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 난 이후에 현충원을 참배하고 첫 일정을 일자리에 관한 것으로 잡은 것도 일자리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7080' 구상이란?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고용률을 기존의 60%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70%까지 높여나가고, 붕괴된 중산층을 (인구의) 80% 정도가 되도록 살려 나가는 게 목표"라는 '일자리 7080' 구상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우리의 노동현실이 너무 어렵다. 고용률이 60%, 청년고용률이 40%로 OECD 평균에 비해서도 너무 낮다"며 "청년고용률 40%는 IMF(외환위기) 때보다 못한 수치다. 고용률이 나쁘니까 젊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대학가야 하고, 과외해야 하고, 스펙(경력) 쌓아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는 "고용을 늘리거나 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기업을 대상으로) 일종의 고용평가제, 평가지수화를 해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계약할 때도 가산점을 주고, 세제 지원도 해주고, 모든 것을 기업의 고용창출에 맞추는 정부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 후보는 일자리를 새로 만들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정리해고에 보다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게 하고, 정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정리해고가 되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입) 초기에는 그랬다. 회사가 도산할 정도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시작됐는데, 점점 사유가 늘어나서 '경영상의 필요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것' 처럼 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역대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 하고는 접근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기존의 일자리정책이 "성장의 결과로 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이었다면 자신의 정책은 "일자리 늘리는 것으로 성장 방안을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를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그 사례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747' 공약"을 꼽았다.
문 후보는 "이제 '성장과 일자리는 별개'라는 것은 대체로 다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에 해왔던 성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성장모델로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에서 더 나아가 "단기적 이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공헌함으로써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유가치성장'"을 들며 하나의 사례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사(社)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를 찾아 '일자리 창출 각계대표'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 후보 왼쪽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오른쪽은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이다. ⓒ뉴시스 |
문재인, 참석자들 발언에 "참고 많이 됐다"
이날 행사에는 재계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영배 경총 상근부의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고, 노동계에서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권한대행과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지역구 현역인 박영선 의원과 이목희, 홍영표, 진선미 의원 등이 함께 자리했다.
문 후보는 참석자들이 발언할 때마다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추는 등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틈틈이 메모도 했다. 청년유니온 한 위원장이 청년실업 문제의 절박함을 호소할 때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자신에게 덕담이 건네질 때에는 미소를 띄며 일일이 고개를 숙였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국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을 경제계는 반대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기 떄문에 어떻게 지혜를 모을 것인가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때에는 웃음기 없는 얼굴에 진지한 표정으로 김 부회장을 지그시 건너다보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들의 발언을 모두 들은 이후 "좋은 말씀 고맙다. 참고가 많이 됐다"고 인사를 건넸다.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 중 '중소기업' 대신 '전문기업'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에 "좋은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쳤고,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중소기업 간담회도 열어줄 것을 제안한데 대해서도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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