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경기 지역에서 4만9585표를 얻어 무려 62.84%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누적 득표율도 53.50%로 끌어 올렸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변화를 바라는 도도한 민심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며 "변화의 기대가 저를 선택하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꼭 기대에 부응해서 민주통합당과 함께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자신이 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화합하는 선대위,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열린 선대위, 국민경선의 변화의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는 선대위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경기지역 득표 순위는 종합 순위와 일치했다. 2위는 경기에서 1만8477표(23.42%, 누적득표 23.20%)를 얻은 손학규 후보였다. 3, 4위는 각각 누적득표 16.31%의 김두관 후보(6978표, 8.84%), 누적 7.00%의 정세균 후보(3864표, 4.90%)였다. 경기지역 경선에는 14만8520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7만8904명이 참여해 투표율 53.13%를 기록했다.
문 후보가 경기에서 얻은 득표율 62.84%는 부산 지역(66.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경기지사를 지낸 손 후보가 20% 초반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과 함께, 경선 후반으로 가며 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 후보는 지난 9일의 충남지역 경선에서도 62.71%를 득표한 바 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는 다음날 치러지는 서울 경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면 바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23일까지 결선투표를 치른다. 때문에 관심은 서울 경선에 집중되고 있다. 16일 하루에만 42만여 표가 움직이는데, 이는 이날까지의 유효투표 수 35만3000여 표 전체보다 많다.
서울 경선에서는 이 지역 선거인단 15만3676명 외에도, 각 지역 순회경선에서 투표를 하지 못했거나 해당지역 경선일 이후 가입신청한 16만156명, 6.9 전당대회 당시 지속 참여 의사를 밝혔던 7만1608명, 전국 권리당원(11만1615명) 가운데 시·군·구별 투표소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모바일투표를 신청한 3만5000여 명 등의 투표 결과가 함께 공개된다.
▲15일 치러진 경기지역 경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후보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非文 "당 주류, 오만·무능·패권주의" 거론…김두관 '패배 선언' 눈길
이날 후보자들의 정견발표 연설에서는 비문(非文) 후보들과 문재인 후보 간의 대립각이 여전했다. 하필 연설 순서도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다음으로 문재인 후보 순이었다. 비문 후보들은 모바일투표 공정성 등을 거론하며 '당 내 주류세력의 오만·무능·패권주의'를 공통적으로 비판한데 반해, 문 후보는 경선 이후의 통합과 쇄신을 강조했다.
손 후보는 4.11 총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당권을 장악한 특정세력의 오만과 무능, 계파 패권주의"를 들며 "그럼에도 반성과 성찰은커녕 담합 정치, 밀실공천, 계파주의 패권정치로 오만의 정치를 이어오고 있다. 짜여진 각본, 감동 없는 경선, 부실한 경선관리로 축제가 되어야 할 민주당 경선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는 "무난한 패배의 맥없는 깃발인가, 역사와 국민을 위한 대역전의 깃발인가?"라며 "짜여진 각본의 생명력 없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과 정의와 용기가 불꽃으로 타오르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써 나가야 한다"고 목을 놓아 부르짖었다.
김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을 버리라고 했는데 당내 패권세력은 반칙과 특권을 휘둘렀다. 경선을 망치고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죄송하다. 이번에는 국민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할 것 같다"며 "특권과 기득권을 물려받은 세력들을 깨지 못했고 조직적인 반칙을 막지 못했다. 도전정신과 국민의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특권의 바리케이트를 걷어내고 패권주의의 쇠사슬을 끊을 힘이 부족했다"고 사실상 '패배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에서 없어져야 할 패권주의와 타협해서 후보가 되느니 차라리 후보가 되지 않는 길을 당당하게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선을 하면서 우리 민주당에 쏟아졌던 모든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가겠다. 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시고 혁신과 통합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 간절히 부탁드릴 일이 있다"며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겠다. 대신 우리 민주당에서 '모바일 선거는 사망했다'고 선언해 달라"며 모바일투표 문제를 끝까지 지적했다.
정 후보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이미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며 "당 안팎에서 각종 의혹과 추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규율과 질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민주당의 위기는 오만과 무능과 분열이 자초한 것"이라며 "더 심각한 위기는 당원이 무시되고 홀대받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文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쇄신하자"…당 지도부에 청중 야유 여전
문재인 후보의 연설은 선두 주자의 여유가 엿보였다. 문 후보는 "민심을 받아들여 이제 경선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라며 "단결 속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때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경선 동안 갈등도 있었다. 경쟁하다 보면 룰을 불평하기도 하고 심판 탓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도한 민심이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고 자평했다.
문 후보는 "저는 후보가 되면, 당 쇄신 방안을 밝히겠다"며 "대통령 후보와 당이 일체가 되어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권교체 후에도 대통령과 당이 일체가 되어 정부를 운영하며 정책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당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당 민주주의와 함께 정당 책임정치를 지향하겠다"고도 했다.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를 적극 변호해 주목을 받았다.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는 국민경선에 더 많은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이라며 "우리는 2002년 대선후보 선출 때부터 시작해서, 2007년 대선, 두 번의 당대표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경선과 모바일투표를 확대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투표에 대해 "드디어 하게 된 완전국민경선과 모바일투표에 100만 명 넘는 국민들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주셨다. 우리 당이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도록 그 많은 국민들이 힘을 보태주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신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의 정신으로 함께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경선 현장에서도 민주당 내홍의 여파는 여전했다. 임채정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대회사 순서에서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 지지자들이 야유를 보냈고, 이해찬 대표의 인사말이 시작되자 야유소리가 더 커져 일순 체육관을 가득 울렸다. 반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쪽에서는 이 대표의 연설 때 박수가 터져나와 대조를 이뤘다.
한편에서는 이 대표를 겨냥해 "물러가라", "이해찬은 즉각 사퇴하라"는 고함소리도 터져 나왔다. 손 후보 쪽에서는 '꼼수 모바일 중단 폐지', '당비 반납'이라는 플래카드까지 만들어 왔다. 문재인 후보의 연설 순서에서 누군가가 "사기 치지 마라"고 외치기도 했고,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사기다"라는 외침과 함께 흥분한 지지자들이 물이 들어 있는 물병과 날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물병과 계란은 연단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기자석 뒤편에 떨어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