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는 <광주 문화방송(MBC)>으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에서 "(과거) 문 후보는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사과할 게 없다'고 했다"며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남북관계에 상당한 피해를 줬고, 국민 분열을 가져왔고, 김대중 대통령이 큰 상처를 받으셨다. 지금도 똑같은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호남에 상처를 준 것, 사과드린다"면서도 "노무현 대통령도 피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특검은 했지만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한 것을 아시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손 후보는 "문 후보는 <신동아>와의 2003년 인터뷰에서 '특검이 어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묻자 '다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묻자 '유감스럽게도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경선 관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하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규명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에 문 후보는 "저는 김 대통령도 이해하셨다고 본다"며 "노 대통령 돌아가실 때 김 대통령이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다. 평생의 동지를 잃었다'고 하셨다"고 반박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이미 서로 용서하고 화해했다는 것이다.
손 후보는 그러나 "그것은 다른 얘기"라며 "김 전 대통령이 퇴임 열흘 전에 직접 쓰셨다는 글을 보면 '대북특검을 중단해 달라, 국익을 위해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며 "특검에 대해 당에서는 그렇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참여정부 청와대는) 안 했다. 지금까지 계속 변명을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책임있는 정치냐"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문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제대로 발전시킨 것이 참여정부"라며 "오히려 그때마다 발목을 잡고 방해한 것이 손 후보께서 몸 담았던 한나라당"이라고 역공했다. 이에 발끈한 손 후보가 문 후보의 말을 끊고 "아니 왜", "제가 주도하는 토론인데…"라며 반박하자 문 후보도 "룰을 지키셔야죠"라며 맞서 한동안 어지러운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3일 오후 광주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TV토론에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오른쪽부터)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
김두관도 가세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남북관계 3년 후퇴"
김두관 후보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에 가세했다. 김 후보는 "특검 문제 때문에 남북관계가 3년 경색됐다"면서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노무현 대통령 퇴임 1년 전에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10.4 선언을 통한 구상이 구현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 후보는 또 '미국이 FTA 재재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폐기할 용의가 있나'라고 문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문 후보는 "일방적 FTA 비준 강행은 대단히 잘못됐다. 그러나 비준된 이상 국제적 조약으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독소조항들은 우리가 단호하게 재협상 요구를 해야 한다. 그 요구가 국제적 기준으로 봐서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면 미국이 거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4.11 총선 전까지 문 후보가 민주당의 선거 출마 요청을 거부한 것을 다시금 거론하며 "불리하면 빠지고 유리하면 나서고, 이것은 노무현 정신에 배치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부산 정권'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권이)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으로 호남에 충격을 줬는데 지역주의 조장 아닌가"라고 따졌다. 문 후보는 "비정상적 지역주의를 비판한 발언이라는 것은 아실 것"이라며 "선거라는 예민한 시기에 (당에) 상처를 주고 부담을 줬다면 사과말씀 드린다는 말은 여러 번 드렸다"고 했다.
반격 나선 문재인 "스스로 경선에 침뱉아"
문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과 관련한 타 후보들의 비판에 대해 "100만 명의 참여는 굉장한 숫자"라며 "좀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면 150만도 넘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 후보는 투표율도 보궐선거 등에 비춰 보면 높은 편이라면서 "국민들께 감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우리가 스스로 경선에 침 뱉고 이런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국민경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 "(경선 결과는) 민심에 좌우되는 것이지 결코 조직력·동원력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력·동원력으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공정하다 주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김 후보의 '모병제' 공약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에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고 공감한다"면서도 "예산에 무리가 있다. 점차 지원병을 늘려가는 과도기적 단계가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정세균 지지?
이날 오간 이같은 치열한 공방은 그간 치러진 순회경선 지역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 수를 자랑하는 광주·전남 지역 표심에 대한 구애로 읽힌다. 제주, 울산, 강원, 충북, 전북, 인천 6개 지역을 합쳐도 전체 투표 수는 11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 선거인단은 13만9274명에 달한다.
한편 오는 6일 치러지는 이 지역 순회경선과 관련, 후보직을 사퇴한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정세균 후보의 만남이 변수가 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박 지사는 이날 정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지사직을 갖고 있어서 직접적 표현은 힘들지만 정 후보에 대한 생각은 이심전심으로 생각해 달라"며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가 정 후보를 지지선언한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이에 대해 "이심전심이라는 게 박심정심 아니냐?"며 "김대중 대통령을 모신 정세균 후보에 대한 애정표현"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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