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제주(59.8%), 울산(52.1%), 강원(45.85%), 충북(46.12%)에서 모두 40%를 훌쩍 넘는 득표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던 문재인 후보는 1일 전북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북지역 경선에서 37.54%를 얻는 데 그쳤다. 2위는 종합순위 4위의 정세균 후보가 차지했다.
문 후보는 대의원순회 투표와 투표소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크게 뒤지고도, 모바일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눌러 1위를 지켰다.
문재인, 모바일서 '몰표' 얻어 1위 지켜
▲ 문재인 후보가 생각에 감겨 있다 ⓒ연합뉴스 |
문 후보는 대의원순회투표(79표)와 투표소투표(782표)에서 모두 전라북도가 지역적 기반인 정세균 후보에 비해 크게 뒤졌다. 정 후보는 대의원순회투표에서 258표, 투표소투표에서 1855표로 네 명의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에서 1만5489표를 얻어, 정세균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얻은 9443표를 크게 앞질러 총 득표수에서도 정 후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3위는 손학규 후보가 차지했다. 손 후보는 총 1만193표를 얻어 2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의원투표(177표)와 투표소투표(1259표)에서 정 후보에 이은 2위를 기록했지만, 역시 모바일투표(8757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4위는 김두관 후보였다. 김 후보는 5454표를 얻어 12.52%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북 경선은 9만5707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4만3553명이 투표에 참여해 45.51%의 투표율을 보였다. 앞선 네 지역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9만2552명보다 많은 숫자의 선거인단이 등록한 곳이어서 종합순위 변화를 기대하는 후보들도 있었으나, 투표율이 턱없이 낮았다.
전북의 투표율은 지금까지 치러진 5곳의 지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울산(64.3%), 강원(61.25%)은 물론이고 충북(56.31%)이나 제주(55.3%)의 투표율보다도 1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1-2위 격차 벌어지고, 3위 김두관과 4위 정세균 격차는 고작 42표
전북 경선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의 종합순위는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다만 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45.67%가 됐다. 문 후보의 누적 득표수는 4만4293표였다. 오는 4일과 6일 치러지는 경남과 광주전남 결과에 따라 '대세론'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2위 자리를 지킨 손학규 후보의 누적 득표수는 2만4916표(득표율 25.69%)였다. 문 후보와의 격차는 1만9277표로 더 늘어났다. 전북에서 3위에 머문 탓에, 종합 득표율도 충북까지의 네 지역 합산 결과(27.55%)보다 되려 떨어졌다.
김두관 후보는 누적 득표수 1만4060표(14.5%)로 3위 자리를 간신히 지켰다. 그러나 전북에서 2위를 기록한 정세균 후보(누적 득표수 1만3718표, 득표율 14.14%)와의 격차는 고작 342표로 좁혀졌다.
'박정희 헌법유린' 얘기하는 이해찬에 "너나 잘해" 역시 전라도였다. 초반 4곳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은 선거인단이 몰린 곳으로 광주·전남과 함께 민주당의 고향이자 어머니 같은 전라북도의 경선 분위기는 앞선 네 지역과 확연히 달랐다. 본격적인 경선에 앞서서는 이상직(전주 완산을), 한정애(비례대표), 김광진(비례대표) 세 명의 의원들이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형제들'을 흉내낸 분장을 하고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연단 위에 올라 "박정희 대통령은 이 나라 헌법을 세 번이나 유린했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하자, 비문(非文) 후보 지지자들이 앉은 자리에서는 "너나 잘해"라는 비아냥이 거칠게 쏟아졌다. "너나 잘해"라는 질타는 이 대표의 인사말 내내 이어졌다. 손학규 "친노 패권주의가 정권교체 희망을 간당간당하게 만들어" 이날 4명의 후보들의 연설 가운에는 손학규 후보가 가장 많은 시선을 끌었다. 손 후보는 그간 여러 차례 당내 '패권'을 얘기했지만, 이날은 '친노 패권주의'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사용하며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패거리 정치', '꼼수', '신 지역주의', '종파주의적 집권', '공학적 술수', '얕은 역사관' 등의 거친 언어가 모두 쏟아져 나왔다. 손 후보는 "민주당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한 것은 한 마디로 특정 세력의 패거리 정치 때문"이라며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려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간당간당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은 커녕 낙동간 벨트 수호라는 해괴한 신지역주의를 내세우고 그나마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신패권세력에게 국민이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냐"며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다. 그는 경선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런 당 운영 방식은 민주세력이 대의로 집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공학적 술수, 다시 말하면 꼼수로 자기들만의 종파주의적 집권을 하겠다는 얕은 역사관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친노 당권파는 진정 민주당을 지키고 정권교체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경선을 민주당의 축제, 국민의 축제로 치르겠다는 생각보다는 오직 자기 세력의 승리를 최고, 최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의 이날 연설은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옳소'가 장내에서 터져 나오며 가장 격한 호응을 얻었다. 정세균 "경선, 아직 반환점 안 돌아" vs 김두관 "호남이 버리면, 설 자리 없다"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전북이 17개 시도 가운데 5번째"라며 "아직 반환점도 안 돌았으니 승부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이긴 사람인 정세균이 모자란 것 하나 없다고 하는데, 지역이 적다고, 인구가 적어서 가능성이 적다고, 전략적 투표의 피해자로 만들지 말아 달라"며 "지금 대선판을 덮고 있는 신지역주의로부터 정세균을 구해내지 않는다면 정세균이 아니라 전북의 그 누구도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경선 전 예측과 달리 2위 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호남이 김두관을 버리면, 김두관은 설 자리가 없다"며 "김두관을 살려 달라"고 노골적인 '눈물 작전'에 나섰다. 연설회 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민주당에 패권주의 유령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실제 연설에서는 이같은 내용은 모두 빠졌다. 다만 김 후보는 "모든 후보들이 재벌개혁을 얘기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이 분들은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국정을 맡으면서 재벌개혁에 실패했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중산층과 서민을 어렵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로 문 후보를 겨냥했다. 김 후보는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서는 "김두관은 2등으로 만들어 달라"며 '2등 전략'을 담았지만, 연단 위에 올라서는 '2등'을 '1등'으로 바꿔 읽었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심장, 이곳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보다 당 밖의 인사가 더 높은 지지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우리 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우리가 보여준 모습은 우리 당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슬픈 자화상"이라며 "국민은 혁명적 변화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다른 후보들에게 칼날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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