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3일 최고위원회가 중앙위 개최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이 드러나자 기자회견을 갖고 "수많은 노력에도 강기갑 대표의 혁신안은 안건으로 채택조차 못했다"면서 "제가 갖는 진보정치, 녹색정치의 희망을 더이상 통합진보당에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새로운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분당(分黨)을 기정사실화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 세력도 있지만, 더욱 큰 책임은 구 당권파 어느 누구도 혁신의 절박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데 있다"며 "떠나는 이들을 분열주의자로 몰아세우며 구 당권파만이 당에 남아 사수한다는 자세는 통합의 초심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구 당권파 측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구 당권파에 대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감하게 기득권과 패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정파 입장만이 옳다는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면 의식이 확정되고 진보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향후 진로와 관련해 김 의원은 "당 내에는 이미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 끊임없이 혁신을 고민해온 강기갑 대표가 있다. 이들과 보다 적극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진보정치의 중단없는 혁신과 대중정당의 지평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혁신모임 측과 행보를 같이한다는 뜻인가'라고 묻자 그는 "구체적 만남이나 소통은 있지 않았다"면서도 "새로운 진보정당에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두 의원의 제명 부결은 당권파의 손을 들어 준 게 아니라고 수없이 밝혀왔다"며 "이석기 의원의 책임있는 용단을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며 "다만 그런 저의 진정성이 헌신·화합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참담한 상황이 된데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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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본당 김제남 의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원석 "이정희, 끝까지 정파 지키겠다면 정치 그만두라"
당 내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던 정진후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등을 돌린 상황에서, 혁신모임 측의 노회찬 의원은 오히려 구 당권파에 최후의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통합진보당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마지막으로 호소드린다. 이석기 의원은 저와 함께 의원직을 동반사퇴하자"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통합진보당 위기의 근본원인은 정파 기득권에의 집착"이라며 "진보정당의 존립 이유가 소멸해 가는데 국회의원직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물었다.
노 의원은 "모든 절차가 끝나고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면서 "한 쪽만 죄를 뒤집어쓰는 것 같다는 억울함도 이해한다. 그래서 윤금순 의원 등도 사퇴했지만 부족하다면 저도 나서겠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저와 함께 인당수에 몸을 던져서 국민에 대한 죄송함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보여드리자"고 했다.
이날 오전 있었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혁신모임 측의 비판도 이어졌다. 노 의원은 앞의 글에서 "이정희 전 대표께도 당부드린다"며 "이번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져야 할 책임과 맡아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나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후보 내는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후보를 내지 않되 백의종군의 자세로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저의 마지막 두 가지 당부가 받아들여진다면 돌팔매질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탈당·분당 없는 혁신재창당'을 위해 앞장서겠다. 거듭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원석 의원도 이날 오후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중앙위 폭력사태를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폭력행위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를 수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시사한 대목에 대해 "패권정치로 많은 당원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 패권정치로 다시 대선국면에 등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패권적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대선출마 의도를 흘리는 것은 혁신재창당을 바라며 강기갑 대표의 3대 선결과제를 지지하는 많은 당원과 국민들에게 사실상 결별을 통보한 것과 다름아니다"며 "이 전 대표과 구 당권파에게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당장 강 대표의 혁신재창당안을 수용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기어이 대선후보로까지 나서 정권교체 대업마저 패권정파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면 진보정치 발전을 기대하는 당원과 국민들은 결코 이정희 씨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패권적 이익을 저지하고 야권 단결을 보장하기 위한 분명하고도 가시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마지막으로 이정희 씨가 끝까지 국민과 당원을 외면하고 정파의 이익과 명예를 지키겠다면 정치를 그만둘 것을 권고한다"고 강도 높은 공세를 폈다.
혁신모임은 이날 오후 낸 공식 입장에서도 "이 전 대표는 절박한 몸부림으로 당을 살리자고 오늘 오전 최고위원회까지 대결단을 요구했던 강기갑 대표에게 실질적 책임은 외면하고 기만적인 사과로 답했다"며 "대선 출마를 위해 껄끄러운 폭력문제를 털어버리려 하는 이정희 전 대표의 사과에 농락당할 당원과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혁신모임은 "오늘로써 강기갑 대표의 당 혁신을 위한 세가지 전제조건은 완전히 묵살되었다"면서 "이 당에서 어느 누가 '이정희 대선후보'와 함께 진보적 권력교체를 이루자고 국민들을 만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강기갑 대표의 물과 소금까지 거부한 처절한 단식 앞에 속죄의 길을 걸어야 할 세력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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