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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 전면 구제금융 첫 공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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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 전면 구제금융 첫 공개 언급

[분석]"라호이 총리, 정권 걸고 '치킨게임' 돌입"

스페인 정부가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조건부로 밝혔지만,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지난 3일 국무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회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면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하겠다는 것으로, 라호이 총리가 하루 전까지만 해도 국채 매입을 신청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큰 변화다.
▲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지난 3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중앙은행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발언은 스페인 정부가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위한 조건 협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연합
"스페인 정부, 유리한 조건 협상 위한 압박전술"

그동안 국채 매입 같은 구제금융 신청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스페인 정부의 입장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주겠다는 발표 다음날에 이처럼 입장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전면 구제금융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치킨게임'에 돌입했다고 분석을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발표가 미적지근한 바람에 오히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마의 7%'를 넘는 급등세를 보이자 라호이 총리가 독일과 ECB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그동안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방안은 정권을 잃을 우려 때문에 꺼려왔는데, 어차피 국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하겠다면서, 정작 언제 어떤 조건으로 국채를 매입해준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스페인 정부도 ECB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유럽중앙은행이 어떤 국채를 어떤 조건으로 매입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조건들을 결정할 수 있도록 유로 재무장관회의 개최를 요청했다"고 말한 뒤 스페인 국채금리는 7%로 아래로 떨어졌다.

스페인이 국채 매입을 요청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제 매달 만기에 도달한 국채 상환 능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결국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900조 원대 구제금융, 사실상 불가능

스페인은 당장 오는 10월 우리 돈으로 40조 원의 국채를 갚아야 한다. 그 중 절반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할 정도로 재정이 쪼들리고 있다. 그런데 국채금리가 7%가 넘는다는 것은 시장에서 제대로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규모는 매달 다르지만, 상환 일정은 지속적이다. 현재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으면, 그 규모는 우리 돈으로 9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 유럽연합이 공동구제금융 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는 단계로 가면 덩치가 더 큰 이탈리아도 같은 신세가 될 것이 불가피하기 하기 때문에 어차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동시 구제금융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국채 매입 실행 여부도 불투명

당장 유럽 차원에서 국채 매입을 해준다고 해도 조건은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자금을 대는 쪽에서 '퍼주기' 논란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도 자구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재정 긴축을 당초 계획보다 더 강화해 2014년까지 우리 돈으로 140조 원 정도의 예산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사례에서 보듯, 혹독한 재정삭감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그 나라의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국민적 반발을 초래해 실행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해줄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유럽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주려면 최대 지분을 가진 독일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계속 국채 매입을 언급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현재 독일이 반대하고 있어도, 스페인에 대한 국채 매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설득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미리 말한 것이지, 말만 앞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쪽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정치적으로 스페인에 대한 국채 매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려고 해도 독일중앙은행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옌스 바이트만이라는 독일중앙은행장이 정치적인 상황에서 독립해 통화팽창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노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유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조치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2일 통화정책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것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시간벌기'인지, 이제 정책당국마저 '양치기 소년'에 불과한 것을 보여준 결정적인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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