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16일 21시 현재 선거인단 현황은 46만3024명"이라며 그 내역에 대해 "전국대의원 1만4698명, 권리당원 11만1615명, 지난 6.9 전당대회 때 선거인단으로 가입했고 이번에도 참여하겠다고 한 '등록시민 선거인단' 7만7139명, (새로 등록한) 접수선거인단 25만9572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선거인단 접수를 시작한 이래 딱 열흘 동안 26만 명을 새로 모집한 것이 민주당이 거둔 성과다. 선거인단 모집 마감은 지역별로 다르나 가장 늦은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다음달 4일이 시한이다. 전체 28일인 모집 기간에 지금까지의 일일 평균을 대입해 보면 산술적으로는 최종 73만 명 정도라는 계산이지만, 경선 판이 본격화할수록 관심이 더 커질 것을 고려하면 100만 명은 넘기지 않겠냐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민주당은 "(신청이) 갈수록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흥행을 장담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에 하루에 2만 명씩 들어왔는데 13일은 3만8000명 들어왔고 오늘은 5만 쯤 들어올 것 같다"며 "최저목표가 100만이고, 최고목표는 200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저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 같다"면서 "100만이 넘는 것은 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선거인단 규모"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민주당 경선 도중에 출마선언하면 정치 도의상 좀…"
그러나 선거인단 수가 몇 만 명이냐 하는 점을 떠나, 당내 경선이 제1야당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이라는 무게감을 온전히 유권자들에게 주고 있지 못하다는 게 민주당이 고민할 지점이다. 이 대표의 말처럼 100만 선거인단 모집은 '사건'임에도 언론 반응은 심드렁하다. '민주당이 100만을 모은들 과연 변수가 될까?' 하는 식의 반응은 특히 뼈아프다. '안철수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설적이게도 경선 흥행의 최대 걸림돌은 안철수 교수"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경선 기간 동안 안 원장이 '조용히' 있어 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강기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민주당이 경선을 하고 있는 도중에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조금 그렇다"며 "적어도 민주당 후보경선이 끝나는 9월 23일 앞뒤에 출마 입장표명이 있지 않겠나 본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를 시사한다.
당 차원의 자구책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4일 "민주당이 국민의 눈을 끌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민주당 경선 관심 부진이 안 원장 때문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새누리당과 분명한 전선을 형성하고 명확한 싸움을 벌였다면 안 원장이 책을 내면서 밀고 나왔어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반성·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를 가지고 전선을 만드는 데 누구든 나서서 역할을 해야 안 원장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단순히 누가 후보가 되느냐 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민주당 '빅3'로 불리는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후보(왼쪽부터). ⓒ프레시안 |
각 후보별 경선 대책은?
민주당이 당초 200~500만까지 장담했던 선거인단 모집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짐에 따라 경선에서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별 셈법도 분주해졌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우호적 여론이 최대 강점인 문재인 후보의 경우, 선거인단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유리하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경선 전체의 흥행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 명동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상시키는 홍보영상 '문재인의 명동스타일'을 제작했다. 젊은 표심에 대한 구애로 읽힌다.
지난 8일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 후보는 "제가 일반 국민들의 지지는 많이 받고 있지만, 정치에는 막 뛰어든 처지여서 당내 기반이나 조직은 취약하다. 특히 울산은 민주통합당의 기반도 취약하다"면서 "조직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님들은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대선 출마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조직을 오랫동안 가꾸어 왔다"고 조직 면에서의 열세를 인정했다.
반면 당 대표를 지낸 손학규 후보는 조직이나 '당심'의 싸움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또 경선 전체 판도의 시금석이 될 서전의 무대 제주에서는 지역구 현역인 김우남 의원이 해외 일정까지 조정해 가며 손 후보를 돕고 있다. 김두관 후보도 제주 현역인 김재윤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고, 제주에 이어 두 번째 경선이 치러지는 울산은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의 앞마당이다.
또 손학규·김두관 후보는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큰 폭으로 뒤쳐지고 있지만, 지난 6월 <프레시안>-윈지코리아의 민주당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2~3%포인트 차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었다. 단, 문 후보가 이 조사에서 울산 지역 1위를 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만약 오는 25~26일 첫 주말 대회전이 치러지는 제주와 울산에서 손·김 두 후보가 선전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무너지며 경선 판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경우 문 후보 지지층도 대거 결집할 것으로 예상돼 선거인단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선 룰 전쟁'은 마무리…권리당원 모바일투표 종료
한편 민주당 경선 '룰의 전쟁'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민주당 선관위는 이날 최고위 보고에서, 합동연설회와 관련한 다양한 형식을 강구했으나 결국 기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음을 밝혔다고 김현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선관위는 기존의 연설 방식 외에 후보별 프리젠테이션이나 찬조연설 도입 등을 검토했으나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갑자기 변경하려 한다'고 반발했었다.
반면 손학규 후보 측에서 앞장서 제기한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 일정 문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 후보 측은 '정책 컨텐츠'를 스스로의 강점으로 꼽고 있어, 합동연설회 한 번 없이 투표를 하는 것은 자신에 불리하고 현재 선두인 문 후보에 유리하다고 주장했었다. 권리당원 모바일 투표는 15~16일 이틀간 진행됐으며 결과는 다음달 16일 서울 지역 경선 결과와 함께 발표된다. 모바일투표 참여율은 현 시점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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