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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어산지 망명 허용 결정…영국과 스웨덴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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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어산지 망명 허용 결정…영국과 스웨덴 강력 반발

"불공평한 재판, 미국으로 최종 송환돼 중형 받을 우려"

에콰도르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어산지는 두 달 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며, 에콰도르는 외교적 마찰에 대한 고민 끝에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호주 국적인 어산지가 영국에서 조국도 아닌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하는 처지가 된 과정은 이렇다.

위키리크스는 2년 전 미국의 외교안보 기밀문서를 무려 수십만 건이나 대량 폭로해, 이 폭로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전세계에 공개됐다. 미국 외교관들이 세계 각지에서 해당국의 상황이나 고위인사들에 대한 품평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문서들이 적지 않았다.
▲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한지 2개월만인 16일 에콰도르 정부의 허용 결정이 내려졌다. 사진은 지난해말 자신을 스웨덴으로 추방하려는 영국의 재판과 관련해 어산지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연합

미국 외교문서 폭로 후 성폭행범으로 몰려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어산지를 반역죄,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단죄하겠다고 벼르고 나섰고, 미국의 정보기관이 공작을 편 것인지 돌연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자가 어산지가 스웨덴에 체류 중일 때 자신들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했다고 당국에 고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어산지는 두 여자를 알고 있지만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였다면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혐의"라고 반박하면서 스웨덴 당국의 수배를 피해 외국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은 런던으로 온 어산지를 체포해 스웨덴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추방을 결정하는 사법 절차에 들어갔다.

어산지는 대법원에서 추방 결정이 확정된 뒤 2주간의 신병정리 기간을 이용해 지난 6월 19일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요청한 뒤 지금까지 두 달째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어산지가 조국 호주도 못믿는 배경

어산지는 자신에게 씌워진 성폭행 혐의나 영국이 한사코 자신을 추방하려는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인 조국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어산지가 자신을 보호해줄 나라로 에콰도르를 선택한 것은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이른바 '뼛속까지 반미주의자'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에콰도르는 미국의 외교관들이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서 혹평을 한 나라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코레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어산지가 망명을 신청하면 받아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어산지가 신변이 위태로워질 때부터 코레아 대통령과 교감을 하면서 망명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과 스웨덴 "사법권한 침해 행위" 반발

에콰도르 정부의 결정에 이해 당사국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산지를 스웨덴으로 인도할 법적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면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할 것이며, 어산지가 밖으로 나올 경우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에콰도르 정부가 망명 허용을 공식 결정하기 전에, "어산지의 신병을 넘겨주지 않을 경우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어산지를 체포하겠다"고 서한까지 보내기도 했다.

스웨덴 정부도 에콰도르 정부의 망명허용에 대해 스웨덴 주재 에콰도르 대사를 불러 "우리의 사법권한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대해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주권이 있는 국가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시민을 대사관에 억지로 오랫 동안 머물게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허가 없이 에콰도르 대사관에 진입하는 것은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파티노 장관은 "우리는 영국이 식민지가 아니다"면서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산지 "중대한 승리, 그러나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망명을 허용한 것에 대해 어산지는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내 자신과 내 지지자들에게는 하나의 중대한 승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산지는 "상황이 보다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미국이 관련국들을 움직여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을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도 어산지가 스웨덴으로 추방되면 다시 어떤 명분으로든 미국으로 다시 송환돼 사형이나 종신형 등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어산지는 "위키리스크에 대한 미국의 유례없는 조사는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겨준 브래들리 매닝이 800일 동안 재판도 없이 구금돼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닝은 미 육군 일병 시절 정보분석가로 이라크전에 복무할 때 수만 건의 기밀자료를 위키리크스에 넘겨준 혐의로 9월 군사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배경에는, 에콰도르가 인권과 언론자유를 옹호하는 국가라는 명분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영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가 불공평한 재판으로 정치적 보복을 한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티노 장관이 망명 허용 결정과 관련해,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군사 법원이나 특별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그가 잔인하고 모멸적인 처우를 받으며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믿기 어렵지 않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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