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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뜯어보니 안철수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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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뜯어보니 안철수는 강하다

[이철희 칼럼] 민주, 새누리당과 차별점 못 보이면 굴욕

정치지형이나 여론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여론조사만한 것이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6월 29~30일에 조사한 것과, 7월 27~28일에 조사한 것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보자.

정당은 선호와 표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그 그릇의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7월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62.7%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반면에 진보는 43.7%만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8.5%인데, 이들 중 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36.6%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못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팩트다. 요컨대 민주당은 너무 작은 그릇이다.

또 다른 지표에서도 이런 사실은 확인된다. 차기 대선에서 여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74.5%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으나, 야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응답자의 경우는 52.8%만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자기 진영의 표를 결집시키는 능력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패턴은 대선후보 다자간 지지율 조사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혼자서 보수의 63.6% 지지를 받는 데 반해, 민주당 후보들은 다 합쳐야 진보로부터 고작 18.9%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상당한 격차다.

국정운영 평가에서도 'MB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28.4%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이른바 반MB의 과실을 민주당이나 민주당 후보들이 제대로 따먹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 진보성향의 19.6%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도 있는데, 이는 또 박근혜의 후보정체성(candidate identity)이 '개혁적 보수'의 성격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사당화 논란, 5.16 발언, 공천 비리 등으로 이런 이미지가 퇴색하고 있지만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6월 조사와 7월 조사를 비교해 보면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어디서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움직인 세대는 젊은층이다. 20대에선 30.9%에서 48.4%로 17.5%포인트(P), 30대에선 29.7%에서 46.4%로 16.7%P, 40대에선 20.3%에서 33.8%로 13.5%P 상승했다. 이들 연령대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우 4~6%P 정도 하락했다. 또 직업별로 보면, 블루칼라에서 18.6%P, 화이트칼라에서 14.9%P, 학생에서 15.0%P 올랐다. 이념성향으로 보면 진보층에서 무려 21.6%P, 정당 지지의 경우 민주당 지지층에서 21.1%P 올랐다.

야권의 지지기반은 젊은층에다 화이트칼라,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이다. 이들이 안철수 원장으로 결집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안 원장이야말로 반MB 진영의 다양한 세력을 최대한 결집할 수 있는 포괄후보(catch-all candidate)라는 점이다. 안 원장이 1:1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설 수 있는 것도 결국 이러한 포괄성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확장성이다. 박근혜 후보와 일대일로 붙었을 때 6월 5.6%P 열세에서 7월 3.9%P 우세로 형세가 뒤바꾼 이유는 무당파와 중도, 대선에서 여야 후보 중 누구를 찍을지 못 정하고 유보하고 있는 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경우 6월엔 안 원장이 박 후보에 비해 +22.5%P인데, 7월에는 그 격차가 +28.0%P로 늘어났다. 중도층에서도 격차를 8.1%P 더 벌렸다. 지지 유보층에서의 격차는 -4.9%P에서 +19.5%P로 대반전했다. 블루칼라층에선 6월에 17.7%P 지고 있다가 7월 들어 16.3%P 이기는 것으로 뒤집었다. 부동층이 몰려 있는 무당파, 중도, 지지 유보층에서 지지율이 움직인 것은 안 원장이 가진 힘이라고 하겠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점으로 포괄성과 확장성을 꼽았다. 안 원장이 저소득층·청년층·무당파층과 수도권·PK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눈여겨 볼 대목은 지역별 변화다. 안 원장이 강세를 보인 이유를 지역으로 나눠보면, 수도권과 부산·경남(PK)이다. 수도권에서는 6월 박근혜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다가 7월에는 안철수 원장이 제법 앞서는 것으로 바뀌었다. PK의 경우, 박 후보가 6월엔 11.8%P의 우위를 보이다가 7월 들어서는 박 후보와 안 원장 간에 그야말로 호각세를 보였다. 박 후보가 47.0%, 안 원장이 46.8%로 조사됐다. PK에서의 호각세는 성패를 좌우할 정도의 핵심 변수다.

박근혜 후보와의 1:1 대결에서 안철수 원장이 문재인 후보에 비해 갖는 강점은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이다. 안 원장은 박 후보를 앞서나,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뒤진다. 젊은층의 결집에도 안 원장이 문 후보를 압도한다. 20대, 30대, 40대에서 안 원장이 각각 73.1%, 62.7%, 53.6%의 지지율을 보인다면, 문 후보의 경우는 각각 51.3%, 48.7%, 46.6%다. 현격한 차이다. 지지자들의 이념 성향으로도 안 원장이 문 후보에 비해 진보성향 표를 결집시키는 정도가 더 강할 뿐만 아니라, 중도성향 표를 끌어오는 데는 그보다 훨씬 더 강하다. 박 후보 대 안 원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35.8% 대 58.2%인데, 박 후보 대 문 후보의 그것은 42.0% 대 46.5%다. 그 격차의 폭이 5배 정도니 아예 체급이 다르다고 해야 할 정도다.

무당파의 경우에도 양자의 힘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박 후보 대 안 원장의 무당파 지지율은 30.5% 대 58.5%인데 반해, 박 후보 대 문 후보는 36.9% 대 40.7%다. 역시 5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우열이다. 지지 유보층에서도 박 후보 대비 안 원장이 19.5%P 앞서지고, 문 후보는 0.9%P 앞서는 것에 불과하다. 중도, 무당파, 지지 유보층에서 보이는 양자 간 차이는 안 원장이 인물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특히 의미 있는 대목은 소득계층별 지지다. 조사 대상은 200만 원 이하, 201~400만 원, 401만 원 이상으로 구분됐는데, 다자간 지지율 조사에서 안 원장은 문 후보에 비해 2~3배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박 후보 대 안 원장 간 1:1 대결의 경우, 박 후보는 순서대로 64.4%, 42.0%, 36.3%의 지지율을 보였고, 안 원장은 29.9%, 52.2%, 57.9%로 나타났다. 박 후보 대 문 후보의 대결에선 박 후보가 65.7%, 46.8%, 46.1%를, 문 후보가 24.7%, 44.6%, 45.7%를 기록했다.

일별하면 저소득층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조금 더 높게 나온다. 200만 원 이하 소득층, 즉 먹고 살기 힘든 소득 계층에서 안 원장이 문 후보에 비해 박근혜 후보 대비 격차를 6.5%P 더 줄인다. 201만 원~ 400만 원의 소득계층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2.2%P 지는 데에 비해 안 원장은 오히려 10.2% 앞선다. 이건 그냥 쉽게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차이다. 경험적으로 보수 해법에 경도된 고연령층이 저소득층의 주력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 더 먹히는 후보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전략적 포인트다.

야권 또는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면 20~30대를 대거 투표장에 끌어내는 것과 저소득층이 자신의 계층 이익에 부합하는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이 두 가지 점에서 강점을 가진 후보는 야권 후보 중에선 단연코 안 원장이다. 조사에서 나타난 팩트(사실)다. 물론 구체적 수치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순 있으나 그 추세나 흐름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팩트를 보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은 대척점에 서 있다. 박 후보의 약점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이 안 원장이다. 이런 팩트만 보면 후보단일화에서 민주당 후보는 안 원장을 이길 수 없다. 민주통합당 지지층에서조차 안 원장 지지가 52.5%이고, 문재인 후보 지지가 22.7%에 불과하다. 민주당 지지층이 안 원장을 더 좋아하고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본다면 단일화 게임은 해보나 마나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미리부터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대신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또는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후보 간에 선명한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당 후보의 운신 폭도 넓어지고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민주당은 억울하겠지만 지금 대중의 눈으로 보면 복지나 경제민주화 등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 또는 민주당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에 차별성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전선이 선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 안철수는 서로 다르다는 점이 수월하게 인지된다. 반면에 박근혜 대 문재인이나 박근혜 대 손학규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인물대결로는 당장 후보단일화부터 못 이긴다는 말이다. 따라서 양 진영 간에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쉽고 간명하고 뚜렷한 쟁점구도로 보여주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이걸 못 해낸다면 민주당은 '후보 없는 정당'을 넘어,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굴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각주>

* 6월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가 ±3.5%포인트다. 7월의 조사는 1000명 대상에 표본오차가 ±3.1%포인트라는 점만 다르고 나머지는 앞 조사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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