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민주당 입당, 생각할 수 있는 대안"

"구 당권파 제정신 아냐…안철수, 정치의 비천함 견딜수 있을까?"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진보정치 향후 전망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민주당의 왼쪽 날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해 주목된다.

유 전 공동대표는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이 민주당에 입당해 진보블록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조건이 있다. 당과 당의 결합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진보개혁 진영의 모든 정파가 하나의 정당으로 결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면 그게 가능한 길은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대표는 "야권대통합은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과 민주당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며 "진보 정파가 민주당의 왼쪽 방을 쓸지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참여계는 지난해 야권대통합 주장이 나왔을 당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으로 간다면 우리도 따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민주노총이 새롭게 태어날 진보정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면서도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당을 만들지 않고 민주당과 직접 거래를 하겠다고 한다면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민주노총이 이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그 정도의 유연한 정치방침을 채택하려면 내부 결속이 강고하고 리더십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구당권파,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구 당권파에 대해 유 전 대표는 깊은 실망감과 분노를 표시했다. 유 전 대표는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결국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다 일어나는구나' 싶었다"며 "김제남 의원 한 사람의 선택으로 통합진보당은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았다. 더 이상 이 당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어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구 당권파에서 신당 창당을 '분열'이라며 이는 정치적 자살이라고 비난한데 대해서는 "충고는 고마운데 남의 정치 생명을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당을 죽여 놓고, 개별 정치인의 정치 생명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유 전 대표는 "우리한테 지금 정치생명이 있나?"라며 "지금 이대로 있는 것이 최악이다. 구당권파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그분들 나름대로 (혁신) 노력은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혁신에 대한 인식의 차가 컸다. 구 당권파는 대중의 요구나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자기들 세계에 너무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

구 당권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와서 어떻게 바뀌나"라며 "구 당권파에 제일 부족한 것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찰하고 교정해서 같은 오류를 피하는 인간의 능력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희 대선출마? 소모품으로 쓰겠다는 것…안철수, 관건은 리더십"

유 전 대표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겪을 일을 생각해 보라"면서 "그런데도 대선 출마를 권하는 구 당권파는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이 전 대표를 생각하면 안타깝다"면서 "당과 정파가 국민 마음에 자리 잡았던 정치인을 망가뜨렸다.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에 화가 난다. 진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가장 중요한 게 노동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의 역사성과 이념을 대변할 수 있는 분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면서 "지금은 제가 무대에 올라갈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질문에는 "(<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구상이 실현되면 실존하는 구체적인 악이 상당부분 제거되거나 완화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관건은 그런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충돌하는 이해관계들을 잘 조정해 내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는 야수의 탐욕과 싸우기 위해 짐승의 비천함을 겪으면서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안 원장이 짐승의 비천함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 전 대표가 겪은 '비천함'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